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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 지금은 준비중입니다!"
" 2023 - 지금은 준비중입니다!"
  • 황윤석 논설위원
  • 승인 2023.01.02 0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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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MG 아무것도 하지 마세요 - 근처에도 가지 마세요 !!"

2023년 계묘년 새해 새아침이 밝았다. 올해도 새해 벽두 어김없이 국내 증권사들의 시장전망이 쏟아져 나왔는데 예년과는 많이 다르다. 우울한 전망 일색이다. 그러나 아니나다를까 속을 들여다보면 가관이다.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 석사
sbs비서실 스피치라이터
대우증권 실전투자대회 3위 입상
한국경제tv 슈퍼스탁킹 우승
한국경제tv 해외주식 전문가

내용인즉슨, 경기 침체와 수요 둔화 등 모든 악재가 다 나온 만큼 경기 회복에 대한 신호만 잡히면 반등을 시도할 것이라는 것이다. 작년 초에도 똑같은 전망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문제는 그게 언제냐는 것인데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다 보니 느즈막하게 올해 하반기부터라는 전망이 압도적이다.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반도체 업종과 최근 테슬라의 추락과 궤를 같이 하는 2차전지 관련주들이 여전히 작년에 이어 올해도 유망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것도 여전히 신뢰가 가지 않는다.

작년에 10만 전자 너끈히 돌파한다던 삼성전자 얘기는 쑥 들어갔지만 하반기부터 본격 상승 가능성이 높다며 다시 모아가라니 역시 특유의 고질병이 도진 것이 아닌가 싶다.

심지어 모 증권방송이나 Youtube 등 주식 관련 사이트에 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후 너무나 많이 오른 방위산업주와 전후 재건주(건설, 기계, 장비)들이야말로 지금 시점에서 다시 10배 상승할 수 있는 'TEN-배거' 종목이라고 큰소리치는 것을 보고 그저 아연실색할 밖에.

지난해 뉴욕증시는 2008년 이후 최악의 해를 보냈다. 일각에선 상반기 중 증시가 최저치 기록을 경신하며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더 깊은 경기침체나 새로운 외생적 사건이 발생하지 않는 한, 하반기부터는 증시 상황이 대폭 개선될 것이라는 것이 전반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알 수 없다. 지난 한해 S&P500 지수는 19.4% 하락했다. 지난 45년 동안 S&P500지수가 두 자릿수 하락을 기록한 것은 6번에 불과했다. 지난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33.1% 추락했다. 다우지수는 같은 기간 8.8% 하락했다.

보통 포트폴리오 구조상 주식이 어려울 때에는 채권에 의해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는데, 이러한 대체재 투자가 무용지물이 될 만큼 지난해는 주식과 채권이 동반 급락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그동안 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웠던 경기침체는 조만간 현실로 다가올 전망이다. 이제 관건은 얼만큼 깊게 그리고 얼마나 오래, 즉 침체의 '깊이'와 '지속 기간'이다. 노동시장도 월가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실업률이 큰 폭으로 상승할 경우 연준이 금리인상을 중단하거나 인하 쪽으로 U턴할 수 있다.

시장은 노동시장의 '변곡점'을 찾고 있다. 경기가 Recession으로 가는데 노동시장 고용만 perfect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기업실적도 증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다.

월가는 경기침체가 올 경우 기업들의 수익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럴 경우 증시는 새로운 최저점을 경신할 가능성이 있다. 그 중심에 그동안 시장을 이끌어온 기술주, 소위 FAANG 주식의 몰락이 있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뉴욕증시가 약세장을 통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한다. 글렌메데 리서치팀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약세장은 평균 14개월간 지속됐고, 이전 최고치보다 35.7% 하락했다"며 "현재 12개월 동안 약 20% 하락한 시장은 전형적인 약세장의 3분의 2 정도를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금의 상황을 2008년 리먼브러더스를 넘어, 2001년 9.11 테러를 지나 1930년대 대공황과 2차세계대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에 소름이 돋는다.

레고랜드발(發) 금융 시장 불안이 올해 초에도 이어진다. 이번 달부터 대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 자산유동화기업어음(PF ABCP) 만기가 예정돼 있어 자금 확보 우려가 커질 전망이다. 특히 부동산 PF에 많이 참여한 증권사의 대규모 신용 하락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의 시장안정화 조치로 채권시장이 지난해 급한 불을 껐지만, 연초부터 단기금융시장 중심의 자금시장 불안이 재부각될 전망이다. 1월에만 22조원에 달하는 증권사 CP(기업어음)와 부동산 PF-ABCP(프로젝트파이낸싱 자산유동화어음)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차환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지방 중소건설사들의 연쇄 부도와 파산, 폐업 등의 공포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PF로 촉발된 자금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돈이 돌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이미 우리 모두 다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

나이스(NICE)신용평가는 일찌감치  증권·캐피탈·부동산신탁·저축은행 등 4개 업종의 내년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제시하면서, 특히 부동산 PF로 증권·캐피탈·저축은행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금융당국도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금융 시장 위기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정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부동산 PF 보증을 5조원 늘리고, 미분양 PF 보증도 5조원을 신설해 이번 달 조기 시행에 들어간다.

또 1∼3개월로 만기가 짧은 PF ABCP를 만기가 긴 대출로 전환할 수 있게 HUG와 주택금융공사(HF)가 직접 사업자보증 지원에도 나설 방침이다. 이렇게 자금이 돌지 않다보면 흑자 부도까지도 예상해볼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내수 시장을 덮친 자금 경색에 중국의 걷잡을 수 없는 코로나 재확산 공포까지 가세, 그 여파가 어디까지 확산될 것인지 미처 예측도 어려운데 한숨 돌리나 싶게 방역규제 완화와 여행 자유화를 선언한 중국에 대하여 전세계가 다시 빗장을 걸어잠그고 있다. 그 여파와 충격은 순식간에 일파만파로 확산될 수도 있다.

이런데 올해 유망주는 중국 리오프닝 수혜주와 건설, 은행 등이라고 자신있게 꼽으면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생기는 상반기가 투자 적기가 될 것이라고 또 앵무새처럼 노래하고 있으니 그저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무역적자는 472억$로 연간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간 수출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고 자찬(自讚)할 수도 있지만 글로벌 에너지 가격상승으로 수입 또한 크게 늘었다. 수출은 3개월째 감소중이며 무역수지 적자 또한 9개월 연속 지속되고 있다.

당연히 올해 상반기도 무역수지 개선이 어려울 것이다. 무역수지가 연간 적자를 기록한 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132억6천만$ 적자  이후 14년만에 처음이다. 적자 규모 역시 종전 최대였던 IMF 직전인 1996년 206억2천만$의 약 2.3배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결론은 우리가 지금까지 '듣보위'(듣도 보도 못한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판국에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라고 승승장구할 수 있겠는가. 승승장구는 커녕 지난달 기준 5개월 연속 역성장했고 수출 감소 폭 역시 확대되고 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8월 -6.8%, 9월 -4.9%, 10월 -16.4%, 11월 -28.6%, 지난달 -29.1%로 감소 폭이 커지고 있다. D램 고정가 약세가 주요인이다. 2021년 4분기 D램 고정가는 3.71$에서 지난해 1분기 3.41$, 2분기 3.37$, 3분기 2.86$로 하락했다. 지난해 4분기에는 2.21$까지 가격이 떨어졌을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이 정도면 우려 수준을 넘어선 심각 단계다.

한바탕 장사를 마치고나서 쉬었다가 다시 개장을 준비하는 음식점처럼 "지금은 준비중입니다"라는 팻말을 걸어두고서라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고 또한 고객들에게 경종을 울려주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이것이야말로 매출과 수익을 떠나 진심으로 고객들을 생각하는 최소한의 서비스가 아닐까. 속절없이 떨어지는데도 쉬지 않고 계속 지겹도록 사라고 한 것의 이토록 처첨한 결과에 대한 일말의 양심선언(?)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적어도 무언가를 자꾸 하거나 사려고 시도해서는 안된다는 것 정도는 기본적으로 알려야 한다.

"지금은 준비중입니다!" "준비가 될 때까지, 들어와도 좋다고 할 때까지~기다려주십시오!"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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