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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22! - "물 줄기가 바뀌기 전까지는~"
아듀 2022! - "물 줄기가 바뀌기 전까지는~"
  • 황윤석 논설위원
  • 승인 2022.12.19 0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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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2022! - "물에 올라타지 말자!!"

드라마 <재벌집 막내 아들(Reborn Rich)>이 장안의 화제다. 시청률 20%를 훌쩍 넘어섰고 지난주 22%로 연일 시청률 신기록을 경신중이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Extraordinary Attorney Woo)>의 시청률도 가뿐하게 뛰어넘었다.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 석사
sbs비서실 스피치라이터
대우증권 실전투자대회 3위 입상
한국경제tv 슈퍼스탁킹 우승
한국경제tv 해외주식 전문가

흙수저로 재벌가의 온갖 잡일 허드렛일, 뒤치닥꺼리를 도맡아해오던 순양그룹 모 팀장이 주인공이다. 그가 재벌들이 해외 페이퍼컴퍼니에 숨겨둔 비자금을 찾으러 갔다가 죽임을 당하고나서 다시 재벌의 막내 손자로 태어난다는 얘기다. 발상 자체가 황당무계하기 짝이 없지만 이미 검증된 베스트셀러 웹툰 원작을 드라마화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재벌가에 태어난다는 것이 어디 꿈에서라도 가당키나 한 일인가. 제발 꿈이라도 한번 꿔봤으면 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고 제발 이 꿈에서 깨지 말았으면 하는 사람들도 있을 터이니 시작전부터 관심을 끌기에는 충분했을 것이다.

가업 승계를 둘러싼 암투에 상류사회의 짜릿한 러브라인과 통쾌한 복수의 자극적인 플롯까지 잘 비벼서 얹었으니 시청자들이 열광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 이미 검증된 웹툰소설을 원작으로 한 것도 그렇고, 격동기 한국의 크고작은 사건들의 리바이벌, 근현대사를 두루 아우르는 시대적 배경에다가 속도감있고 긴박하게 전개되는 자극적인 스토리 등 입맛 당기는 구색을 다 갖췄다.

2001년 9.11 테러 사태로 글로벌 주식시장이 폭락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풋옵션 한방에 그룹 승계구도 대반전을 노리는 재벌2세의 웃지못할 행보도 당시 상황을 감안하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지금이라도 풋옵션에 배팅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조바심내는 미라클 대표의 절박한 SOS에 주인공은 철저한 역발상으로, 바닥에 처참하게 나뒹구는 우량주를 사들인다. "흘러가는 물에 올라타면 어느 정도는 벌 수 있겠죠" 그렇지만 궁극적으로는 물 줄기를 바꿔야한다고 했고 결국 성공했다.

속절없이 하락장을 바라며 풋에 올인한 '잔머리 재벌 2세'가 파산한 것과는 반대로. 곧 무너질 것만 같았던 암울한 경제와 증시는 "BUY KOREA 펀드"의 등장과 함께 펀드 열풍으로 다시 힘차게 부활했다.

이밖에도 1998년 IMF 구제금융 이후 경영악화와 재정부실로 매각 부도처리된 기아차와 한보그룹, 작전주 새롬기술에 이르기까지 2000년 닷컴버블의 흥망성쇠를 실감나게 담아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터넷 무료전화를 앞세워 자회사인 다이얼패드의 미국 상장이라는 재료로 공모가 2300원에서 상장 이후 1년만에 2000년 5월 30만원을 찍는 등 공모가 대비 무려 150배나 오른 작전주 새롬기술 사례는 다시 봐도 짜릿함을 넘어 섬뜩하기까지 하다.

새롬기술의 사례에 다른 종목을 넣는다면 지금도 충분히 그럴듯해 보인다. 코로나 이후 넘치는 유동성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 그리고 4차 산업혁명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그리며 주가가 크게 올랐던 기업들이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자 밑천을 드러내고 있고, 일부 기업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가 문제가 되고 있으니 얼마든지 새로운 스토리가 무궁무진하다.

12월 美 FOMC회의에서 0.5% 빅스텝 인상에 그쳤는데도 시장은 맥없이 털썩 주저앉았다. 3회 연속 0.75% 자이언트 스텝의 가파른 인상이 끝났는데도, 11월 CPI가 7.1% 상승으로 시장 예상치 7.3%를 밑돌아 사실상 인플레 피크아웃이라는 반가운 해석에도 증시는 환호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물가가 잡힐 때까지 금리를 계속 올릴 것이라고 재차 확인한 것과 또 침체가 오더라도 내년 금리 인하는 없다고 못을 박았기 때문이다. 엎친데덮친 격으로 미국은 최대 소비시즌인 11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6% 감소, 1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본격적인 소비 위축과 침체의 공포가 들이닥쳤다. 그 자체가 바로 쇼크였다. 11월은 추수감사절 연휴와 미국 최대할인 시즌인 'Black Friday'를 끼고 있어, 연중 최대의 소비 대목이었으니 말이다. 특히 인플레에도 불구하고 소매판매액 자체가 前月보다 줄었다는 것은 소비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코로나 청정국'이라며 기세등등하게 '제로코로나'를 외쳤던  中 시진핑 정부는 봉쇄에 대한 국민들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즉각적으로 봉쇄를 해제하고 위드코로나로 재빠르게 전환했다.

제2의 천안문 사태를 우려한 즉각적인 조치였지만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 중심으로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급증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발 리스크가 어떠한 모습으로 내년도 글로벌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울지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상태다

지금 필자에게 묻는다면 당근 주식하지 말라고 한다. 주식뿐만 아니라 채권, 외환, 부동산, 금 등 어떤 재테크도 해서는 안된다고 말이다.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버는 것이다. 꼭 돈을 벌어야만 버는 것이 아니고 잃지 않는 것도 결국 버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저 가만히 숨만 쉬고 있어야 한다.

주변을 한번 돌아보라. 매일 아파트 시세 하락과 신규 미분양 등 자산 디플레 소식들이 우울한 세밑을 장식하고 있다. 전문가들마다 이구동성으로 부동산 추가하락을 경고하며 머지않아 거품이 꺼진다고 겁을 주고 있다.

기업도 자영업자도 샐러리맨도 예비취업자도 모두 다들 어렵다고 한다. 뭐 하나 잘되는 것이 없다고 푸념들이다. 치솟는 물가를 견디지 못해 음식값이나 제품값을 올리는 순간 갑자기 소비자들의 발길이 뚝 끊긴다.

그래도 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나중에 눈물의 재고 떨이를 하더라도 말이다. 이러한 악순환이 조기에 끝날 것 같지 않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7월4일자 칼럼 "침체가 긴축보다 무서운 세가지 이유"에서 이미 필자는 일찌감치 경고한 바 있다. 금리 인상이나 긴축보다 훨씬 더 무서운 것이 경기침체라고 말이다. 긴축은 그야말로 허리띠를 꽉 졸라맨다면 숨은 쉴 수 있지만 침체는 시들시들 서서히 골병들고 말라죽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장기화될 경우 자칫 백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 그래서 훨씬 더 무섭다.

첫째, 유가가 급락하는데서 침체를 가장 먼저 알아차릴 수 있다. 아예 소비 자체를 하지 않거나 크게 줄이면서 수요 자체가 크게 위축되기 때문이다. 각종 경제지표상의 침체 시그널로 인해 가계 기업 정부 등 모든 주체가 안 사고 안 쓰고 안 만들뿐만 아니라  주지도 않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

둘째, 안 팔리는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이기 시작하는데서 알 수 있다. 전세계 제조업체의 재고가 3개월만에 970억$(약 125조원) 늘어나면서 10년만에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국제 상품 가격이 급등하자 기업들이 일찌감치 원자재 확보에 나서면서 재고가 늘었다는 분석인데 물류 공급망 대란 여파로 제때 출하하지 못한 완제품 재고 또한 급증했다.

기업은 남아도는 재고를 정리하기 위해 생산을 줄일 가능성이 높아 결국 생산 감소-> 투자 감소 -> 소비 감소 등의 트리플 악순환으로 이어져 마침내 침체의 늪에 빠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이 도산하고 폐업이 급증하는 것이 그 신호탄이다. 상품을 제조 생산, 판매해서 은행의 이자도 갚지 못하는 좀비기업들이 속출하고 마침내 도산하고 폐업하는 기업들이 늘어난다면 침체는 의외로 장기화될 수 있다.

푼돈을 벌기 위해 매일매일 흘러가는 물에 올라탈 것이 아니라 큰 물줄기를 바꾸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또 물줄기가 바뀔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물이 빠져서 밑바닥이 보이는데도 허우적거리는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된다.

얼마전까지 인플레 피크아웃이라고 엔데믹 호황 시작이라고 난리 법석이더니 지금은 R(Recession)의 공포, 침체 위기가 왔다고 또 야단 법석들이다. 며칠 남지 않은 2022년도는 그렇다치고 2023년도 침체로 인한 고통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연초부터 기업들은 구조조정에 나설 것이고,  그마저도 감당하지 못하면 도산과 폐업으로 이어질 것이다.

아듀 2022!!

다사다난한 한해를 보내며 지금은 정말 많이 힘들고 어렵지만  다가올 2023년도에는 아주 조금씩이라도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역사는 반복된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과거의 실패를 교훈 삼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물이 차 있을 때는 잘 안보이지만 물이 빠지고 나면 발가벗고 수영하는 사람이 보이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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