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포스트
주요뉴스
제주항공, ‘코로나19사태’ 속 이스타항공 인수…안정보다 모험 선택
제주항공, ‘코로나19사태’ 속 이스타항공 인수…안정보다 모험 선택
  • 김규철 기자
  • 승인 2020.03.03 14: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종 인수가액 545억원으로 주식매매계약 체결
이석주 제주항공사장 “항공업계 공급과잉에 선제적 대응”
“이스타항공 경영 안정화 및 수익성 개선에 최선”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이 일본 불매운동, 코로나19사태 등과 같은 항공업계 최악의 업황에도 불구하고 이스타항공의 경영권을 인수했다.

이번 인수로 국내 항공시장 재편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가운데 증권업계는 제주항공이 안정보다 모험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국내 LCC 5위 업체다. 

최종 인수가액 545억원으로 주식매매계약 체결

제주항공은 지난 2일 이스타홀딩스와 이스타항공 주식 497만1000주에 대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최종 인수가격은 545억14만7920원이며 지분 비율은 51.17%다. 지난해 12월18일 양해각서 체결시 공시된 예상 인수가격(약 695억원)보다 100억원 이상 낮아진 액수다. 

제주항공은 양해각서 체결 당시 이스타홀딩스에 이행보증금으로 지급한 115억원을 제외한 차액 약 430억원은 취득예정일자인 오는 4월29일에 전액 납입할 예정이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양측 관계자는 “성공적인 인수합병(M&A)이 최근 항공업의 위기 극복 및 공동의 발전을 위한 방향임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최종인수가액 및 방식, 절차 등에 최종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12월부터 올 2월까지의 실사기간 동안 페이퍼컴퍼니 의혹과 추가 부실 가능성 등이 제기됐고 코로나19사태와 같은 여러 가지 악재가 항공업을 최악의 위기상황으로 내몰자 인수가격조정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양측의 최종 계약이 늦어진 것은 가격에 대한 입장차 때문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며 “결과적으로 최초 예상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인수를 하는 제주항공이 득을 본 셈”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위기 속 안정보다 시장 재편 기회 선택

증권업계는 이번 인수를 두고 당장은 코로나19사태로 항공업황이 최악의 상황에 놓였지만 제주항공은 안정성보다 시장 재편의 기회를 선택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제주항공과 이스타 항공 양사의 합산 수송 점유율은 국제선 18.8%, 국내선 24.3% 등 총 점유율만 20.7%에 달한다. 

같은 기준으로 대한항공(진에어 포함), 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 에어서울 포함)의 총 점유율이 각각 38.8%, 30.5%인 것을 감안하면 2위 아시아나항공과의 격차가 10%p로 줄었다는 분석이다.

이에 제주항공은 이번 인수는 불가피한 항공업계의 공급 재편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석주 제주항공 사장은 이날 사내 메시지를 통해 “이스타항공 인수에 대한 우리 직원들의 우려가 크다는 것을 경영진도 잘 알고 있다”라면서 “하지만 공급과잉의 구조적 문제를 안은 국내 항공업계는 조만간 공급 재편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이스타항공의 자본잠식률

이번 이스타항공 인수는 불발로 그 칠뻔 했다. 제주항공이 지난해 12월 양해각서 체결과 함께 연내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지만 두 차례나 인수를 연기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이 두 차례나 인수를 연기한 것은 세계 경제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운항횟수 감소 등 업황이 나빠져 모든 항공사들이 비상 경영에 돌입한데다 2018년 말 기준 이스타항공의 자본잠식률이 47.9%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은 보잉 737 맥스 8 기종의 운항 중단, 일본 노선 타격 등 악재가 이어지며 자금난에 시달렸다. 
여기에 코로나19사태까지 겹치며 급기야 지난달 중순 계약 정유사로부터 급유 중단 통지를 받기까지 했다.

이에 증권업계는 국내 모든 LCC의 존폐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무리한 인수합병(M&A)은 오히려 비상 경영 환경에 놓인 제주항공의 재무상태를 악화시키는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진단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2∼3월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운항 및 수송객은 작년 동월 대비 50% 이상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이런 상황은 적어도 올해 2분기까지는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스타항공은 상당한 규모의 증자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이는 제주항공의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제주항공은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약 1500억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지만, 1분기 말 기준으로는 현금이 대부분 소진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악의 상황에 놓인 항공업계…나란히 ‘위기 극복’ 사활

반면 항공업계는 제주항공의 인수만이 독자회생이 어려워진 이스타항공의 정상화를 가능케 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석주 사장은 “현재 코로나19 이슈 등으로 인한 항공 시장 상황을 고려해 양사의 양보를 통한 가격조정을 이뤄냈다”며 “이스타항공의 경영 안정화 및 수익성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교수는 “제주항공은 역동적이고 성장의 욕구가 강한 항공사”라면서도 “이번 베팅은 실패하면 모두 어려워지는 공격적인 경영”이라고 진단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