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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은행들 “펀드 판매 위축 불가피”
국내은행들 “펀드 판매 위축 불가피”
  • 한해성 기자
  • 승인 2020.09.29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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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 비보장 상품” 판매 까다롭게
장기적으론 투자문화 성숙할 것
소규모 운용사 소외·다양성 축소

시중은행들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후속조치로 ‘원금 손실 우려가 있는 비예금상품’ 판매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등 내부통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앞으로 관련 상품 판매가 위축되는 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은행연합회 이사회는 전날 ‘비예금상품 내부통제 모범규준’을 의결했다. 원금비보장상품의 기획과 선정·판매·사후관리 등 상품 판매 전 과정을 총괄하는 임원급 ‘상품위원회’를 두는 게 골자다.

위원회 심의 결과는 대표와 이사회에 보고해야 하고, 관련 자료 등은 서면·녹취 등 방식으로 10년간 보관해야 한다. 적용대상은 은행이 개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각종 펀드·신탁·연금·장외파생상품·변액보험 등 원금손실 위험이 있는 비예금상품이다.

일부 안전자산으로 운용되는 머니마켓펀드(MMF)·머니마켓신탁(MMT) 등 원금 손실 위험이 낮은 상품은 제외되고,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상품 심의는 부서장 협의체 등 하위조직에 위임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고난도 금융상품, 해외대체펀드(기초자산 해외 소재), 위험도 중간등급 이상(1~3등급) 상품 등은 위원회가 직접 심의해야 한다.

이를 두고 은행들은 장기적으로 볼 때 성숙한 투자 문화가 형성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관련 상품 판매 시장이 지금보다 더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내다본다. 상품 선정부터 판매, 사후관리 전 분야에 걸친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모범규준을 보면) 원금 손실이 있는 상품을 판매할 때 지켜야 할 부분이 엄청 많아졌다”며 “정착되기까지는 시행착오가 있을 듯 하다”고 평가했다.

은행 채널 판매가 제한적으로 운영되면서 대형 자산운용사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 관계자는 또 “아무래도 판매사가 고객에게 제공할 자료의 신뢰성 등을 감안하면 (제조사인 자산운용사를 선택할 때) 대형 자산운용사 중심이 될 것”이라며 “소규모 자산운용사, 대안투자 전문운용사 등이 위축돼 투자상품 다양성이 당분간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고난도 금융상품에 대한 규제는 이해한다”면서도 “1년 정기예금 금리가 1%도 안 되는 상황에서 예금과 비예금을 나눠 은행의 비예금상품 판매를 규제하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고 국민의 자산 증식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재 은행과 증권사 직원이 동일한 자격시험을 통해 펀드, 파생상품, 변액보험 등 판매를 하고 있다”며 “같은 상품을 다루는 금융사간 규제 내용이 다르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규제 형평성 문제는 카카오, 네이버 등 빅테크와의 경쟁 측면에서도 계속 언급되는 부분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모범규준이 소비자보호를 위해) 필요한 노력인 건 맞다”면서도 “금융 경계가 허물어지고 빅테크가 치고 들어오는 상황에서 기존 은행들의 발목이 묶이는 명분이 생긴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은행 직원들 입장에서는 모범규준에 포함된 내용 중 성과평가지표(KPI) 개선이 크게 와닿는 부분이다. 

DLF 사태 이후에 은행들 자체적으로 판매실적 대신 고객만족도를 성과평가에 반영하는 등 KPI를 개선했지만, 내규에 명시하는 것 자체가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책임 소재가 확실해지면서 문제 발생시 임원을 비롯한 직원들의 제재가 강화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 관계자는 “수익 중심에서 고객 중심의 상품 판매로 전환하는 과도기적인 시점에 일정 메시지를 주는 모범규준”이라며 “단순한 모범규준에 그치지 않고 강행규정처럼 얼마만큼의 실행력을 가지느냐가 관건”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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