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포스트
주요뉴스
금호석유화학, ‘조카의 난’으로 촉발된 경영권 분쟁 예고…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결판나나
금호석유화학, ‘조카의 난’으로 촉발된 경영권 분쟁 예고…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결판나나
  • 김규철 기자
  • 승인 2021.01.29 17: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찬구 회장 조카 박철완 상무 “특수관계인 아냐” 공시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 될 가능성 커

10년 전 ‘형제의 난’으로 경영권 분쟁을 치렀던 금호석유화학이 이번엔 ‘조카의 난’이 현실화됐다. 오는 3월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개인 최다 지분을 보유한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공시를 통해 숙부 박찬구 회장에 전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다.

이에 금호석유화학의 주가도 공시 다음날인 28일 전 거래일 대비 23% 이상 상승하는 급등세를 보였지만 29일에는 10.65% 하락한 24만7000원에 장을 마감하는 등 전날 상승분을 상쇄했다. 

금호석유화학 주가

금호석유화학의 주요주주는 박찬구 회장(6.7%), 아들 박준경 전무(7.2%), 그리고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아들이자 박찬구(72)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상무이고 박 상무는 지분 10%를 보유한 개인 최대 주주이기도 하다.

지난 27일 박 상무는 “기존 대표 보고자(박찬구 회장)와의 지분 공동 보유와 특수 관계를 해소한다”고 공시하며 금호석유화학 경영권 분쟁에 방아쇠를 당겼다.

이는 박 상무가 숙부인 박찬구 회장과 묶인 특수 관계를 해소하고 일반 주주 지위를 갖기 위해서인데 특수관계인은 주주제안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일반 주주 지위를 획득하고, 주주제안을 하려는 의도가 전제에 깔린 것으로 예측된다. 

박 상무는 오는 3월 금호석유화학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사외이사 10명 중 임기가 만료되는 인원 5명을 본인에게 우호적인 인물과 교체하고 곧 바로 박찬구 회장을 비롯한 기존 이사 해임안을 건의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박 상무는 공시를 낸 당일 금호석유화학 측에 배당 확대와 이사 교체 등을 요구하는 내용의 주주제안서를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고 특수 관계가 해제되면 박 상무는 지분 10%를 보유한 최대 주주가 된다. 

현재 박찬구 회장이 지분의 6.7%를, 아들 박준경 전무가 지분 7.2%, 딸 박주형 상무는 지분 0.98%를 들고 있다. 박찬구 회장 일가의 지분은 총합 14.84%로 박 상무가 가진 지분보다 5% 가까이 많은 숫자다.

박 상무는 부족한 지분 확보의 유력한 아군으로 지난해 9월부터 금호석유화학의 주식을 집중 매집한 중견건설업체 IS동서를 꼽고 이미 포섭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예측된다.  

IS동서가 주식매집의 결과를 공시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지분율은 대략 5% 미만으로 예상되는데 박 상무의 지분과 합치면 박찬구 회장 일가와 대등한 수준의 대결을 벌일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아울러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현재 국민연금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율은 8.16%로 2대 주주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6년과 2019년 두 차례 이미 박찬구 회장 사내이사 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진 이력이 있어 일각에서는 박 상무측으로 손을 들 가능성도 높다는 의견이 나왔다.

박 상무의 이러한 발 빠른 움직임에 금호석유화학은 지난 28일 입장문을 내고 “현재 경영진의 변경과 과다배당을 요구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반 주주들을 향해 “당사는 회사의 경영안정성과 기업 및 주주가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모든 조치를 다하고자 하오니 주주들의 적극적 협조와 흔들림 없는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박철완 상무가 촉발한 이번 경영권 분쟁은 이미 멈출 수 있는 단계는 지난 것으로 보여진다. 그 동안 노출됐던 박 상무와 박 회장간의 지속적인 분쟁이 심화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박철완 상무의 부친은 2002년 작고한 고 박정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다. 그때 박 상무의 나이는 20대 중반으로 부친의 이른 작고로 경영자의 반열에 오르지 못했다.
 
더욱이 아시아나항공 차장으로 근무할 당시 숙부들 간 경영권 다툼이 일어났고 박 상무는 당시 그룹내 경영권을 쥐고 있던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편에 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관계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2010년 그룹 전체가 워크아웃 및 자율협약 등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 직후 박삼구 전 회장 측과 갈등을 빚게 됐고 산업은행 주도로 금호아시아나그룹 주요 계열사 경영권이 교통정리되던 시기 돌연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을 요구했다가 심한 질책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악수는 박 상무를 경영상에서 더욱 고립하게 만들었고 이때 그를 거두어 준 인물은 반대세력에 있던 박찬구 회장이다. 

박 회장은 당시 박 상무에게 임원 자리를 주며 합성수지와 합성고무 부문을 번갈아 맡겼다. 박찬구 회장은 박철완 상무의 부친인 고 박정구 회장을 형제 중 가장 존경했고 너무 빨리 고인이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해오다 박삼구 회장 편에 섰던 박 상무가 박삼구 회장과의 갈등으로 행보가 불투명해지자 품에 안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박 회장의 도움으로 금호석유의 한 축을 이끌던 박 상무는 성공적인 경영 수업 과정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였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금호석유화학이 채권단 자율협약 상태에서 경영이 되던 시기에 박찬구 회장 가계와 공동경영을 주장하며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측에 여러 차례 불만을 제기했다 이사회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2011년에는 그의 모친인 김형일 고문이 금호석유화학 주식 7만 여주를 장내에서 매수했다가 매도하면서 공시 의무가 있음에도 공시하지 않아 여러 뒷말이 낳았고 당시 매수 금액은 대략 100억원 가량이고 약 40억여원의 시세차익을 봤던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이 지난해는 사촌인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전무로 승진하는데도 불구하고 승진에서 누락되자 사내 네트워크가 그리 탄탄하지 않아 금호석유화학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마저 나왔다.

앞서 금호는 지난 2010년 ‘형제의 난’을 겪으며 2개 그룹으로 분리됐다. 당시 창업주의 3남인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와 금호산업을, 4남인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을 맡았다.

과연 이번 박철완 금호석유화학상무의 '조카의 난'에서는 어떠한 결과가 만들어질지 세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