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업종, 실적과 따로 노는 주가

반도체업황 우려 속 실적확대에도 투자심리는 냉각 DXI 지수, 2주 연속 하락폭 확대 삼성전자, 52주 신저가 행진

2022-04-11     주선영 기자

지난해 8월 모건스탠리가 발간한 ‘Winter is coming’ 보고서는 반도체업종의 실적악화에 대한 우려감을 확대시키며 투자심리를 급속도로 냉각시켰다. 얼어붙은 투자심리는 반도체업황의 실적이 개선됐음도 불구하고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반도체주가는 기술적으로 완전히 바닥국면에 진입한 상황이기 때문에 오히려 비중확대적기라는 게 일부 증권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를 비롯해, 마이크론, TSMC 등 반도체 메이저 기업들의 실적은 시장의 예상을 상회하면서 바텀업 섹터 관점에서 보면 하반기엔 긍정적 결과를 기대해볼 만하다.

반면, 인플레이션을 잡기위한 연준의 강화된 긴축 스탠스와 장단기 금리 차 축소로 탑다운 매크로 관점에선 하반기 경기와 IT 수요회복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8%대를 보이며 4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상태다. 사실상 반도체업황 및 투자심리의 개선은 인플레이션이 어느 정도 완화될 시점에 분명하고 긍정적인 신호가 포착될 것으로 예상된다.

4월 둘째 주 IT 주가 급락···미국·대만 기업 및 메모리업종 유독 부진

4월 둘째 주 글로벌 IT 기업들의 주가는 미국 연준의 공격적이 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른 장단기 금리 차 역전과 IT 세트 수요둔화 우려감이 반영되면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

DXI지수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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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간 수익률을 살펴보면, 나스닥 -3.9%, SOXX -7.3%, 애플 -2.4%, 엔비디아 -13.5%, 마이크론 -5.3%, AMD -6.6%, TEL -10.1%, 미국 iShares Semiconductor ETF -7.6%, 삼성전자 -1.9%, SK하이닉스 -3.4%, KRX 반도체 -1.7%, TSMC -5.5%, 대만 반도체 -3.8%, 중국 반도체 -5.0%로 거의 대부분 하락세를 나타냈다. DXI 지수 역시 -1.4%2주 연속 하락폭을 확대했다

미국과 대만의 반도체기업이 특히 부진했는데 이는 중국 로컬 스마트폰 수요에 대한 우려감이 반영 된데다 대만 반도체 수출 증가율이 둔화됐기 때문이다.

3월 대만의 전체 수출 및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월대비 각각 21.3%, 38.2%를 기록했다. 이는 2월 대만의 전체 수출 및 반도체 수출의 증가율(34.8%, 48.9%)보다 감소한 수치로 4월 전망치(13%~17%) 역시 감소추세는 확대될 전망이다.

대만 반도체 수출 증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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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만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만 보면 나쁘지 않다. TSMCUMC1분기 매출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으며, 난야와 매크로닉스의 매출 역시 전년 동기대비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보였다. 특히 대만 파운드리 업체들은 2023년 이후까지도 수주 가시성을 확보하면서 적극적인 CAPA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여기에 TSMC는 퀄컴과 엔비디아로부터 5나노칩 주문을 추가 확보했고, 미디어텍과 애플로부터의 주문도 견조해 2분기에도 탄탄한 실적이 예상된다.

한편, 반도체업종 중 메모리업종의 주가가 유난히 부진했는데 DRAM 가격이 올 상반기 내 상승하기 어렵다는 점이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메모리 현물가격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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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업종 중 유일하게 주간수익률 플러스를 기록한 곳은 NAND 컨트롤러 기업 Silicon Motion으로, 9.2%의 수익률을 나타냈다. 잠정매출이 가이던스 상단을 웃돈 것이 투자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메모리기업들의 연간 전망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대만 매체 3디지타임즈에 따르면, 브랜드 공급업체, 다운스트림 메모리 모듈 제조업체, 유통 업체 모두 올해 최종 시장 수요 전망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올 들어 현재까지 PC, TV, 스마트폰 등 소비자 가전제품의 판매는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을 보이고 있다.

PC OEM 업체들도 주문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는데 소비자모델 노트북의 판매가 부진하면서 2분기 PC DRAM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한, 모바일 DRAM도 비트 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지면서 2분기부터 한 자릿수의 순차적 하락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반면, 낸드플래시는 키옥시아의 오염과 지진발생으로 2분기에도 약 5~10% 가량 상승할 것으로 판단된다.

삼성전자 주간 수익률, 미국과 대만기업 대비 선방했으나 52주 신저가 굴욕

글로벌 반도체기업들의 주간수익률 중 중·소형주를 비롯해 삼성전자가 상대적으로 선방하며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며 수치상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7일 삼성전자가 발표한 잠정실적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컨센서스를 상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어닝서프라이즈에도 불구하고 실적발표 이후 주가는 3거래일 연속 52주 신저가를 경신하는 행보를 이어갔다. 4월 셋째주 첫날인 금일(11)에는 전 거래일 대비 0.15% 상승한 67,900원에 마감했으나 장중 한때 67,400원까지 떨어져 52주 최저가를 또 다시 경신하기도 했다.

최근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큰 관심은 삼성전자의 주가 방향성 여부다. 대부분 증권전문가들은 큰 반등도 없겠지만 추가하락 가능성 역시 적게 보고 있다. 여전히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반도체 4나노미터 수율이 높지 않으나 개선추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북미 고객사들로부터의 수주가 점차 확대되고 있어 추가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판단이다.

아울러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메모리반도체 출하증가율과 OLED 디스플레이 가동률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다. 이 부문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이 높은데다 타사로의 대체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한편, 오는 14TSMC의 실적발표가 예정돼있다. 전방 산업수요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연간 매출증가율 및 설비투자 가이던스는 하향조정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파운드리 공급부족이 지속되면서 파운드리 서비스 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 매체에 따르면, 인텔 CEO가 대만 TSMC 방문 당시 7nm 이하의 선단 공정과 함께 성숙 공정(28nm, 40/45nm, 65nm, 90nm)의 생산량도 늘려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TSMC의 견조한 펀더멘털 요인에도 불구하고 주가의 반등은 어렵다는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경기 불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감으로 이미 형성된 부정적 투자심리를 극복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기 때문이다.

반도체의 코스피 상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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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업종의 이익률은 경기사이클과 밀접하기 때문에 매수타이밍은 경기사이클을 참고해야한다, “올 여름까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술적 과매도 영역 도달 여부도 함께 확인해 대응해야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