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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 하반기에 불어 닥친 겹악재에 ‘전전긍긍’…경영승계 될까?
CJ그룹, 하반기에 불어 닥친 겹악재에 ‘전전긍긍’…경영승계 될까?
  • 이민준 기자
  • 승인 2019.10.08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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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악재 속 장남 마약 밀반입…그룹 총차입금 상반기 13조원
시총 일 년 만에 34% 급감…CJ ENM, 투표조작 의혹에 주가 8%↓
이재현 CJ 회장, 2년간 담보로 묶인 주식가치 줄하락
CJ그룹 본사
CJ그룹 본사

지난 2016년 이재현 회장의 사면 복귀 이후 안정을 찾아가던 CJ그룹이 하반기에 들어서자 마자 그룹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그룹 간판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을 중심으로 한 그룹 재무 리스크가 불거졌고 거침없는 광폭행보를 보여주던 CJ ENM은 프로그램 투표 조작 의혹에 휩싸였다. 

여기에 설상가상 CJ그룹 차기 후계자에 가장 유력했던 이재현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이 마약 밀반입으로 구속되는 최악의 사태에 몰렸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CJ는 전장 대비 0.39% 오른 7만8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2거래일 동안 주가가 7.52% 내려앉은 뒤 소폭 반등한 모습이다.

CJ의 시가총액은 올해 초 3조4870억원에서 현재 2조2787억원으로 34.65% 급감했다. 2015년 8월 32만원대까지 올랐던 CJ 주가는 현재 7만원대로 축소된 상태다. 지난해 8월 주가인 14만원선과 비교해도 반토막이 났다.

이러한 CJ그룹의 주가 폭락을 몰고 온 악재 중에 악재는 경영권 승계 작업에 심각한 변수가 생겼다는 것이다. 

7일 검찰은 해외에서 변종 대마를 흡연하고 국내로 밀반입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 부장에 대한 선고공판은 인천지법에서 오는 24일 오후 2시 10분에 열릴 예정이다.

이 부장과 이 부장의 누나 이경후 CJ ENM 상무는 지주사인 CJ주식회사 지분이 거의 없는 대신 경영권 승계의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CJ 올리브네트웍스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에 CJ그룹은 지난 4월 CJ올리브네트웍스의 올리브영 부문과 IT부문 법인을 인적 분할키로 했고 또 다음달에는 IT부문을 CJ주식회사의 100% 자회사로 편입할 예정이었다. 

그렇게 CJ올리브네트웍스는 다음 달 1일 이사회를 열어 안건을 처리하고 주식 교환을 하게 되면 CJ그룹의 유력 후계자인 이 부장은 CJ주식회사 지분 2.8%, 이 상무는 1.2%를 확보하게 된다. 42.07%를 보유해 최대 주주에 올라있는 이 회장에 이어 2위·3위를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문제없이 진행되던 경영권 승계작업이 이 부장의 마약 밀반입 적발로 엇박자가 나기 시작했다. 

이번 사태로 CJ그룹의 장자승계 원칙이 당장 깨지는 것은 아니지만 ‘꼼수 경영 승계’ 논란이 수차례 제기된 상태에서 이 부장에 대한 자질논란이 커지게 되면 후계 당위성에 대한 의혹 제기는 당연지사다. 

이번 사태로 연내 올리브영의 기업공개(IPO) 추진 검토 등 상장 계획도 완전히 틀어졌다. 덕분에 주가 폭락으로 긴 시간 속을 끓여온 CJ그룹 소액주주들 입장에서는 이 사태에 원인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에게 불만이 고조 될 수 밖에 있다. 

주주들은 그동안의 주가 부진을 오너 일가의 저가 매수를 위한 주가 조정으로 해석해왔다. 그룹이 승계작업을 마치고 주가부양과 주주환원에 나서기만을 기다렸지만 반등은 커녕 악재만 연달아 터지고 있는 것이다.

김한이 KTB 투자증권 연구원은 “CJ는 신형우선주를 배당하는 형식으로 주주 환원을 이미 시행했고 주당배당금(DPS) 1450원에서 상향할 여유 현금은 부족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추가주주환원 기대감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설상가상으로 그룹내 계열사 중 광폭행보를 보이던 CJ ENM은 대표 프로그램 ‘프로듀스X101’의 투표 조작 의혹에 주가가 영향을 받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앞서 7월과 8월 두 차례 CJ 서울 마포구 CJ ENM 본사와 문자투표 업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지난 1일에는 관련 연예 소속사들까지 압수수색에 나섰다. 데뷔조로 선발된 11명 가운데 2~3명 정도의 순위가 뒤바뀐 정황을 경찰이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순위 조작 의혹이 공식적으로 확인될 경우 프로그램을 기획한 CJ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방송 조작 의혹은 시청자 문자 투표에서 유력 데뷔 주자로 점쳐진 연습생들이 탈락하면서 제기됐다. 1위부터 20위까지 득표 숫자가 모두 ‘7494.442’라는 특정 숫자의 배수라는 분석이 나오며 의혹이 확대됐다. 결국 시청자들은 진상규명위원회를 꾸려 제작진을 고소·고발했다. 

경찰은 ‘프로듀스X’ 이전에 방송된 세 차례 시즌의 방송분과 CJ ENM에서 제작한 또 다른 프로그램도 함께 수사 중이다.

CJ ENM은 최근 한일 관계 악화 속에 일본 나고야에서 대형 음악 시상식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를 열겠다고 예고해 또 한 차례 잡음이 빚어졌다. 나고야가 ‘평화의 소녀상’ 철거 건으로 논란이 됐던 지역이기 때문이다.

CJ ENM은 ‘프로듀스X’ 조작 의혹이 구체화되고 ‘MAMA’ 논란이 가열된 2일과 4일 주가가 8% 넘게 빠졌다. 이날은 0.45%로 소폭 오른 15만5900원으로 마감했지만 이틀 간의 하락 폭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CJ ENM은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쉽사리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며 “프로듀스 시리즈의 투표 조작 의혹 등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에 따라 투표 조작 의혹 해결이 반등 트리거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프로듀스101 시즌4 투표조작 이슈는 관계당국의 조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4분기 미디어, 엔터, 영화 부문에서 각각 모멘텀이 명확하고 사업별 평가가치 합산(SOTP) 기준의 밸류 메리트는 여전히 1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그룹의 빚 부담이다. CJ는 그동안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매출이 성장했지만 수익성이 저하되면서 차입 상환 우려가 늘었다. 

그만큼 신용등급 하락 압박도 커진 상태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CJ제일제당이 2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투입해 슈완스를 인수한 이후 수익성 악화 지속으로 재무 부담이 확대됐다.

여기에 8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발표한 지난 9월 20일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대기업집단 중 총수가 있는 51개 그룹 오너일가의 주식담보 현황을 조사한 결과 이재현 회장의 담보주식수는 385만주로 집계됐다.

이 회장이 보유한 CJ 주식의 27%를 담보로 제공하고 있는데 최근 이 회장이 담보로 맡긴  CJ 주식이 주가 하락을 하면서 담보가치를 떨어뜨려 추가 담보 우려가 높아졌다. 

주식담보대출은 담보로 제공한 주식의 주가가 급락할 경우 담보 가치를 고려해 추가 담보를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2013년 국세청에 추징금 납부를 위해 주식을 공탁하면서 담보 비중이 50%에 육박했으나 2017년 세무서 담보를 모두 해소하고 담보계약 주식수가 줄어들면서 2017년 말부터 현재의 담보주식수를 유지하고 있다.

CJ그룹은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 ENM 등 3개사에서 그룹 영업이익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2015년 7조원에 가깝던 그룹 합산 총차입금은 올 상반기 기준 13조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올 상반기 연결기준 순차입금 규모는 작년 말 7조7000억원에서 11조1000억원으로 3조원 이상 늘었다. 여기에 CJ대한통운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도 재무부담 가중 요인으로 꼽힌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12월과 지난 3월에 55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CJCGV 역시 15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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