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으며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그룹주가 일제히 급락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반등에 성공하며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양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법정구속이 경영 공백으로 이어지면서 경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삼성그룹주에 대한 단기적인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삼성 계열사 주가는 결국 펀더멘털에 수렴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이 부회장의 법정 구속이 주가 측면에서는 대형 악재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 소식이 국내 증시에 전해지자 삼성그룹주는 바로 하락했다.
일부에서는 집행유예 전망도 나온 상황에서 결국 기대치와 다른 법원의 결정이 나와 실망매물이 출현한 것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지난번 이 부회장이 구속됐을 때도 결과적으로 보면 펀더멘털에는 큰 영향은 없었고 대규모 주주환원이나 투자 확대 등이 일부 위축될 수는 있겠지만 (법원의 결정이) 장기적으로 추세를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회사격인 삼성물산의 주가는 이날 전일 대비 1만500원(6.84%) 하락한 14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7.33%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위치해 있다.
전날 보합권에서 출발한 삼성물산 주가는 장중 1%대 상승 전환하기도 했으나 이 부회장에 대한 판결이 나온 직후 7% 넘게 하락하기도 했다.
코스피 시가총액 1위 대장주인 삼성전자도 같은 기간 3.41% 내린 8만5000원으로 마감했다. 삼성생명(-4.96%), 삼성SDI(-4.21%), 삼성엔지니어링(-3.65%), 삼성에스디에스(-3.19%), 삼성중공업(-2.74%), 삼성화재(-2.42%), 삼성증권(-2.29%), 삼성바이오로직스(-1.99%)도 급락했다.
이러한 삼성그룹주의 동반 하락에 삼성그룹 전체 계열사의 시가총액이 30조원 가까이 순삭됐다. 삼성전자(-17조9000억원)를 포함해 코스피에 상장된 삼성그룹 계열주 23개 종목(우선주 포함)의 시가총액은 지난 15일 803조5000억원에서 18일 775조6000억원으로 1거래일 만에 28조원(-3.48%)가량 감소했다.
4년 전인 지난 2017년 2월 17일 이 부회장이 처음 구속됐을 당시에도 삼성그룹주의 주가는 일시적으로 휘청였으나 곧바로 제자리를 찾았다. 당시 이 부회장 구속 당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0.42% 떨어진 189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물산(-1.98%)과 삼성생명(-1.40%), 삼성화재(-0.39%), 삼성에스디에스(-0.78%) 등 삼성그룹주 대부분이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하락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경우 다음 거래일인 2월20일 전 거래일 대비 2.11%(193만3000원) 반등했고 190만원대를 회복했다. 3월6일에는 200만원대에 올랐고 이 부회장의 구속 한 달째인 3월17일에는 사상 최고가인 210만원대에 진입하기도 했다.
이러한 선례 덕분인지 금일 삼성그룹의 주력사들 대부분은 전날 급락 충격에서 벗어나 반등에 성공하며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양새다.
19일 그룹내 실질적 지주사를 담당하고 있는 삼성물산(144,000 +0.70%)을 비롯해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87,000 +2.35%), 삼성생명(79,600 +1.40%), 삼성화재(183,000 +0.83%), 삼성에스디에스(200,000 +1.52%) 등은 전날의 부진을 딛고 빠른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증권업계는 이번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인해 지배구조 재편 논의 등이 지연될 수 있다며 이로 인한 변수들을 고려해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법정구속으로 상속세 납부 및 기업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분할, 합병, 매각 등 인위적인 지배구조 재편논의는 당분간 표면화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주식시장 상황과 기업의 펀더멘털에 근거한 투자 판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