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사장단에 비상계획 마련 지시…반도체·스마트폰도 위험 수위

제재 물품 일부 긴급수혈…주말 긴급 사장단 회의서 성과 공유·대책 논의

2019-07-15     송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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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방안 마련을 위해 5박 6일 간 일본 출장을 떠났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출장에서 돌아온 다음날 반도체·디스플레이 경영진들과 긴급사장단 회의를 열고 일본의 수출 규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반도체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TV 등 사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경우를 대비해 철저한 대응책 마련을 지시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일본 출장에서 돌아온 다음날인 지난 13일 삼성전자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을 총괄하는 김기남 DS(디비이스솔루션) 부문 부회장과 진교영 메모리사업부 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경영진들과 긴급사장단 회의를 열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일본 출장 결과를 사장단과 공유하고 경영진과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급현황과 사업에의 영향, 향후 대응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사장단에 ‘단기 현안 대체에만 급급하지 말고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의 큰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는 한편 흔들리지 않고 시장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자“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특히 사장단에게 비상상황에 대비한 ’컨틴전시 플랜‘ 마련을 지시하면서 향후 일본의 수출 규제가 휴대폰과 가전 등 다른 사업분야로 확대될 가능성까지 대비하라며 경우의 수를 대비한 대처 방안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일본 정부의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 포토 리지스트(PR), 고순도 불산(HF) 등 반도태 핵심 소재 수출 규제 강화 조치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급히 떠났고 출장 일정으로 인해 지난 10일 열린 청와대 30대그룹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미쓰비시 UFJ 파이낸스 그룹을 비롯한 대형 은행 3곳의 경영진과 만났으며 삼성전자 거래처와도 접촉해 일본 조치에 따른 리스크를 경감하고 피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대형 은행 경영진과 만나 수출 규제로 인해 한국 내 일본 제품 불매운동과 반일 시위가 확산돼 한일 관계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약 5일간 이어진 출장 이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황으로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이 감소한 데다 이번 규제로 공급 체인까지 문제가 생기면서 ‘시계 제로’의 위기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반도체 핵심 소재의 긴급 물량을 일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삼성전자는 지난 11일 대만의 에칭가스 제조 공장에 공급 확대를 요청하는 등 백방으로 소재 확보를 위해 노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 이 부회장이 이번 일본 출장에서 별도로 소재를 확보한 것은 없다는 게 삼성전자의 입장이다. 삼성전자 측은 “이 부회장의 일본 출장 중에 정해진 건 없다. 긴급물량은 최근 일본 외에서 소재 다변화를 위해 노력해 얻은 성과”라고 설명했다.

일본 업체가 해외 공장으로 우회해 한국에 소재를 수출하는 것도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업체 간 거래가 이뤄지더라도 일본 정부가 사실상 이를 통제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외에 다른 업체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체재 확보를 검토하고 있다. 수출 규제 품목이 확대될 경우 반도체·디스플레이 외 다른 부문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미리 대비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애를 쓰지 않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 대체재를 찾았는지, 어떤 대응 전략을 취할 것인지를 외부에 밝히는 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