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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기조에 혼자 오르는 보험대출 금리
저금리기조에 혼자 오르는 보험대출 금리
  • 정상혁 기자
  • 승인 2019.10.11 14: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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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가산금리, 은행은 1%안팎인데 보험은 1.4~2.5%
금리 높여 보험사에 손해인 고정금리상품 해제 유도
기준금리 변동에 따라 금리를 주는 금리변동형 약관대출 금리가 가장 높은 생명보험사도 삼성생명이었다.
기준금리 변동에 따라 금리를 주는 금리변동형 약관대출 금리가 가장 높은 생명보험사도 삼성생명이었다.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대출상품 금리들은 꾸준히 떨어지고 있지만 보험사의 보험약관대출 금리만 오르는 이상한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보험사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정책에 부응해 약관대출 가산금리 산정에 보수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억제 정책을 이용해 보험사들이 가산금리를 많이 챙긴다고 지적한다.

11일 생명·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 9월 기준 생명보험사의 신규 약관대출 평균 금리는 5.54%, 손해보험사의 신규 약관대출 평균 금리는 4.73%였다. 이는 지난해 말 신규 약관대출 평균 금리보다 소폭 높은 편이다. 당시 생명보험사의 신규 약관대출 평균 금리는 5.4%, 손해보험사의 신규 약관대출 평균 금리는 4.4%였다.

보험사의 약관대출은 금리고정형 약관대출과 금리변동형 약관대출로 나뉜다. 이 중 금리고정형 약관대출의 금리가 높은 편이다. 금리고정형 약관대출이란 과거에 보험사들이 금리가 내려가거나 올라가더라도 금리를 고정해서 주겠다고 약속하며 판매한 상품을 담보로 대출해주는 상품이다.

금리고정형 약관대출 금리가 가장 높은 생명보험사는 삼성생명이었다. 기준금리(6.86%)와 가산금리(2.27%)를 더해 총 9.13%에 달했다. 가장 낮은 곳은 하나생명으로 기준금리 3.12%에 가산금리 1.50%가 붙어 전체 이자는 4.62%였다. 손해보험사 중 금리고정형 약관대출 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현대해상(7.59%), 가장 낮은 곳은 AIG손해보험(4.42%)였다.

기준금리 변동에 따라 금리를 주는 금리변동형 약관대출 금리가 가장 높은 생명보험사도 삼성생명이었다. 삼성생명의 기준금리는 3.11%였고 가산금리는 1.50%로 전체 금리는 4.61%였다. 가장 낮은 곳은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이었다. 기준금리는 2.44%에 가산금리는 1.55%로 전체 금리는 3.94%였다.

손해보험사 중에서 금리변동형 약관대출 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메리츠화재로 기준금리는 2.46%에, 가산금리 1.87%가 붙어 총 4.34%였다. 가장 낮은 곳은 더케이손해보험으로 기준금리 2.38%에 가산금리 1.03%가 붙어 전체 금리는 3.41%였다. 금리변동형 약관대출 금리란 보험사가 보험 가입자에게 주는 공시이율이 변동하는 보험상품에 가입한 사람들이 약관대출을 받을 때 내야 하는 금리다.

이는 대출상품의 대표격인 주택담보대출의 금리 추이와는 상황이 다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평균 3.19%였지만 8월 말 기준 2.47%로 하락했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코픽스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산정된다. 8월 말 기준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 금리가 1.52%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은행권의 평균 가산금리는 0.95% 수준이었던 셈이다.

보험사들은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과는 이자율 추이가 다를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은행권 자금조달비용지수인 ‘코픽스지수’를 근간으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 단체 등에서는 보험사들도 ‘돈값’을 나타내는 금리를 가산금리에 녹여 대출을 내주는 것이기 때문에 시중 금리 하락에 역행하는 금리 상향 추세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한다.

보험약관대출과 비슷한 구조로 운용되는 은행권의 예적금담보대출 8월 가산금리는 1.0%~1.25% 수준이었다. 반면 보험사 대출의 가산금리는 고정형이 1.5~2.58%, 변동형이 1.41~1.5%였다. 생명보험사 중 가산금리가 가장 높은 곳은 교보생명, 흥국생명으로 2.5%였다.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메리츠화재가 1.87%로 높았다.

보험약관대출은 기본금리와 가산금리로 나누어져있다. 기본금리는 보험사가 보험가입자에게 내주는 금리고 약관대출에 대한 금리는 가산금리에 녹여져있다. 보험사의 가산금리에는 보험 가입자에게 돈을 내주면서 포기하게 되는 자산수익률과 각종 비용이 들어가 있다.

보험사들도 약관대출로 일정 부분 저성장 국면을 타개하고 있다는 점은 일부 인정하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가산금리를 통해 일정 부분 운용수익을 남기고 있다. 특히 금리 고정형 보험상품의 경우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지속적으로 손실이 나는 상품이기 때문에 약관대출을 하며 대출을 이어가는 것보다는 해지하라는 신호로 금리가 높은 것”이라고 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를 강조하는 기조를 보이자 그 틈을 타 보험사들이 가산이자 장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금리 하락에도 보험약관대출 이자율이 올라가는 것에 대해 보험사들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가산금리를 인하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우리도 가계대출 총량을 관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금리를 무조건 낮추는 데 집중할 순 없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초 보험약관대출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넣으려다가 조건부로 제외해줬다. 보험약관대출은 보험가입자가 이미 낸 보험금에서 내주는 개념이라 DSR에 포함하면 안된다는 업계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당국은 보험약관대출을 제외한 다른 대출이 있을 경우엔 보험약관대출의 이자상환액을 DSR에 반영하기로 했다.

보험약관대출 규모는 최근 증가율이 둔해졌다.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에 따르면 보험약관 대출 잔액은 2015년 이후로 21.5% 늘었다. 2015년 대비 2016년 보험약관 대출 잔액은 4.7%, 2016년 대비 2017년 보험약관 대출은 6.3% 증가했다. 2018년엔 2017년보다 8.8% 늘었다. 하지만 올 상반기 기준 국내보험사들의 보험약관대출 잔액은 64조100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0.3% 증가한 데 그쳤다.

한국소비자원은 2018년 보험약관대출 실태조사를 하면서 보험사의 대출금리가 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약관을 보면 보험사가 정한 보험계약대출 금리가 변경되는 경우 변경된 금리를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금리 변경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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