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조세 속에 서울 부동산 시장…“똘똘한 한 채 시대 오나”

매도-매수자 ‘줄다리기’…관망세 짙어져 보유세 부담 증가…당분간 혼조세 계속

2021-03-25     양희중 기자

서울 부동산 시장이 안갯속이다. 주택 보유세 부담 강화와 3기 신도시 공급 발표 이후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주춤한 가운데 일부 단지에서 시세보다 낮은 급매물이 거래되면서 가격 조정이 이뤄지는가 하면, 또 다른 단지에서는 신고가(新高價)를 경신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2·4 공급 대책과 지난해 대비 평균 19% 급등한 공시가격(예정)안을 발표한 뒤 매도·매수자 모두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부동산시장의 ‘거래 절벽’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전월 대비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정부의 30만 가구 공급 확대 발표, 보유세 강화, 기준 금리 인상까지 겹치면서 매수 대기자들 사이에서 ‘좀 더 지켜보자’는 관망세가 짙어지는 양상이다. 

반면, 주택 수요가 몰린 강남권뿐만 아니라 이른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서울 곳곳에서 신고가 경신이 잇따르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서울 아파트값이 안정기로 접어드는 과정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집값은 여전히 상승 중이고, 신고가를 경신하는 단지들도 나오면서 집값 하락을 판단하기에는 이른 상황이라는 게 중론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458건으로 집계됐다. 전달(5683건) 대비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단독·다가구(260건)나 다세대·연립(2230건)의 거래량 역시 전월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다.

동시에 서울 전역에서 시세보다 낮은 아파트 매물이 나오고 있다. 강남구의 대표적 재건축 단지인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면적 84㎡)는 이달 2일 23억2000만원에 거래됐다. 종전 거래(지난달 24일)인 24억5000만원보다 1억3000만원 낮은 가격에 계약이 체결됐다. 

또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7차(전용면적 45.9㎡)는 이달 12일 5억5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직전 거래(1월27일)인 6억2000만원보다 7000만원 하락했다. 매수 심리가 위축되고, 매물이 쌓여 급매물이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일부 단지에서는 신고가 경신이 잇따르고 있다. 압구정동 현대1차(전용면적 196.21㎡)는 지난 15일 63억원에 거래됐다. 종전 최고가인 지난해 12월 52억7000만원보다 10억원 이상 높은 금액이다. 또 지난달 20일 신현대12차(전용면적 155.52㎡)는 종전 거래 대비 1억2000만원 오른 45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강북권에서도 신고가 경신 사례가 나왔다. 용산동 용산파크타워1차(전용154.47㎡)는 지난달 32억8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직전 최고가 대비 7억원 넘게 상승했고, 하왕십리동 텐즈힐아파트 1단지(전용면적 72.52㎡) 역시 15억80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 대책과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보유세 부담 증가 등으로 여러 채를 사는 것보다 입지 경쟁력이 높은 ‘똘똘한 한 채’에 수요자들이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부동산 시장에선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는 관망세가 짙어졌지만, 똘똘한 한 채 선호현상이 나타나면서 집값 상승 폭이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보유세 부담이 갈수록 커지면서 다주택을 처분하고, 강남 등 입지가 비교적 좋은 곳에 1주택을 보유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여전한 상황에서 강남권의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부동산 시장은 관망세 짙어지면서 거래 절벽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신고가 경신하는 단지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