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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금융 시스템 정착은 아직도 요원하다.
선진금융 시스템 정착은 아직도 요원하다.
  • 황윤석 논설위원
  • 승인 2019.11.19 0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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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금융과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내야

모처럼 주말에 일찍 일어나 조조로 영화 <블랙머니>를 봤다. 외환은행 론스타 헐값 매각 사건 실화를 다룬 영화다.

황윤석 논설위원

극중에서는 자산가치 70조의 국내 은행의 BIS 비율을 조작하여 1조7천억원에 헐값 매각에 연루된 외국계 사모펀드와 국내 전현직 고위공무원 정치엘리트들이 결탁하여 노조와 언론 등 여론과 국민의 반대에도 마침내 매각에 성공한다는 내용이다.

외국계 투기펀드들이 그동안 IMF 구제금융을 받는 나라들에 뛰어들어 그나라 관료나 경제엘리트들을 동원하거나 이들을 앞세워 실제 말도안되는 적은 투자액으로 자금동원과 돈세탁을 하는가하면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먹튀를 하고 탈세를 해온 것도 비일비재했고 이 모든 것 또한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극적 효과와 스토리 전개상의 긴장감 고조를 위해 상당부분 과장된 설정이 있었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리얼리티와 빠른 전개, 검찰과 언론, 노조 등 매각관련 이해집단들의 속성을 짧은 시간내에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은 높은 점수를 줄 수도 있겠다.

단순히 성추행 혐의에서 벗어나 명예회복을 위해 현직 검사가 '상명하복'의 검찰 내부의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현 정권의 최고 실세들과 맞서 싸운다는 설정은 백번 양보해도 비현실적일 수 밖에 없다.

거기서 비롯되는 팽팽한 긴장감의 부족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외환은행의 헐값 매각 이후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책임지거나 처벌받지 않았다는 것도 참으로 이상한 일이지만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매각을 둘러싼 소송이 진행중이라고 하니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1997년 IMF 구제금융 사건을 다룬 <국가 부도의 날>을 지난번에 봤으니 이번이 금융관련 영화로서는 두번째인 셈이다.

국내 금융관계자와 해외펀드간의 결탁을 통해 BIS 비율을 조작하여 헐값에 해외에 매각하는 것이국가를 위기에서 구하는 '로비'가 아니라 투기차익을 노린 '범죄'라는 주인공의 절규는 인상 깊었다.

한때 강도높은 구조조정 이후 부실기업을 해외에 매각하는 것이 트렌드였고 또 이것이 국가를 위기에서 구하는 길이라는 강변이 통할 때도 바로 이때쯤이었다.

그러면 IMF이후 20여년이 지난 지금은 어떠한가.

그 당시와 비교해서 기업의 BIS 비율 강화 등 재무건전성이 강화되고 기업의 재무회계에 대한 철저한 관리감독으로 투명성이 제고되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외국계 헷지펀드들의 공격에는 속수무책이다.

사실상 달라진 것이 없는 셈이다. 얼마전 항암신약의 임상3상 결과 발표를 앞두고 급락했다가 급등했던 <에이치엘비>의 주가에서 본 것처럼 이러한 외국계 펀드들의 공매도와 투기적 불법 거래는 개인투자자들의 큰 손실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여전히 한국 금융시장은 이들의 놀이터라는 비아냥이 나올 만도 하다.

필자는 <에이치엘비> 공매도를 걸고 주가하락에 배팅을 했다가 숏커버링이 들어오면서 주가가 급등하는 바람에 몇천억원 단위에서 많게는 몇 조 단위까지 손실을 떠안게 되었다는 외국계 헷지펀드의 미확인 뉴스를 듣고는 박수를 칠뻔 할 정도로 통쾌했었다.

공매도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에 대해 검찰이 미국에 ‘형사사법 공조’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 당국은 2016년 2월 엘리엇을 총수익스와프(TRS) 거래를 동원해 삼성물산 주식에 대한 공시의무를 위반했다며 검찰에 통보했으나검찰은 아직 기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검찰의 기소 여부는 엘리엇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7억7000만달러 (약 8985억원·청구액 기준)짜리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과 현대차를 공격했던 엘리엇이 지난 9월 9일 매출액 기준 세계 최대의 통신회사 AT&T 주식 32억달러 어치를 매입했다. 작년 매출 약 1700억 달러(삼성전자 2430억 달러)였던 AT&T의 주가는 엘리엇의 매집 소식으로 급등해서 현재 40달러에 약간 못 미치는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엘리엇은 같은 날 AT&T 이사회에 보낸 서신을 통해 회사가 자산의 매각과 비용 절감으로 주가를 50% 이상 부양할 수 있을 것이며 2021년 말까지 60달러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대주주이지만 사실상 최대주주의 경영권을 위협하는 수준을 넘어 모든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정권이 출범하게 되면 으례 논공행상에서 가장 먼저 낙하산 인사로 거론되는 곳이 금융계 인사라고들 한다. 그만큼 전문성이 없다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사실상 그동안 정경 유착과 관치 금융의 오랜 관행과 결탁을 끊어내지 못한 탓이다.

미중 무역갈등과 보호무역주의로 인해 세계 각국의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시점에서 선진금융시스템의 정착은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그동안의 주먹구구식에서 벗어나 투자자보호는 물론이고 해외자금들의 터무니없는 위협과 공격에도 끄덕없이 버텨낼 수 있는 시장으로서 거듭나야 한다.

더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더이상 정치논리가 개입해서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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