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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계, 일본 금융보복 우려에 ‘전전긍긍’…해외 사업장 대출 죄기 시작하면 치명타
금융계, 일본 금융보복 우려에 ‘전전긍긍’…해외 사업장 대출 죄기 시작하면 치명타
  • 한해성 기자
  • 승인 2019.07.08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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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구 “일본은행이 대출 끊어도 얼마든지 다른 데서 빌릴 수 있어”
한국기업의 일본은행 대출 69兆 57.7%가 해외 사업장서 조달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아펠가모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간 추진한 주요 금융정책 현황과 향후계획 등을 설명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아펠가모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그간 추진한 주요 금융정책 현황과 향후계획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에 이어 금융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금융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 금융들은 1997년 당시 일본 은행들이 발빠르게 단기외채 회수에 나선 것이 한국 외환위기에 결정타가 됐던 경험을 상기하면서 금융부문에서의 일본이 취할 수 있는 보복 조치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달리 한국 경제는 안정돼 있다. 일본이 돈을 안 빌려줘도 얼마든지 다른 데서 빌릴 수 있다”고 딱 잘라 말했다. 

하지만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발언과는 다르게 금융시장은 초긴장 모드다. 일본 대형은행들이 자금을 회수하는 조짐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고 일각에서 한국 기업의 해외법인을 타깃으로 삼을지 모른다는 루머도 돌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위, 금융감독원, 시중은행 등은 이달 초부터 잇따라 실무회의를 열어 일본의 금융 보복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일본계 자금 움직임에 대해 면밀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그동안 일본계 은행들은 낮은 금리와 대형 대출 규모로 국내 기업에 매력적인 자금원이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지침에 의한 갑작스러운 자금 회수는 국내 기업에 충격을 주게 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일본계 은행이 당장 움직이지 않겠지만 일본의 수출 규제는 금융시장에도 서서히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결제은행(BIS)과 일본은행 통계에 따르면 일본계 은행들이 한국 기업에 빌려준 돈(총여신)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586억달러(약 69조원)에 이른다. 국내는 물론 해외 곳곳에 진출한 한국 금융회사, 민간기업, 공기업 등에 대한 일본계 은행의 여신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이 중 57.7%가 해외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이 조달한 금액이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일본이 금융 보복에 나선다면 지구촌 어디서든 은밀하게 한국 기업을 타깃으로 삼을 것이다. 해외법인이 현지에 진출한 일본계 은행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것 등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욱이 일본계 신용평가회사들이 한국 관련 채권의 신용평점을 떨어뜨리면 한국 기업의 자금 조달이 불리해지는 위험성도 있다.

사실 국내 금융시장에선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일본 대형 은행들의 자금 회수가 시작됐다. 4대 일본계 은행(미쓰비시파이낸셜그룹·미쓰이스미토모·미즈호·야마구치)의 한국 내 총여신은 지난 3월 말 기준 18조2995억원이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말 21조817억원, 12월 말 19조5196억원 등 지속적으로 감소되고 있는 추세다. 일본 은행들은 세계적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대외 위험 노출을 선제적으로 줄인 것이라는 해석을 하고 있지만 만일 한국을 타깃으로 삼으면 감소세는 가속도가 붙을 거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계 자금이 보유한 국내 상장주식 가치는 5월 말 기준 12조4710억원이다. 전체 외국계 자금의 2.3%로 미국, 영국 등에 이어 9위다. 주식시장 자금은 비중이 크지 않은 데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가능성도 작아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 보복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지만 일본의 조치가 나오기 전부터 과도한 불안감이 퍼지면 금리 등 다른 시장에 악영향을 줄지 모른다. 차분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김경주 일본 도카이대 교수도 “제조업과 금융업에서 일본이 쓸 카드가 상당히 많다. 정치적 목적의 일시적 조치로 생각할 게 아니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양국 간 신뢰를 하루빨리 되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본 현지에서 영업 중인 한국 기업의 신용 위축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계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거나 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국내 은행과 기업의 유동성 상황 역시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3월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가 언급한 송금 제한이 자금세탁 방지 강화 등을 명분으로 시행될 가능성도 살펴보고 있다. 일본산 원재료를 사용하는 국내 기업의 신용 리스크(위험) 또한 점검 포인트다.

정부는 일본계 자금의 규모와 특성 등을 고려할 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최 위원장은 “송금 제한, 투자 회수 등 여러 시나리오를 함께 짚어봤지만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거나 보완 조치를 통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에 풀린 일본계 자금 규모가 줄어들 소지는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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