LT그룹(롯데관광개발) 오너, 담보주식 비율 95%로 1위
올 3분기 기준 공정자산 2조원 이상 중견그룹 83곳의 총수일가가 보유주식을 담보로 받은 대출금액이 1조5,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중견그룹 103곳 중 상장 계열사가 1개 이상 있는 8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9월말 기준 총수일가의 주식담보 대출금액(계열관계사에 대한 담보제공 제외)은 1조4,787억원으로 집계됐다.
개별 그룹 총수일가의 담보주식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94.9%에 달하는 LT그룹(롯데관광개발)으로 나타났다. LT그룹 총수일가의 담보주식 비율은 2020년 말 85.1%였으나 3년 만에 9.8%p 증가했다.
LT그룹 총수일가 개인별 담보주식 비율은 김기병 회장이 97.5%, 김 회장의 배우자인 신정희 동화면세점 대표가 100%, 자녀인 김한준 롯데관광개발 대표 100%, 김한성 동화면세점 대표 65.7%로 각각 집계됐다.
총수일가가 보유주식의 절반 이상을 담보로 제공한 그룹도 9곳(LT·한미약품·코스맥스비티아이·NICE·한국콜마·현대·조선내화·파라다이스·동아쏘시오)이나 됐다.
CEO스코어 관계자는 “오너 일가 보유주식에 대한 담보 비중이 높다는 것은 해당 기업에 대한 지배력이 그만큼 공고하지 못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기준 주식담보 비율 상위 10개사는 한미약품(85.9%), 코스맥스비티아이(75.7%), NICE(74.2%), 한국콜마(70.0%), 현대(66.9%), 조선내화(55.7%), 파라다이스(52.4%), 동아쏘시오(52.0%), 한일홀딩스(45.3%)로 나타났다.
특히, 한미약품, 조선내화, 파라다이스, 동아쏘시오 4곳은 주식담보 비율이 2020년 당시 50% 미만이었으나 불과 3년 사이 절반을 넘겼다.
2020년 대비 총수일가의 주식 담보 비율이 가장 크게 증가한 그룹은 한미약품으로, 2020년 33.6%에서 올 9월 85.9%로 무려 52.3%p 늘었다. 그 외 10%p 이상 증가한 그룹은 풍산(19.6%p↑), 이지홀딩스(16.5%p↑), 화승(15.0%p↑), 동아쏘시오(14.9%↑) 등 8곳에 달했다.
같은 기간 주식담보 비율이 가장 많이 감소한 그룹은 한진중공업홀딩스로 2020년 96.1%에 달했으나 올 9월에는 주식 담보가 전혀 없었다. 이어 티케이지태광(75.9%p↓), KISCO홀딩스(31.9%p↓), 무림(26.9%p↓), HLB(19.0%p↓) 등 7곳이 10%p 이상 감소했다.
대출액 기준으로 보면 한미약품그룹 총수 일가가 가장 많았다. 한미약품은 보유주식 대비 담보주식 비율도 85.9%로 전체 2위에 오를 만큼 비중이 높았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1,67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은 1,317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사장(720억원, 6위)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680억원, 7위)도 순위권에 들었다.
이밖에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938억원·담보 계열사 2곳)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894억원·2곳) ▲김원우 NICE 이사(785억원·2곳) ▲윤상현 한국콜마홀딩스 부회장(575억원·2곳) ▲현정은 현대 회장(524억원) ▲방시혁 하이브 의장(495억원)이 각각 담보대출 액수 기준 10위권 안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