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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家 상속분쟁 새 쟁점…'승지회' 실체는
삼성家 상속분쟁 새 쟁점…'승지회' 실체는
  • 김규철 기자
  • 승인 2013.10.04 2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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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호암 이병철 회장의 장남 이맹희씨와 삼남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간 상속재산 분할 소송에서 ‘승지회’ 존재 여부와 선친의 유지가 무엇이었는지의 진위로 옮겨가고 있다. 

1일 서울고등법원 민사14부(윤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두 번째 재판에서 삼성가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상속소송 항소심 2차 재판에서 이맹희씨 측 대리인은 "선대 회장은 승지회를 통해 이 회장의 일방적인 경영을 통제하려고 했다"고 처음으로 승지회의 실체에 대해 공개했다. 

이날 이씨 측은 고 이병철 회장 사후 삼성그룹을 수습하는 역할을 한 '승지회(承志會)'를 언급하면서 "이건희 회장이 가족집단경영을 하라는 선친의 뜻을 무시하고 단독경영체제로 갔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회장 측은 "선대회장이 살아계실 때 이건희 회장에게 그룹 지배권과 경영권을 넘겨줬다"고 상반된 주장을 펼치며 "사업보국을 위한 주요 계열사는 이건희 회장에게 증여하고, 나머지 작은 계열사를 다른 자녀에게 먹고 살만큼 증여하되 삼성그룹 계열사들을 분리하지 말고 이 회장을 통해 경영하라는 취지로 구성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즉 이씨 측은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그룹 단독 상속을 원하지 않았다. 승지회를 구성해 그룹 주요 사항을 논의하라 했다"고 주장했고, 이 회장 측은 "아니다. 이건희 회장이 승지회를 통해 다른 기업도 통합 경영하라는 뜻이었다"고 팽팽히 맞섰다. 

승지회의 존재에 대해서는 이맹희씨 측과 이 회장 측 모두 인정하고 있다. 

승지회는 지난 1987년 이 선대회장 타계 직전 고인의 유지를 받들기 위해 만들어졌다. 승지회는 당시 소병해 삼성비서실장과 이건희 회장,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이명희 신세계 그룹 회장, 이맹희씨의 부인 손복남씨 등 5인으로 구성됐다. 이맹희씨는 고 이병철 회장과의 관계가 평소 원만하지 않아 부인인 손복남씨가 대신 승지회 멤버로 참여했다. 

삼성 관계자는 "승지회는 선대회장이 다른 상속인들에게 분배해 준 제일제당(현 CJ), 전주제지, 신세계 등 그룹 계열사들을 분리하는 대신 이건희 회장이 경영하는 삼성그룹 울타리 내에서 가족간 통합 경영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가 핵심인물들의 모임인 승지회의 회원들은 단 2번만 모였을 뿐이라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한 양측의 입장은 달랐다. 이씨측은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 전권을 장악하기 위해 승지회를 무산시켰다”고 주장했고, 삼성측은 “승지회를 통한 통합 경영은 계열 분리를 원하는 일부 상속인들의 반대로 유명무실해졌다”고 반박했다. 

아무튼 승지회가 어떤 의미의 모임이든 고 이병철 회장의 유지는 이 회장의 후계를 전제로 했다는 점은 틀림없는 것으로 보인다. 

고 이병철 회장은 1977년 8월 일본 경제전문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 회장이 후계자임을 발표했다. 가족들에게는 이미 1976년 가족회의 때 지목해 알렸었으나 공식적인 석상에서는 처음이었다. 

이후 1987년 11월 19일 타계하기 전까지 '호암자전'과 여러 차례 언론 보도를 통해 삼성그룹을 계승할 후계자로 이 회장을 소개한 바 있다. 

그런데 주목되는 점은 이씨도 자서전 '묻어둔 이야기'(1993, 청산)에 이건희 회장의 승계사실을 소개했다는 점이다. 

그는 '묻어둔 이야기' 284쪽에서 "아버지는 운명 전에 인희 누나 ,누이 동생 명희, 동생 건희, 그리고 내 아들 재현이 등 다섯명을 모아두고 그 자리에서 구두로 유언을 하고 건희에게 정식으로 삼성의 경영권을 물려주었다“며 당시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다시 유언을 한 것은 76년 가족들이 있는 자리에서 삼성의 대권을 건희에게 물러준다고 밝혔던 내용의 추인에 불과했다"고 재차 기술하기도 했다. 

양측의 법정공방을 지켜본 재계 일각에서는 “이병철 회장이 이미 1976년 삼성의 경영권을 이 회장에게 물려준다고 가족들에게 천명했다는 점, 유언을 통해 이를 다시 강조했다는 점, 그리고 이씨도 자서전에 이같은 내용을 기술했다는 점에서 이 회장이 삼성 경영권을 빼앗았다는 이씨 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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