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저효과 불구 장기 저성장 전망 유효…장기적으론 성장주 우위
코로나19사태의 완화로 인한 경기회복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전망, 수급 부담 등으로 최근 국고채 중장기물 금리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경기 회복 기대감과 함께 대규모 재정부양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 등이 국채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장단기 금리차도 10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통상 장단기 금리차 확대(커브 스티프닝)는 경기회복의 신호로 읽히는데 경기회복 국면에서는 성장주에 비해 장기간 상대적 약세를 보여온 가치주가 주목을 받을 것이라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19일 10년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 1.854%로 마감했다. 올해 들어 14.1bp(1bp=0.01%) 급등하면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11월 수준에 올라섰다.
반면 3년물 금리는 제한적인 흐름을 보이면서 커브 스티프닝이 강해지고 있다. 전날 10년물과 3년물 금리차는 86.9bp였다. 지난 17일에는 87.6bp를 기록해 2011년 2월16일(89bp) 이후 10년만에 가장 컸다.
미국채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하루만에 10bp(1bp=0.01%) 넘게 오르면서 1.31%까지 올랐다. 코로나19가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지난해 2월27일(1.309%) 이후 최고치다.
10년물 국채와 물가연동국채(TIPS)의 금리 차로 투자자들의 향후 물가 기대를 보여주는 10년 BEI(breakeven inflation)는 2.24%대로 2014년 이후 최고치로 올랐다.
통상 커브 스티프닝은 경기 상승의 신호탄으로 읽힌다. 단기금리는 기준금리에 영향을 크게 받지만 중장기물은 물가, 성장률 등 거시경제 전망과 수급에 의한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장단기 금리차가 확대되면 실적이 좋은 저평가 가치주, 경기민감주 등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론상 주가는 기업 이익·배당을 현재 가치로 할인한 값이다. 할인율(금리)이 높아지면 주가도 하락할 수 있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식에 적용하는 할인율이 올라가는 가운데, 이익 상승이 제한적이라면 주가는 빠질 수밖에 없다”면서 "다만 할인율이 올라가더라도 기업이익 증가가 빠르면 주가도 올라갈 수 있으므로, 실적이 좋은 가치주가 상대적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그는 “인터넷 등을 비롯한 성장주는 할인율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금리 상승에 취약할 수 있다”면서 “다만 금리 상승과 실적 개선의 속도에 따라 영향은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문종진 교보증권 연구원은 “경기가 좋아지고 기업 실적의 전반적인 개선이 이루어지면 성장에 주던 프리미엄은 낮아지고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낮은 가치주에 관심이 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로 기업실적 전망치가 지속적으로 하향되던 2020년 상반기까지는 성장주가 가치주 대비 큰 폭으로 좋은 성과를 거두는 국면이 진행됐지만, 하반기 이후 백신 보급과 경제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하며 가치주의 상대강도가 개선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따른 수혜주로는 은행과 보험 등 금융주, 원자재 상승의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정유, 철강과 유통업종 등이 꼽힌다.
은행은 금리마진 확대, 보험은 금리 상승에 따른 자산운용 수익률 증대의 효과를 볼 수 있고 정유·철강과 유통업종, 음식료 업종도 물가 상승시 판가 인상의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있어 눈여겨볼 만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아울러 연말로 갈수록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던 저평가된 기업들이 주목받을 수 있는 국면이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며 저평가 기업 중에서도 실적 개선의 여지가 보이는 종목들을 선별해 들고 가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가치주가 성장주에 비해 강세를 보이는 국면이 당분간 나타날 수 있으나,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여전히 성장주가 우위에 있다는 예측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