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해외매출 2조 돌파…비용증가로 영업이익 4982억, 전년比 9.3%↓

국내매출, 럭셔리 브랜드가 견인

2020-02-06     김규철 기자

아모레퍼시픽이 지난해 역대 최대 해외 매출을 올렸지만 글로벌 시장 채널 확대 등 투자 비용이 증가되면서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감소했다. 국내 시장에선 선방했으나 해외 시장 개척으로 인한 부진이 뒤따르면서 영업이익이 쪼그라들었다.

증권업계에서는 투자 비용 지출로 인해 영업이익은 감소했으나 사실상 글로벌 진출 국가를 다양화하며 미래 성장 동력의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글로벌 진출 확대·성장기반 마련

6일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9.3% 줄어든 4982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6조2843억원으로 전년보다 3.4% 증가했으나 당기순이익은 28.5% 줄어든 2690억원이다.  

영업이익 감소의 원인은 해외사업 투자 비용 지출과 매출 감소로 밝혀졌다. 그룹내 영업이익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해외사업 매출액은 2조784억원, 영업이익은 1040억원인데 매출액은 전년대비 6%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49.7% 줄었다. 즉 매출보다 더 많은 투자 비용을 지출한 것이다.

북미사업 매출은 작년보다 38% 증가한 930억원을 기록했으나 프랑스 시장의 내수 수요 저하와 아시아 시장서의 채널 포트폴리오 확대 등으로 투자 비용이 빠져나갔다.  

아모레퍼시픽의 국내 사업 매출은 3조5181억원으로 전년대비 5% 늘었으며, 영업이익도 13% 증가한 3195억원으로 나타났다. 

럭셔리 브랜드의 매출 확대와 브랜드별 핵심 카테고리 강화, 온라인과 멀티브랜드숍 등 신규 채널 확대가 주효했다. 또한 고객 소통형으로 마련된 설화수 ‘설린 디지털 팝업스토어’, ‘헤라 레드 바이브 캠페인’, ‘워터뱅크 애비뉴’ 등의 채널이 매출 성장세를 높였다.  

계열사 중에선 에스쁘아와 에스트라가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늘었다. 에스쁘아는 2018년 18억 영업손실에서 지난해 1억원 영업이익 냈으며, 같은기간 에스트라는 9억원 영업이익에서 68억원으로 증가했다.

에스쁘아는 멀티브랜드숍에 입점하며 고객 접점을 다변화하고, 직영점을 축소해 비용을 줄여 영업이익을 증가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에스트라는 신규라인 출시와 멀티브랜드 채널 확장 등이 영업이익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고 밝혔다.

이니스프리의 경우 2018년 804억원 영업이익에서 약 180억원 줄어든 626억원을 기록했으며, 에뛰드는 같은기간 262억원 영업손실에서 185억원 영업손실로 적자폭을 줄였다. 이니스프리는 로드샵과 면세 채널에서 매출이 하락했다. 왕벚꽃 톤업크림, 그린티 프로바이오틱스 크림 등 밀레니얼 고객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했으나 크게 영업이익에는 기여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에뛰드 또한 면세 채널과 주요 상권내 로드샵의 매출이 부진했으나 킷캣 콜라보 제품과 디즈니 선 콜라보 등 다양한 콜라보 제품 출시로 경쟁력을 제고한 결과, 디지털 채널에서 매출이 늘었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23개 해외 해외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라네즈는 북미 시장 출점 가속화와 함께 호주, 인도, 필리핀에 신규 진출했고 이 외의 브랜드들은 필리핀, 호주, 두바이 등 신규 국가에 진입하는 등 진출 지역을 다변화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라네즈, 마몽드,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등 5대 브랜드를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 확대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국내 시장에 쏠려있는 매출 비중을 분산하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지역별 매출을 보면 국내가 2조6000억원으로 가장 높고, 아시아가 4182억원, 북미가 313억원, 기타 지역이 80억원 이었다. 해외 지역의 매출을 다 합쳐도 국내 절반 수준도 안된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해외 사업 투자 확대와 광고선전비 증가로 지난해 이익이 줄어들었다”며 “글로벌 시장 공략 가속화를 위해 2025년까지 50개국 진출을 통해 글로벌 사업 확대를 지속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 中 불확실성 지속 확인 필요

증권업계에서는 아모레퍼시픽에 대해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해외법인 수익성 하락으로 시장 기대치를 하회했다고 평가하면서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과 비용 이슈는 지속적으로 확인이 필요하지만 럭셔리 브랜드, 면세, 디지털 채널 중심의 경영과 저수익 오프라인 매장 축소는 가속화될으로 전망했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화장품 부문은 순수 백화점과 방판, 아리따움의 매출 부진이 이어졌지만 면세점과 이커머스 채널에서 높은 성장률이 유지됐다. 성과급 지급에 의해 인건비가 전년 대비 70% 상승으나 효율적인 마케팅 비용 집행으로 수익성은 개선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해외법인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94.1% 하락했다. 특히 중국법인 영업이익은 에뛰드 재고 폐기, 광군제 마케팅비 확대, 인건비 증가로 크게 하락했다. 이니스프리는 매출액 감소폭이 확대됐지만 설화수와 라네즈는 안정적 성장 흐름을 유지했다. 홍콩법인은 시위로 매출액이 전년대비 30% 감소하면서 영업적자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실적 예상과 관련해선 “1분기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으로 인해 중국 실적 부진이 불가피해 보인다. 우란 폐렴 사태가 완화되는 국면에서는 가장 빠르게 투자심리가 개선될 수 있는 업체 중 하나라고 판단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조 연구원은 “면세점과 디지털 채널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확실한 성장률이 나타나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다. 럭셔리 브랜드 중심으로 포트폴리오가 강화되며 수익성 개선 여력도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