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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發 경제 충격…디플레이션 시작되나?
코로나19發 경제 충격…디플레이션 시작되나?
  • 정상혁 기자
  • 승인 2020.05.06 12: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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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근원물가 상승률 최저…“디플레 이미 진행 중” 우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95(2015=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1% 상승했다.
통계청이 지난 4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95(2015=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0.1% 상승했다.

코로나19發 경제 충격이 과거 ‘디플레이션(deflation·경제 전반적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 수준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국내 물가 지표 역시 이 같은 예측에 힘을 싣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연이어 발표된 각종 물가지수를 살펴보면 외환위기가 있었던 약 20년 전 이후 최악의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초의 마이너스 물가가 나오면서 한 차례 일었던 ‘디플레이션’ 우려가 코로나19 사태로 다시 한 번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6일 통계청은 ‘4월 소비자물가동향’을 통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95(2015년=100)로, 1년 전(104.87)보다 0.1% 오르는 데 그쳤다고 발표했다. 올해 들어 3월까지 1%대 상승률을 이어가다 넉 달 만에 0%대로 다시 내려앉은 것이다.

같은 기간 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는 105.65로, 1년 전(105.31)보다 0.3% 올랐다. 이 지수가 이처럼 낮은 상승률을 보였던 적은 IMF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9년 9월(0.3%) 이후 약 20년 만에 처음이다. 

1999년은 1975년 집계 이래 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 상승률이 마이너스까지 떨어진 유일한 해였다. 그 해 4~7월 넉 달간 이 지수의 상승률은 0%를 밑돌았다.

농산물 및 석유류제외지수는 계절적인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의한 물가 변동분을 걷어내고 기조적인 물가 상승률을 측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지표로, 흔히 ‘근원물가’라 불린다. 

석유 파동이 있었던 1973년 당시 전 세계적으로 석유 가격이 급등했던 것을 계기로 개발됐다. 전체 460개 품목 중 농산물과 석유류 관련 품목을 제외한 407개 품목의 가격에 기반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선 식료품과 에너지 관련 품목을 제외한 317개 품목을 기준으로 물가 기조를 가늠할 수 있다고 본다. 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의 상승률은 0.1%로, 역시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9년 12월(0.1%) 이후 최저치였다. 같은 해에 이 지수는 11월까지 무려 9개월 동안 마이너스 값을 나타냈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저조한 경제 성장률이 예측되고 있는 가운데 물가 수준마저 궤를 같이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월 단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접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었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올해부터는 1%대 수준을 나타낼 것이라고 봤던 정책 당국의 예측이 3개월짜리가 돼 버린 것이다.

디플레이션이란 경기 부진에 의한 수요 측 하방 압력으로 장기간 물가 상승률이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1930년대 대공황을 가져온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소비 부진이 판매·거래 부진과 투자·생산 침체로 이어지고 고용 감소, 실업 증가를 연쇄적으로 불러와 또 다른 소비 부진을 낳는, 악순환의 기폭제가 된다. 대공황 당시 미국에선 물가가 3년여에 걸쳐 약 27%까지 하락했던 바 있다.

민간 전문가들 사이에선 경기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디플레이션이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보면 경기 상황이 전반적으로 악화돼 있음이 물가 수준에 반영돼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면서 “소비자 물가지수에는 서비스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임금 상승 폭 등이 반영돼 있음에도 이처럼 낮은 수준의 상승률을 나타낸다는 것은 상당히 심각하다는 얘기”라고 진단했다.

GDP 디플레이터는 명목 GDP를 실질 GDP로 나눠 계산하는 값으로, 국민 소득에 영향을 주는 모든 물가 요인을 포괄하는 종합 지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GDP 디플레이터는 전년 대비 -0.9%의 하락률을 보였다. 

역시 IMF 외환위기 직후였던 1999년(-1.2%) 이후 2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다. 코로나19가 있기 전부터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만큼의 저물가가 나타나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당국은 디플레이션 상황이 나타날 지에 대해선 예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의 물가 하락세는 무상 교육에 따른 고교 납입금 하락(-64.0%),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책적인 요인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여러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이어서 향후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언급이 덧붙여졌다.

안형준 경제동향통계심의관(국장)은 “록다운(lockdown·이동제한)으로 세계 공급망이 붕괴된 상황에서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 요인과 함께 각국의 경기 부양 조치로 인해 유동성 공급이 늘면서 나타나는 또 다른 상승 요인, 재난지원금 지급 및 생활 방역 전환에 따른 추가 상승 여지 등을 지켜봐야 한다”며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악화되면서 국제유가 하락 등이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반영되는 하방 압력도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선 특히 국제유가 하락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수요 감소, 저유 공간 부족 우려 등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국제유가는 당분간 높은 변동성을 시현할 것”이라면서 “유가 하락은 국제 금융 시장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기에 각별한 주의와 대비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한편 무상 교육 정책에 따라 고교 납입금뿐 아니라 교과서(-67.4%), 학교급식비(-35.8%,) 남자학생복(-27.2%), 여자학생복(-27.0%) 등 관련 품목의 가격 하락률이 비교적 큰 폭으로 나타나고 있다. 

내년부터 통계청은 소비자물가지수 작성 시에 이 같은 품목들의 가격이 과도하게 반영되지 않도록 품목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예비조사 품목에 포함돼 있는 마스크와 함께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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