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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프라·한진重까지…계속되는 산은 '셀프매각' 논란
두산인프라·한진重까지…계속되는 산은 '셀프매각' 논란
  • 양희중 기자
  • 승인 2020.12.13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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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지주-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산업은행의 '셀프매각'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10일 두산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매각 본입찰 결과, 현대중공업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매각가는 7000억~8000억원대 수준으로, 당초 두산 측이 희망했던 1조원에는 크게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 KDB산업은행의 자회사가 참여한 컨소시엄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게 나오고 있다.

국내 인수합병(M&A) 딜의 승패를 좌우할 수 있는 '정보력'에서 우위를 점할 수 밖에 없는 산은의 자회사가 인수전에 나선 것은 공평하지 못하단 것인데, 일각에서는 "아버지가 파는 것을 아들이 사는 격"이라는 신랄한 비판도 하고 있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 작업은 두산의 자발적 구조조정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의사결정은 산은 등 채권단과의 협의를 통해 이뤄진다.

즉 전반적인 매각을 사실상 주도하는 것은 산은으로 볼 수 있고, 이 산은의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가 현대중공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딜에 참여하고 돈을 대는 것은 특정 기업에 대한 지나친 특혜이며,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사모집합투자기구(PEF) 운용사로, 산은이 700억원 한도로 100% 출자한 자회사다. 산은 출자회사 중 사업구조조정이 필요한 회사의 지분을 이관·인수해 기업가치를 높인 후 매각을 추진하는 것이 주요 업무다.

당초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GS건설, MBK파트너스,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 등이 모두 본입찰에 불참한 것도 이러한 논란과 무관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표면적으로는 소송 결과에 따른 부담과 실사 시간 부족 등을 이유로 내걸고 있으나, 사실상의 매도자이자 모회사인 산은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파악할 수 밖에 없는 KDB인베스트먼트와 경쟁을 해봤자 '들러리'만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한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내부 정보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어야 협상에 들어가고 우위를 점할 수 있는데, 두산인프라의 경우 현재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소송건이 걸려있어 세부조건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KDB인베스트먼트의 참여가)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지만 (다른 PE보다)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은의 자회사가 딜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가가 낮아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KDB인베스트의 등장으로 유력 경쟁사들이 잇따라 '기권표'를 던지고 나가자, 매각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는 유인 자체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지난달 24일 진행됐던 본입찰에서 결국 현대중공업 컨소시엄와 유진그룹 '2파전'으로 압축됐고, 희망가보다 크게 낮은 가격에 팔리게 됐다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한 사모펀드(PEF) 업계 관계자는 "구조조정에 대한 심판을 봐야 하는 역할인 산업은행이 자회사를 통해 시장 참여자로 들어와 형평성, 공정성 논란이 제기된 것"이라며 "산은은 좋은 가격에 회수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지만 비딩과 관련해 경쟁을 심화시키지 못한 측면이 있어 시장에서는 계속 의구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 외에도 한진중공업 인수전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한진중공업은 2016년 조선업황 부진 등으로 산은 등 채권단과 경영정상화 계획 이행약정(MOU)을 맺었다.지난 10월 마감된 예비입찰에 KDB인베스트먼트가 참여, 업계에선 산은이 이미 자회사를 인수자로 점찍어놓고 매각을 형식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내놓고 있다.한진중공업 매각을 위한 본입찰은 오는 14일 실시된다.

이같은 논란에 대해 산은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산은과 KDB인베스트먼트는 분리된 법인으로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며 "KDB인베스트먼트는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자체 판단으로 입찰에 참여하고 있어 이해 상충으로 볼 수도 없다. 컨소시엄이 두산인프라코어에 제시한 매각가격 자체도 알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는 "법적으로 문제가 있지는 않겠지만 이해상충이 발생해 공정한 게임이 아니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라며 "아버지가 파는 것을 아들이 사는 격"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렇지 않게 이러한 행태가 계속 된다면 시장이 왜곡될 수 있을 것"이라며 "시장에서는 '꼭 KDB인베스트먼트와 손을 잡아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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