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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항공시장 휘젓는 ‘메기’ 중동 항공사들…국내 항공업계 “유럽 노선 다 뺏길라”
글로벌 항공시장 휘젓는 ‘메기’ 중동 항공사들…국내 항공업계 “유럽 노선 다 뺏길라”
  • 송채석 기자
  • 승인 2019.07.17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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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7일부터 8일까지 한-UAE 항공회담…노선증편 요구 받을 듯
중동 항공사들, 정부 보조금 업고 글로벌 항공시장 교란
유럽·호주·미국 항공사, 중동항공사 저가공세 피해 잇달아
아랍에미레이트의 에미레이트항공(위)과 에티하드항공 비행기.
아랍에미레이트의 에미레이트항공(위)과 에티하드항공 비행기.

국내 항공업계는 오는 8월 7일부터 8일까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한-UAE 항공협정 회담을 앞두고 초긴장 상태에 빠져있다. 비정상적 정부의 보조금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세계 항공시장을 무섭게 잠식해 왔던 항공업계의 ‘메기’ 중동 항공사들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UAE는 항공회담에서 인천~두바이 노선, 인천~아부다비 노선을 각각 주 7회씩 더 늘려 달라고 요구할 전망으로 보인다. 

이미 국내 국적기 기업은 대한민국~UAE 노선에서 UAE 항공사들과 제대로 된 경쟁에 매우 곤혹스로운 상황이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인천-두바이 노선에 489석 규모의 A380 항공기를 주 7회, 에티하드항공도 인천-아부다비 노선에 이달 1일부터 494석의 A380 항공기를 주 7회 띄우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 항공사로는 대한항공만이 인천-두바이 노선에만 218석의 A330 항공기를 주 7회 운항할 뿐이다. 운항편수는 2배, 공급 좌석수는 5배 차이다. 

이들 중동 국가의 항공사들이 끊임없이 한국 시장 증편을 요구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한국에서 출발하는 유럽행 수요를 점유하기 위해서다. 

한국발 중동 항공사의 탑승객 10명 중 7~8명은 중동을 거쳐 유럽으로 가는 환승객들이다. 실제 중동 지역을 방문하는 직항 승객들은 2~3명에 불과하다. 이들 중동 항공사의 전략은 유럽 직항 수요를 뺏겨 국내 항공시장을 잠식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게 돼 이번 항공회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동 항공사들은 현재 막대한 국가 보조금을 바탕으로 국제항공노선을 확장하며 단기간에 몸집을 부풀려 전 세계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현재 에미레이트항공은 2018년 기준으로 국제 여객 및 화물 수송 모두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2003년에 설립된 UAE의 신생항공사인 에티하드항공도 국제여객 14위, 국제화물 수송 25위로 급속 성장하는 추세다. 또 다른 중동 항공사인 카타르항공은 국제여객 4위, 국제화물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중동 항공사들의 시장 잠식에 따라 대한항공은 2009년 국제 여객 13위에서 2018년 15위로, 국제 화물 수송 또한 세계 1위 자리를 내주고 5위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도 국제 여객 28위에서 27위로 제자리 걸음을 했으며 국제화물은 14위에서 18위로 떨어졌다.

최근 밝혀진 조사 결과에 따르면 UAE와 카타르는 지난 10년간 에미레이트항공, 에티하드항공, 카타르항공 등 국영 항공사에게 총 520억달러(약 58조원)의 보조금과 비정상적인 혜택을 제공한 바 있다. 

또 아랍에미레이트와 카타르 정부가 노동조합 결성 금지, 근로자 권리 제한 등 제도적 장치로 이들 3개 항공사가 낮은 인건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며 각종 세제 혜택을 받는다는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세계 항공업계는 중동 항공사가 전 세계 시장에서 파이를 키우는 배경이 바로 자국 정부의 불법 보조금이라고 보고 있다. 

불법 보조금을 등에 업고 시장 질서를 교란하는 중동 항공사들과 공정한 경쟁을 펼칠 수 없는 환경을 감안해, 증편 요구를 과감히 거절하는 등 조직적이고 장기적 대응을 펼치는 국가들도 있다. 

중동 항공사들의 증편시 소비자들에게는 일견 유리한 듯 보인다. 하지만 보조금으로 인하여 비정상적으로 경쟁을 왜곡하고 있는 중동 항공사가 진출할 경우 국적 항공사들은 피해를 이기지 못하고 기존 운항 노선을 정리하거나 신규 노선을 개설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 이후에는 중동 항공사들이 원하는 대로 노선을 재편하거나 가격을 올리는 수순이 이어지고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중동 항공사들의 불법 보조금을 등에 업고 무분별하게 진입할 경우 결국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소비자가 가격이 인상된 항공권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살 수 밖에 없게 되어, 결국 소비자 피해로 귀결된다. 

또한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 산업의 몰락과 일자리 상실은 물론 우리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유럽 항공사들의 경우 중동 노선 및 아시아행 노선의 운항을 잇따라 중단하고 있다. 루프트한자의 경우 최근 동남아시아 및 아프리카행 노선 20개를 단항했고 에어프랑스의 경우 아부다비, 도하, 제다 등 중동 노선에서 모두 철수하는 한편 아시아 노선의 하노이, 프놈펜, 첸나이 등 운항을 잇따라 중단했다.

이와 같이 중동 항공사의 공세로 인한 유럽 항공사의 감편은 2000년 이후 EU에서만 8만개의 항공산업 일자리가 상실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호주도 중동 항공사 피해를 비켜나가지 못했다. 호주의 국적 항공사인 콴타스항공은 중동 항공사의 무차별적인 공급력 증대에 밀려 로마, 파리, 프랑크푸르트 등 유럽 노선을 모두 단항하고 현재 런던 노선만 남아 지역항공사로 전락한 상황이다. 

호주에서 유럽을 가기 위해서는 두바이나 싱가포르 등 타국 허브공항을 경유해서 가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유나이티드항공이 워싱턴-두바이 노선을 델타 항공이 애틀란타-두바이 노선을 없앴다. 

미국-인도간 직항편도 중동 경유편에 수요를 뺏겨 모두 단항하고 뉴욕-델리·뭄바이 두개 노선만 남았다. 미국의 경우 한 개의 항공노선이 폐쇄될 경우 1500명의 일자리가 줄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중동국가의 무차별적 공급 증대 요구를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특히 해당 국가와의 경제협력이나 성과를 위해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을 볼모로 삼지 않아야 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발전할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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