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이라는 요소가 가치 투자의 핵심이다. 할인에 대한 철저한 추구야말로 가치
투자를 위험 회피법이 되도록 만들어준다.”
- 세스 클라먼
우리는 ‘소유하고 싶다’는 감성적 본능에 이끌린다. 쇼핑몰에 들어서면 걷고 또 걷는다. 눈을 사로잡는 물건들의 감촉을 느껴보고, 코로 냄새도 맡아보고, 제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듣기도 하고, 한 손에 테이크아웃 한 커피를 마시면서 신이 인간에게 준 모든 감각을 이용하여 분석하고 마침내 선택한 물건을 구매한다.
사소한 물건을 하나 사더라도 실제로 돈을 지불하려면 이것저것 따져 보고 비교한 후에 결정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주식 시장에 오면 이러한 일반적인 쇼핑 방법, 합리적인 소비 행태를 까맣게 잊어버린다. 가치를 따지지 않고 무작정 남들이 좋다고 하는 주식에 덩달아 흥분해서 인기 있는 주식을 매수한다. 혹에 쉽게 넘어간다.
증권방송에 출연한 전문가나 애널리스트들이 사라고 추천하는 주식에 귀가 솔깃해진다. ‘미래의 새로운 물결을 선도할 유망 기업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기업이다!’ 이런 얘기를 들으면 투자자들은 ‘이렇게 매력적인 주식을 사지 않으면 굉장한 기회를 잃어 버릴지도 몰라’라고 생각하면서 조급해한다.
주식 시장에서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그 종목을 매수한 이유에 대한 대답이 두루뭉술하다. 최소한 자기가 쇼핑한 물건을 산 이유만큼이나 자신이 선택한 투자 종목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아니, 물건을 구입하는 행위보다 몇 배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
쇼핑과 주식 투자를 비교하여 주식 투자자들이 갖추어야 할 올바른 자세를 정리해보았다.
첫째, 디테일에 강해져야 한다. 디테일의 사전적 의미는 세부, 세목, 상세, 세부 묘사 등의 뜻이다. 그리고 요즘 쇼핑족들이 말하는 ‘디테일하게’라는 의미는 ‘자세하게, 소상하게, 세부적으로, 상세히, 조목조목’ 등의 뜻으로 쓰인다. 디테일의 본래 의미와는 좀 멀다고 느낄 수 있지만, ‘섬세하다’는 의미로까지 확장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투자자들에게도 디테일이 요구된다. 먼저 차트 구성 요소를 차근차근 따져보아야 한다. 이동평균선은 어떤지, 캔들은 어떤 모양인지, 거래량은 증가했는지 감소했는지, 기업은 1차 산업인지, 2차 산업인지, 3차 산업인지와 같은 기본적인 사항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
다음은 《디테일의 힘》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중국의 한 업체가 냉동새우를 유럽에 수출했으나 수입 거부는 물론 손해배상까지 청구당했다. 1,000톤의 냉동새우에서 항생제 0.2그램이 발견되어 통관 불허 결정이 난 것이다. 원인을 알고 보니 냉동새우 껍질을 벗기는 직원이 손에 난 습진을 치료하려고 소독약을 바른 채 맨손으로 작업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검사에서 발견된 항생제는 전체 물량의 50억 분의 1밖에 안 되는 극소량에 불과하다. 하지만 장갑 착용 등 위생관리를 철저히 하지 않는 기업이었기 때문에 그런 엄청난 결과에 이른 것이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속담처럼 현명한 투자자들은 하찮은 것, 작고 사소한 것,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을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꼼꼼해야 한다. 주식 매수를 할 때는 쇼핑을 하듯 빈틈이 없이 차분하고 조심스러워야 한다. 쇼핑을 할 때 미리 필요한 물품을 메모하고 집을 나선다면 필요 없는 물품을 구입할 확률은 낮아진다. 이처럼투자자들도 관심 있는 종목을 미리 정한 후 선정 종목 위주로 분석을 한다면 충동 매매를 할 가능성도 현저히 줄어든다.
셋째, 의심해야 한다. 의심은 상대방을 확실히 알 수 없어서 믿지 못하는 감정이다. 일반적으로 타인을 의심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나쁘게 인식되고 있으나, 적당한 의심이 있어야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다른 견해도 있다.
그렇다면 투자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종목을 선택할 때 긍정적인 평이 많다면 먼저 의심부터 하라. 오늘 ‘1분기 실적 서프라이즈’라고 발표했다가도 내일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이라고 발표하는 게 우리 주식시장의 현실이다.
넷째, 계획성 있는 투자를 해야 한다. 만약 가치 투자 계획을 세웠다면 그에 맞는 종목을 선별하라. 가치 투자라면 시세에 연연하지 말아야 한다. 낮은 주가로 거래되는 기업에 투자하여 그 기업이 실제 가치를 평가받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가치 투자의 원칙이 아니던가.
워런 버핏은 “시세창을 보지 말고 사업의 가치의 변화를 봐라.” “거시경제를 무시하고 개별 기업의 지속 가능한 미래 수익에 초점을 맞춰라.” “시장의 예측을 무시하고, 사업을 분석하라.”와 같은 격언을 남겼듯이 시장의 방향을 예측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일 수 있다.
주식 투자자라면 좋은 주식을 사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며, 매수하는 이유를 잘 아는 똑똑한 쇼핑족이 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