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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수출규제 1년…소부장 ‘국산화’로 피해 줄었지만 갈 길 멀어
日수출규제 1년…소부장 ‘국산화’로 피해 줄었지만 갈 길 멀어
  • 양희중 기자
  • 승인 2020.07.01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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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제, ‘소재·부품·장비’ 산업 자립화 계기
‘저순도’ 액체형 불화수소는 국산화 이뤄
기체 불화수소는 국산화 진전 거의 안돼
EUV 포토레지스트도 대체 안돼 일본서 수입
업계 “일본 추가제재시 문제…위기 해결 안됐다”

2020년 7월 1일. 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를 발표한지 1년이 됐지만, 한국 산업에 우려했던 만큼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규제 초기에는 일본산 반도체 소재 의존도가 큰 한국 반도체산업의 암울한 미래를 점치는 우려도 있었지만, 일본 규제가 오히려 국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 자립화의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아베(총리)가 ‘메모리 강국’이란 단잠에 취해있던 한국 반도체산업을 깨웠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러나 한국의 소부장 경쟁력이 일본의 90% 수준에 불과한데다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트 등 일부 소재의 일본 의존도가 여전히 높아 갈길이 먼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지난해 7월 한국에 수출할 때 일반포괄허가 대상에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바꾼 소재는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이다.

한국무역협회 및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에 따르면, 2020년 1~5월 기준으로 불화수소의 일본 수입비중은 작년 동기 대비 44%에서 12%로 줄어드는 등 빠르게 국산화와 수입대체가 이뤄졌다. 수입액 기준으로는 2843만 달러에서 403만 달러로 85.8%나 급감했다.

수출 규제 품목에 포함됐던 불화수소의 경우 액체 제품은 국산화를 이뤘다. 액체 불화수소는 웨이퍼(반도체 원판)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공정에 사용된다. 올초 솔브레인, 램테크놀러지 등이 일본산(産)과 대등한 제품을 양산하는 데 성공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일본 수출 규제로) 너무너무 힘들었는데, 결국에 소재·부품을 양산해서 생산에 차질이 생기진 않았다”며 “또 수입처 다변화를 위해 전세계를 누비고 다녔다. 사서 바로 쓰는게 아니라 제품 공정에 맞아야 해서 간접적 비용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액체보다 개발·제조가 어려운 기체 불화수소는 국산화가 많이 진전되지 않았다. SK머티리얼즈가 지난달 17일 초고순도(99.999%) 불화수소(HF) 가스 양산을 시작했다고 발표했지만 업계에서는 일본산 제품과 품질에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불화수소가 국산화된 것은 상대적으로 저품질인 액체형이다. 개발이 쉬운 제품”이라며 “고순도인 기체형은 국산화가 많이 진전이 안됐다. 이에 많은 업체들이 양산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토레지스트와 플루오린폴리이미드는 지난해 동기 대비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액이 증가했다.

반도체 기판 제작 소재인 포토레지스트는 대 일본 수입액이 지난해 1~5월 1억1272만 달러에서 올해 1~5월 1억5081만 달러로 33.8% 증가했다. 

플렉시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부품인 플루오린폴리이미드도 지난해 1~5월 1214만 달러였던 수입액이 올 들어 1303만 달러로 7.4% 늘어났다. 올해 1~5월까지 포토 레지스트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일본 수입 비중은 88.6%, 93.7%로 여전히 절대적이다.

EUV(극자외선) 노광공정용 포토레지스트를 국산화했다는 소식도 나오지 않았다. 동진쎄미켐 등이 EUV용을 개발 중이지만 언제 양산될지 알 수 없다. EUV 포토레지스트, 기체 불화수소 등 일본산 소재를 대체하기 어려운 품목이 200여종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최고 미세공정에 쓰이는 EUV용 포토레스트처럼 기술 개발하기 어려운 제품을 지정해서 규제한다”며 “EUV 포토레지스트는 일본의 기술력이 뛰어나다. 대체가 안되고 있으며, 상당부분을 일본에서 수입한다”고 전했다.

국내 소부장 경쟁력은 여전히 일본의 90% 수준에 불과하다. 전경련이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매출 1000대 기업(비금융 업종) 중 일본과의 수입거래가 있는 국내기업 149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지난해 7월 일본 소부장 경쟁력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한국 소부장 경쟁력은 올해 6월 91.6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협회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일본 수출규제 1년, 규제품목 수입 동향과 대일 의존형 비민감 전략물자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포토레지스트,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직접 수출규제를 받은 품목들은 모두 비민감 전략물자로, 일본이 추가 수출 규제를 단행할 경우 비민감 전략물자가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이 핵심소재의 수출을 제한적으로 허용하지만, 추가적인 수출규제로 조달이 막힐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추가적인 수입처 다변화 등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12월말 일본 정부가 규제 품목 중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수출 심사 및 승인 방식을 개별 허가에서 특정포괄허가로 완화했다. 승인받는데 시간은 걸리지만 승인은 나고 있다”며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된 것은 아니지만, 완벽하게 조달 다변화가 이뤄져서 안심할 단계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본이 건건이 승인은 내주고 있는데 아예 승인을 불허하거나 제재를 강화한다면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라며 “위기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수출 규제가 진행중이다. 일본이 추가적으로 제재를 할 수 있다”며 우려했다.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상무는 “불화수소는 준비가 돼 있어서 문제를 어느정도 극복했지만 다른 소재·부품 개발은 시작 단계”라면서 “작년 7월 일본 수출 규제 이후 일본의 태도가 바뀐게 없다. 아직까지는 우리의 노력으로만 극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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