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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증자 통해 일본 지분 낮춰 지배력 강화…지배구조 개편 막바지 작업
유상증자 통해 일본 지분 낮춰 지배력 강화…지배구조 개편 막바지 작업
  • 김규철 기자
  • 승인 2020.09.16 1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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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칠성음료, 우호지분 포함 과반 확보…‘종속기업’ 편입 가능성

롯데칠성음료가 올해 들어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제3자 배정방식으로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보통 일반 기업이 유상증자를 추진할 때는 현금유동성이 현저히 낮은 폭이기 때문인데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6월 말 기준 2000억원이 넘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유상증자를 단행해 그 배경에 귀추가 주목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꾸준한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그룹의 아킬레스 건으로 꼽히는 일본기업 이미지를 지우기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이번 유상증자도 롯데지주를 통해 일본그룹사의 지분을 낮추고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16일 롯데칠성음료는 롯데지주가 보유하고 있던 필리핀 펩시와 롯데주류 일본법인 지분을 919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취득예정일은 오는 12월11일이다. 

이번 인수에서 대금은 현금 대신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지불하기로 결정했으며 919억원에 해당하는 신주 98만1663주(발행가 9만3660원)를 롯데지주가 가져가는 형태다. 

이에 따라 롯데지주의 롯데칠성음료 지분율은 기존 26.5%에서 34.6%로 높아지게 됐으며 우호지분인 자기주식·신동빈·신영자·롯데장학재단까지 더하면 48.1%까지 상승한다. 과반에서 약간 부족한 지분이다.

하지만 절대적 지배력에 필요한 지분을 사실상 확보한 셈이며 롯데지주의 롯데칠성음료 지배력이 강해졌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롯데지주는 핵심 식품계열사 3사(제과·푸드·칠성음료) 중 유일하게 롯데칠성음료만 종속기업이 아닌 관계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관계기업이란 완전한 지배가 아닌 ‘유의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회사를 말하는데 재무회계상 지분법을 따르는 것도 종속기업과 다른 점이다. 종속기업의 경우 자산과 실적을 고스란히 품을 수 있어 지주회사 규모를 키울 수 있다.

롯데지주가 롯데칠성음료를 관계기업으로 두는 배경에는 이 회사를 일본롯데그룹 영향력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다. 

롯데칠성음료는 일본롯데 지분에 막혀 완전한 지배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일본롯데에 속한 롯데알미늄(8.87%)·호텔롯데(5.92%)·롯데홀딩스(1.37%)가 롯데칠성음료의 지분 중 16.17%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롯데칠성음료가 롯데지주 아래로 완전히 들어오게 되면 일본기업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다. 지분이 50% 미만이지만 ‘사실상 지배력’이 인정되면 종속기업으로 편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오랜 시간 일본기업 이미지을 벗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실상은 쉽지 않다.

호텔롯데의 상장이 일본기업 이미지 지우기에 마지막 순서지만 주변 여건이 여의치 않아 속도를 못 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신 매입이나 유상증자 등을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지분율을 조금씩 높여가고 있다. 

지난 6월 롯데지주는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의 롯데푸드 지분 약 13%를 모두 매입했다. 롯데푸드의 일본 그림자는 L제2투자회사(4.34%)뿐이다. 롯데지주는 즉시 롯데푸드를 관계기업에서 종속기업으로 편입했다. 일본을 뒤로하고 확실한 지배력을 갖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롯데지주는 롯데푸드의 연 매출 약 1조8000억원(2019년 기준)을 품어 회사 규모를 키울 수 있게 됐다. 롯데칠성음료(2조4000억원)까지 종속기업으로 들어오면 롯데지주 매출은 8조7000억원에서 13조원으로 늘어난다.

한편 롯데지주와 롯데칠성음료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하며 “롯데칠성음료의 종속기업 편입은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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