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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Pride & Prejudice)
오만과 편견(Pride & Prejudice)
  • 황윤석 논설위원
  • 승인 2020.02.03 0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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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오스틴의 베스트셀러 대표작이다. 사랑과 결혼에 대한 명쾌한 연애 지침서로 알려져 있다. 첫눈에 반한 남자가 여자에게 뜨거운 사랑을 고백하지만 언니와 친구의 결혼을 반대한 이유가 단지 가문과 배경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는 여자는 그를 오만과 편견에 가득찬 속물로 여기며 외면하고 만다.

황윤석 논설위원

이처럼 서로의 첫인상이 좋지 않았던 두 남녀가 여러 사람들과의 교제와 경험을 통해 첫인상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아 가며, '오만'하다는 '편견'을 버리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소설만큼 영화도 히트작이 되었다. 외국에 나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한국은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고 폐쇄적이다. 아시아의 네마리 용으로 주목받았던 한국은 이제 싱가폴과 대만에도 확실히 뒤처지고 있다.

송환법이 도화선이 되어 중국으로부터의 독립과 민주화 시위로 크게 몸살을 앓았던 홍콩도 이제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유독 한국만 외부의 변수에 크게 취약하다. 경쟁력이 자꾸 떨어지고 생산성이 저하되면서 한국 제품들도 더이상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파이를 키우기보다는 그동안 키워둔 파이를 갖고 나누는데 있어서 조금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서 그저 피튀기게 싸우고만 있는 형국이다. 그동안 한국을 지탱해온 도전 정신과 성장 정책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중동발 리스크에 주춤했던 한국증시가 회복을 넘어 잠시 2250선을 넘어서자 삼성전자 목표가를 10만원으로 제시하는 애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연초 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이 발생하면서 2100선까진 떨어진 것에 비하면 큰 폭의 오름세였다.

증권가에선 이란발 리스크보단 미국 대선이 향후 큰 위험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이 그간 국제사회를 지탱해 온 여러 제도를 허물 수 있는 데다, 상대 후보들이 대선 결과에 불복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처럼 연초부터 글로벌 경제를 달군 미국과 이란의 갈등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전면전을 원치 않는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낮게 평가된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선 이란발 리스크보단 미국 대선이 한국증시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몇몇 애널들은 올해 주식시장에서 최대 복병은 민주당 후보의 대선 승리라며 일찌감치 트럼프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데 민주당 후보가 내세운 공약의 포커스는 환경, 에너지, 의료시스템, 반독점법에 집중돼 있어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법인세 인하 정책을 손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4년전 예상을 깨고 막판 힐러리를 누르고 트럼프가 당선되었을 때 주식을 팔아야 한다고 호들갑을 떨었던 그 당시가 기억나서 혼자서 어이없이 실소할 따름이다. 이처럼 오만하고 편견을 가진 한국 시장과 한국 투자자, 한국 애널들을 보면 어떻게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고 싸워서 이길 수 있는지 걱정스럽다.

미국 민주당 대선주자들의 정책토론회인 Democratic Candidate Debate를 TV로 시청하면서 아직도 한국의 많은 주식투자자들이 트럼프가 재선되어야 주식시장이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편견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 생각에 참으로 답답했다.

2020년 경자년 새해 미국의 약달러 정책과 미중간의 1단계 무역합의에 힘입어 코스피가 2200을 넘어서자 다시 난리가 났다.

1조 정도의 외국인 자금이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로 집중되자 외국인 투자자금이 물밀듯이 들어온다고 선진국에서 이탈한 자금이 신흥국으로 그중에서도 가장 저평가된 한국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현 정부의 반기업 정책 등으로 인한 '코리아디스카운트'로 외국인이 작년 국내 증시에서 순매수한 규모가 대만의 10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9억2400만 달러 순매수를 보였다,

이는 주식시장 내 IT 비중이 높은 대만 증시의 지난해 외국인 순매수액 대만(94억4700만 달러)의 9.8%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외국인 투자자는 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인 한국의 삼성전자보다 비메모리 반도체가 주력인 대만의 TSMC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였다. 

5G·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의 사업 확대에 따른 수주 증가로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세계 1위 업체인 대만 TSMC가 주목을 받았다. 삼성전자는 2위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대만 증시의 자취안 지수는 23.3% 오른 반면 코스피는 7.7% 상승에 머물렀다. 

여기에  현 정부의 반기업 정책 등이 겹친데다 미중 무역갈등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지난해 8월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가 있었고 홍콩 시위 격화 등으로 국제적인 불확실성이 커졌다. 지난해 11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EM) 지수의 정기 변경으로 한국 증시 비중이 줄어든 영향도 컸다.

중국 A주 편입으로 한국 증시 비중이 축소되며 외국인의 '팔자' 행진이 이어졌다.

외국인은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넉 달 연속 순매도가 지속했다. 그나마 지난해 12월 미중 1단계 무역 합의 소식이 전해지며 10억달러 이상 매수 우위를 보여 순매도가 아닌 순매수로 한해를 마감할 수 있게 됐다.

주요 신흥국 중에는 인도가 142억3400만 달러로 순매수액이 가장 컸고 그 다음으로 대만, 인도네시아(34억6500만 달러) 순이었다. 베트남(2억8400만 달러)과 파키스탄(4900만 달러)도 '사자'를 보였지만 한국보다는 순매수 규모가 작았다.

아직도 1단계 미중 무역합의의 최대 수혜국이 한국이라고 부르짖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 주식이 앞으로 훨씬 크게 간다고 아주아주 저평가되었다고도 한다. 이러한 오만과 편견에서 벗어나지 않는한 글로벌 시장에서 점점 멀어질 뿐이다.

아시아시장에서 IT강국인 한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환율 상승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에서 조금씩 소리없이 떨어져나가고 있다. 일본의 소니와 파나소닉, 중국의 하이얼과 화웨이가 그 틈을 무섭게 파 고들고 있다.

몇몇 정치인들의 부패와 무능이 얼마나 많은 국민들을 궁핍하고 피폐하게 만들었는지를 우리는 여러 국가의 사례에서 똑똑히 보아왔다.

중국 우한발 폐렴, 소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세계를 강타했다. 순식간에 중국에서만 사망자가 130여명을 넘어섰고 확진자만도 전세계적으로 1만여명이 넘어서고 시시각각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전세계 62개국이 중국인의 입국과 비자를 제한하는 등 패닉상태에 빠졌다. 중국의 눈치를 보던 WHO는 마침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단숨에 원달러 환율이 1190원을 넘어섰다. 뒤늦게 우리도 중국 후베이성 2주이내 방문자 입국 제한 조치를 시행했다.

정부에서 올해부터는 달라질 것이라고 큰소리치던 1월 수출이 6.1% 감소하면서 14개월 연속 하락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오만과 편견- 운명은 사랑을 따라 변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수익은 무엇을 따라 변할까. 당연히 시야를 넓게 보고 멀리 보고 투자하는 것에 따라 변한다. 우물 안에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는 세상이 아직도 손바닥만하다는 생각에서 하루빨리 벗어나는 것이 수익을 자꾸 키울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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