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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쟁이보다 줏대있는 투자자가 되라
고집쟁이보다 줏대있는 투자자가 되라
  • 김명환 기자
  • 승인 2020.06.18 0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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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성장 전망이 투자자들에게 확실한 수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 벤저민 그레이엄

리빌드 에셋 대표 김명환
리빌드 에셋 대표 김명환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 서문에 나오는 아이작 뉴턴 일화를 보자. 뉴턴은 알다시피 유명한 천재 물리학자로 가우스, 아르키메데스와 더불어 세계 3대 천재로 꼽히는 사람이다.

뉴턴은 사우스시라는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고 있었다. 사우스시 사는 영국국채를 인수해서 자기 회사 주식으로 전환해주는 사업을 제안하여 설립된 회사였다. 영국 정부는 중·남미 지역의 무역독점권을 그 회사에게 주었는데, 그것은 당시로서는 매우 좋은 권리였다. 

신비의 대륙 남아메리카, 온갖 미지의 세계가 펼쳐지는 그 곳은 꿈의 세계로 불렸다. 황금의 도시, 아니 그보다 더한 것이 있을 수도 있었다. 사우스시가 얻게 된 무역독점권은 너무도 매력적인 것이었다. 뉴턴 또한 같은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도 회사의 주식을 샀고 한창 상승세 중에 주식을 팔아 7천 파운드 약 20억 원 의 수익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뉴턴은 주식을 판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자신의 결정에 대해서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그는 100%의 수익률을 이미 내고 주식을 매도 하였지만, ‘너무도 성급한 결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가는 그가 주식을 판 후에도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고 회사에 대한 평가는 날로 높아져만 가고 있었다.

너무나도 매력적인 회사 임에도 주식은 아직도 너무 싼 것이 아닐까? 사우스시 주식의 시가총액은 유럽 전체 잔고의 다섯 배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렇다. 분명 그럴 것이 분명했다.

수많은 자연의 이치를 통쾌하게 설명할 수 있는 뉴턴이 겨우 100%의 수익률만 내고 주식에서 빠졌다니. 오히려 이런 기회에 시장의 선두주자가 되어 어마어마한 수익률을 내고는 경쟁 학자들에게 자신의 현명함을 다시 한 번 널리 알려야 하는 것이 아닐까? 

뉴턴은 결심했다. 그는 다시 주식을 대거 매수하기에 이른다. 두 번째 매수 후에도 뉴턴의 주식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갔고 그는 근래에 없는 매우 만족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상한 소식이 나돌았다. 본래 남아메리카는 당시 유럽 해상의 패자라고도 일컬을 수 있었던 초강대국 스페인의 지배하에 있다. 그런 상황에서 영국 정부가 사우스시에 무역독점권을 주었다 한들, 스페인 지배 하에서는 그것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이 소문이 퍼지기 시작하자, 투자자들은 아연 실색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사우스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유령 회사에 불과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뉴턴의 법칙대로 시장은 이 소식의 엄청난 힘으로 인하여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주가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 버린다.

뉴턴은 주식으로 7천 파운드를 번 뒤 다시 2만 파운드의 손실을 입고 말았다. 그리고는 이렇게 한탄했다.

“천체의 움직임은 센티미터의 단위로까지 측정할 수 있지만 주식 시장에서의 인간들의 광기는 도저히 예상할 수가 없다.”

그는 여생 동안 자기 앞에서‘사우스시’란 말을 금지시켰다. 아이작 뉴턴 경은 역사상 가장 현명한 사람 중 하나였지만, 주식 투자자로서는‘고집쟁이’였던 것이다.

노력 없이 얻은 정보로 주식을 매수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고집이다. 고집은 자기의 의견을 바꾸거나 고치지 않고 굳게 버티거나, 그렇게 버티는 성미를 말한다. 반면에 줏대는 자기의 처지나 생각을 꿋꿋이 지키고 내세우는 기질이나 기풍이다. 

일반적으로 ‘고집쟁이’는 인기가 없고,‘줏대 있는 사람’은 인기가 많다. 부정적인 사람을 지칭할 때는‘고집쟁이’가 되는 것이고, 긍정적인 사람을 의미할 때는‘줏대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주식도 별 반 차이는 없다. 끊임없는 분석으로 자신만의 원칙을 세운 사람들은 종목을 보는‘줏대가 있는 것’이고, 투자 원칙 없이 주식 투자를 하는 사람은‘고집쟁이’가 되어 간다.

주식은 줏대 있는 사람을 고집쟁이로 변화시킨다. 그런 고집쟁이는 이기적인 주식쟁이를 만든다. 그렇기에‘자신만이 항상 옳다’라는‘고집’은 버려야 한다.

투자자는 항상 유연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만 미묘한 변화를 읽을 수 있고, 편향된 시야로 시장을 판단하는 실수를 피할 수 있다. 급변하는 시장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유연한 관점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모이면 손실은 줄일 수 있다. 닷컴버블을 아는가?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세계 경제가 가장 주목했던 부문은 인터넷의 대두였다.

앉아서 뉴스, 영화, 책을 보고 대화와 소통이 가능한 꿈의 통신망이 대중화되자, 너도나도 이 분야의 사업에 뛰어들게 되었다. 

특히 미국에서 제일 큰 인터넷 사업자였던 AOL은 기존의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세계적이었던 미디어 그룹 타임워너와 합병하면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으로 주가는 폭등을 했다.

그와 동시에 수많은 IT 관련 벤처 기업이나 기존 IT 기업들의 주가도 폭등했다. 그러나 AOL은 곧이어 바로 주저앉아 버리고 만다. 비싼 요금에 비해 턱없이 느린 인터넷 서비스는 수많은 사람들의 등을 돌리게 하였고, AOL과 타임워너의 합병 효과는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주가가 폭락하기 시작하였고 수많은 벤처 기업들 역시 파산했다. 그 당시에는 혁명적인 기술을 앞세워 승승장구할 것 같았고 성장 전망도 확실해 보였다.

투자자들은 온 재산을 바쳐 투자했지만, 과도기였던 인터넷 기술에 너무 많은 것을 융합하려다 보니 확실한 수익을 창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결과적으로 미국 경제 전체에 막대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닷컴버블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알 수 있는가? 성장 전망이 확실하다고 해도 현실적인 수익창출이 없다면 투자를 미뤄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성장 전망이 좋아 보여도 가끔은 바람에 나부끼는 잎새 같은 유연성도 필요하다. 절대적 유연함을 유지하라. 워런 버핏이 닷컴버블을 비켜갈 수 있었던 비결은 이 점을 간파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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