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 이유, 박찬구 회장체제 반기 들었다 실패
박철완 “모든 주주들과 소통…거버넌스 개혁”
금호석유화학이 주주총회에서 이른바 ‘조카의 난’을 일으킨 박철완 상무를 5일만에 전격 퇴임시켰다. 이에 박 상무가 “회사의 폐쇄적인 문화와 거버넌스의 큰 개혁이 필요하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해 추후 또 다른 갈등이 예고된 상황이다.
1일 금호석화측과 박 상무측에 따르면 전날(31일) 회사는 박 상무에게 ‘계약해지’ 통보문을 보냈다.
회사는 통보문에서 ‘해외고무영업 담당 임원으로서 회사에 대한 충실 의무를 위반해 관련 규정에 의거해 위임계약을 해지한다’고 했다. 미등기 임원인 박 상무는 계약해지로 즉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명목상의 퇴임 사유는 ‘외부 사외이사 겸직’이지만 진짜 이유는 지난 주총에서 박찬구 현 회장의 경영체제에 대한 반기를 들었기 때문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고(故) 박정후 금호그룹 회장의 아들인 박 상무는 박찬구 현 회장의 조카로 삼촌 박찬구 회장 체제에서 승진에 누락되자 지난 26일 주주총회에서 ‘조카의 난’을 일으켰지만 실패했다.
박 상무는 주주총회에서 ‘본인을 사내이사로 임명하고 사외이사를 자신이 추천한 인사들로 교체해달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재 박 상무는 금호석화 개인 최대 주주(10%)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임원으로서 회사 승인 없이 외부 사외이사를 겸직했을 뿐만 아니라, 사내 논의창구가 있음에도 ‘부적절한 방식’으로 의견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선 지난해 말 금호석유화학이 창립 후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금 박 상무의 난이 애초에 성공할 수 있었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주주들 입장에선 잘 굴러가는 회사의 경영체제를 바꿀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상무는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박 상무는 31일 퇴임 통보를 받고 난 뒤 입장문에서 ‘거버넌스의 개혁’을 언급하며 포기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박 상무는 “금호석유화학은 특정 개인의 것이 아닌 모든 주주들이 소유하는 ‘공개회사’이며, 따라서 모든 주주의 권익과 가치 증대를 최우선시해야 한다”며 “개인최대주주이자 임원으로서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진정성 갖고 제안한 내용들을 ‘부적절한 방식’이라고 단정 짓고 사전에 어떠한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퇴임 처리한 회사의 소통 방식에서 폐쇄적인 문화와 거버넌스의 큰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영권 분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측에서 경영권 분쟁으로 호도하며 퇴임시키는 점은 유감”이라며 “이번 주총에서 뉴노멀시대의 그룹 문화 혁신을 하겠다는 약속은 단순히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박 상무는 “저는 앞으로도 모든 주주들과 소통하며 금호석유화학이 시장을 주도하는 혁신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특히 거버넌스의 개혁(Governance Transformation)을 통해 기업가치가 향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많은 관심 가져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