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분기부터 반영될 것으로 예상됐던 전기요금 인상이 잠정 보류되면서 한국전력의 적자탈피는 여전히 힘들어질 전망이다.

31일 국민의힘과 정부는 오전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2분기(4~6월) 전기·가스요금 인상 여부에 대해 논의를 가졌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따라서 당분간 현행과 같은 가격으로 전기·가스요금이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당정협의회 후 브리핑에서 “국제 에너지가격 변동추이와 인상 변수를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위해 전문가 좌담회 등 여론 수렴을 좀 더 해서 추후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근 3개월 평균 유연탄 세후 가격은 ㎏당 255.77원, 액화천연가스(LNG)는 ㎏당 1,560.74원, 벙커시유(BC유)는 ㎏당 691.18원이다. 이처럼 국제 에너지가격이 급등하며 연료비가 크게 오른 상황이지만, 민생부담과 고물가 상황을 고려해 요금인상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박 정책위의장은 “전기와 가스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재확인했지만 인상시기와 폭에 대해서는 산업부가 제시한 복수의 안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에 대해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요금인상 시 국민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한국전력과 가스공사의 뼈를 깎는 구조조정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당정협의회 이후 추가적인 협의를 거쳐 빠른 시일 내 전기·가스요금을 조정하는 방안을 수렴한다고 밝혔다.

당분간 ‘동결’이지만, 인상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특히 전기요금의 경우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 인상 여부에 대한 결정이 아직 남아있어 추후 인상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날 한국전력은 2023년 2분기(4~6월) 연료비 조정단가를 1분기와 동일한 ㎾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확정한 산정내역을 발표했다.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를 결정해야 하는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에 연료비 조정단가를 확정해 발표한 것이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실적연료비(직전 3개월간 평균 연료비)에서 기준연료비를 차감한 변동연료비 값에 변환계수를 곱해 계산한다. 이에 따라 연료비 조정단가는 ㎾h당 6.8원으로 결정됐지만 상하한가를 적용해 1분기와 동일한 ㎾h당 +5원으로 확정했다는 게 한국전력 측의 설명이다.

한국전력은 “2023년 2분기 연료비조정단가를 산정해 지난 16일 정부에 제출했고 이날 최종적으로 별도 의견없음을 회신 받았다”며 “2분기 추가 전기요금 조정과 관련해 협의를 계속할 계획으로 국민 부담 최소화 방안 마련 및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전기요금 조정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기요금은 기본요금에 전력량요금, 연료비 조정단가, 기후환경요금을 합쳐 산정한다.이번에 결정된 건 연료비 조정단가뿐이기 때문에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을 인상할지 여부를 두고 다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후환경요금은 ㎾h당 1.3원으로 결정된 상황이다.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은 기한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든 논의를 이어갈 수 있다. 이후 정부 내에서 전기요금 인상 여부가 구체적으로 정해지면, 한전 이사회와 전기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한국전력, 전기요금 인상 보류에 주가는 재조정 진입

전기요금 인상은 한국전력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밑바탕이 되는 한편, 투자자 입장에서도 향후 기업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재료가 되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이번에 또 다시 요금인상을 보류함에 따라 한국전력의 영업손실과 주가조정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전력 주가는 요금인상 기대감에 지난 23일부터 6거래일 연속 올랐으나 요금인상이 잠정 보류되자 이날 실망 매물이 쏟아지면서 전일 대비 4.66% 하락한 18,01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다만, 이번 결정이 중장기적으로 전기요금 인상을 중단하는 것이 아닌데다 최근 글로벌 원자재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어 향후 실적개선의 요지는 남아있다.

2023년 전기요금 인상을 논의할 수 있는 기회는 6월말과 9월말 총 두 차례 남아있다. 현재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해 중요한 변수는 국민부담이다. 특히 계절적 특성이 극대화되는 여름과 겨울 전기요금과 관련해 서민들이 느낄 경제적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이기에 남은 분기 인상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4월 중으로 kWh 당 약 10원 내외의 전기요금 인상이 결정된다면 분위기는 반전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반응이다.

한편, 한국전력의 별도기준 사채 발행한도는 지난해 132조원에서 올해 90조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2022년 별도기준 사채는 총 77조원으로 작년 한 해 40조원이 발행됐다. 2022년 순적자가 24조원, 2023년 별도기준 순적자가 약 7조원인 것을 고려하면 사채 발행한도는 문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남은 하반기에도 추가 전기요금 인상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본감소로 사채 발행한도에 여력이 없기 때문에 자금조달 이슈는 다시 불거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사실상 한국전력의 자금조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전기요금 인상이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