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물가상승률 최대…정부 대응책 효과는 미지수

정부, '경제정책방향'서 물가 4.7% 상승 전망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하반기 5%대 예상 국제유가 104달러로 추정…작년 말보다 42.5%↑ 인플레에 기준금리 인상 추세…가계 부담 늘듯 물가 안정책 '재탕' 논란도…"실효성 지켜봐야"

2022-06-17     정상혁 기자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7%까지 치솟으면서 2008년(4.7%)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점쳤다.

남은 하반기에는 물가가 5%가까이 고공행진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외환위기를 겪던 1998년 11월(6.8%) 이후 처음으로 6%대 상승률을 지켜봐야 할 수도 있다.

이에 정부는 연이어 물가 안정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17일 기획재정부의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정부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4.7%로 지난해 12월 제시한 2.2%에서 약 6개월 만에 2.5%포인트(p) 상향 조정했다.

정부는 1년에 두 차례 경제정책방향에서 발표하면서 주요 경제지표 전망치를 내놓는다. 이번처럼 4%대 물가 상승률을 예상한 것은 2011년 말(4.0%) 이후 11년만이다.

올해 들어 우크라이나 사태,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에너지·곡물 가격이 급등한 탓이다.

실제로 정부는 이번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평균 국제유가 예상치를 기존 배럴당 73달러에서 104달러로 높여 잡았다. 상승 폭은 42.5%에 달한다.

석유류뿐 아니라 다른 국제 원자재 가격도 꾸준히 오르는 중이다. 이에 따른 영향은 시차를 두고 국내 가공식품·외식 가격 등에 반영되고 있다. 지난 5월 가공식품과 외식 물가 상승률은 각각 7.6%, 7.4%로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소비 회복세가 더해지면서 같은 기간 개인서비스 물가도 5.1%까지 치솟았다. 공급 측 요인에 수요 측 요인까지 복합적으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는 모습이다.

정부는 가능한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물가 안정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이번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대책만으로는 서민들이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기준금리가 상승하면 대출 이자도 함께 오르는데, 이렇게 되면 지갑 사정이 나아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이번에 발표된 물가 안정책은 유류세 30% 인하, 액화천연가스(LNG) 할당 관세 적용, 친환경차 개소세 감면 등 기존에 발표된 정책 기간을 연장하는 '재탕'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생계비 지원 방안으로 마련한 노인용 5세대 이동통신(5G) 요금제 출시, 기저귀·분유에 대한 부가가치세 영구 면제 등도 눈에 띄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구조적인 물가 안정을 위해 주요 분야별 수입·생산·유통 구조도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당장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의 물가 상황이 근래 겪어보지 못한 심각한 수준이라고 볼 때 (정부가 물가 안정책을)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 수준으로 할 수 있을지는 문제"라고 말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안정책은 단기적으로 묘수는 없다"며 "투기적 요소와 국내 유통망 왜곡 등이 있는지를 살펴야 하고, 지정학적 혼란으로 인한 부분은 중기적으로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