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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양적완화'로 시중 부동자금 증시 향한 물꼬는 터놨지만...
정부 '양적완화'로 시중 부동자금 증시 향한 물꼬는 터놨지만...
  • 주선영 기자
  • 승인 2020.04.02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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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Pixabay)
(이미지=Pixabay)

한국은행이 2일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첫 '무제한 돈 풀기' 행보에 나서면서 시중 부동자금의 향배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른바 '제로금리'에 이은 '양적완화'의 효과를 시장이 잘 반영할 것인지 하는 점에서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긴급 인하(1.25%→0.75%)하며 사상 처음 0%대 금리 시대를 연데 이어 26일 '무제한 양적 완화'에 나서기로 결정했다.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중에 돈을 풀겠다는 것이다. 외환 위기나 글로벌 금융 위기 때도 쓰지 않았던 조치다.

한은의 이번 정책들이 미국식 '양적완화'냐 아니냐는 해석을 두고는 여러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한은 고위 관계자는 당시 시장의 수요에 맞추어 시장수요 전액을 공급하겠다고 한 것을 두고 '사실상의 양적완화가 아닌가?'란 질문에 대해 "꼭 '아니다'라고 할 수는 없고 '그렇게 보아도 크게 틀린 것은 아니다'라는 말로 에둘러 표현한 바 있다.
 
표현의 차이를 떠나 이러한 정책은 시중에 돈을 푸는 정책이다 보니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를 진작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나아가 개인들의 투자 심리를 자극하는 효과를 보자는데 목적이 있다.
 
먼저 금리 인하의 경우 대출금리가 떨어지기 때문에 결국 빚 내서 집을 사거나 주식을 하는 사람이 늘어난다. 또한 중앙은행이 양적완화정책을 실시하면 금융회사의 유동성 사정이 개선돼 시중에 돈이 풍부해지는 만큼 투자자들은 주식, 부동산 등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이는게 일반적이다.
 
당장 대출금리는 4월 확 떨어질 전망이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상품의 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ㆍ자금조달비용지수)는 매달 15일 고시되기 때문에 내달 중순이면 일부 대출 상품 금리가 내려간다.
 
이미 이번 달 코픽스 금리는 1.43%로 한 달 전보다 0.11%포인트 내렸다. 다음 달 코픽스가 추가로 내려갈 경우,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서민형 안심전환대출(1.85~2.2%)보다 금리가 낮은 변동금리 주담대 상품이 나올 수 있다.
 
이에 따라 한은은 이날 시중에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은행과 증권사 등을 대상으로 RP 매입 입찰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일정 금리 수준에서 시장의 자금 수요 전액을 제한 없이 공급하는 주 단위 정례 RP 매입 제도를 3개월간 도입하는 것이다.
 
한은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증권 제공비율 인상 계획 변경 (자료=한국은행)
한은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증권 제공비율 인상 계획 변경 (자료=한국은행)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이 펼치는 양적완화(QE)와 사실상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이를 두고 한국판 양적완화'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RP란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후에 다시 사는 조건으로 채권을 팔고 경과 기간에 따라 소정의 이자를 붙여 되사는 채권이다. 한은이 공개시장 운영으로 RP를 매입하면 시장에 유동성(통화)이 풀리는 효과가 난다. 한은은 매주 화요일 정례적으로 RP 매입 입찰을 하되 4월 첫 입찰 일정에 한해 목요일인 이날 실시하기로 했다.

최근 금융시장은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불안한 상황을 지속하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의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특히 증권사들이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추가 증거금 요구(마진콜)에 대응하고자 기업어음(CP)을 대거 시장에 내놓으면서 단기자금시장의 불안이 커졌다.
 
분기말 자금 수요 문제는 해소됐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하면서 금융시장의 유동성 수요는 지속할 것이란 게 시장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은은 한도 제한 없는 유동성 공급으로 불안 심리가 완화돼 국내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정부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의 시의적절한 운영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금융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채권시장안정펀드, 증권시장안정펀드, 단기자금시장 안정화 등에 총 48조원의 자금을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한미 통화스와프 자금을 활용한 첫 외화대출 자금 87억2천만달러가 이날 시중에 실제로 풀린다.
 
여기에 발맞춰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숨통을 틔어주기 위해 기업어음(CP) 매입에 나섰다.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은 지난달 30일부터 CP·전단채·여전채 등을 매입하는 '회사채·CP 차환 프로그램'을 개시했다. 회사채 차환이 1조9000억원, CP 매입이 2조원 규모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한은이 시중에 풀 자금 규모는 금융위기 당시(28조원)보다 훨씬 큰 것으로 분석된다.
 
그럼에도 시중에서는 증권사들이 자체 현금이나 자산을 매각해 증거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지고 있는 국채 등을 팔기 시작하면서 채권 가격은 지속적으로 하락했고 채권 금리는 급등세를 나타냈던 점을 눈여겨 본다.
 
이번 한은의 RP 무제한 매입과 대상 금융사 확대로 이전보다 많은 금융사들이 대량의 단기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점은 부인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실제 시장이 체감하기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증권사들은 마진콜 압박에, 가지고 있는 국채들을 상당량 내다 팔아치웠기 때문이다. 최근 국채 금리가 급등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한은으로서는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동원하고 있다. 기준금리 0.5%인하를 시작으로 600억달러 규모의 한미 통화스왑체결, 증권금융 및 증권사 RP매입 총 3.5조원, 국고채 단순 매입 1.5조원에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증액 등이 그들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경제 금융안정을 위한 정책대응 차원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렇게 시중에 풀리는 유동자금들이 실제로 기업의 유동성으로 흘러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해소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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