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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나라 - 반도체 유감
가깝고도 먼 나라 - 반도체 유감
  • 황윤석 논설위원
  • 승인 2019.07.16 0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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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석 논설위원

일본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했던가. 요즘 실감한다. 강제징용 배상에 발끈한 아베 총리가 반도체 핵심소재 공급 중단을 발표하면서 불이 붙은 한일간의 감정적인 대립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한국의 대통령은 이순신 장군의 12척 배를 거론하면서 비장한(?) 결사 항전을 선언했고 한국의 특사 파견을 두고 일본 산케이 신문은 한국이 미국에 울며 매달려 중재 요청을 했다고 비아냥거리면서 양국간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수출 규제가 부당하다는 것을 부각하면서 세계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강하게 지적하면서 WTO 제소라는 극약 처방 카드를 꺼내들었고 일본은 북한의 무단 수출 제재와 같이 안보상 필요한 조치였음을 강변할 것이 예상된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WTO 입장에서는 섣불리 어느 나라 편을 들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에 비해 불리한 것만은 사실이다.

일본이 7월21일 참의원 선거를 의식한 극우 강경노선으로 보인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단순히 그것때문만은 아닐 것이고 이번 기회에 과거사 문제에 대해 확실하게 매듭을 짓자는 강력한 의지의 표출이지 않나 싶다.

반도체 핵심소재에서 시작된 수출 규제는 공작기계, 로봇 등 전산업 분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네티즌을 중심으로 한 일제 불매운동과 일본 여행 거부 운동에동참하는 국민들이 늘고 있다.

2020년 7월 동경 올림픽을 앞두고 한단계 레벨업을 노리는 일본은 그동안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위협에 대해 노골적으로 비판하면서 그 배경에 한국이 있다는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의 이러한 행동의 배경에는 과거 극우 제국주의의 부활이라는 흑심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인접국들은 경계하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본의 반도체 소재 공급 중단은 가뜩이나 미중 무역전쟁으로 한껏 움츠려든 한국의 입장에서는 또하나의 카운터 펀치이자 반도체 수출 1위국으로서의 엄청난 쇼크다.

실제로 메모리 반도체 세계 시장점유율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가동중단의 위기에서 만사제쳐두고 일본으로 날아가 온갖 인맥을 동원해 통사정을 해야하는 처지가 되었는데 노력에 비해 결과는 별로였던 것 같다.

일본의 경제 보복 카드는 무려 190개가 넘는다고 하는데 항간에는 한국에 풀린 일본 자금 21조를 환수하거나 일본계 금융사 대출금의 만기를 연장하지 않는다는 루머조차 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금융위원장은 일본계 자금이 빠져도 금융시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조기 진화에 나섰지만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일본의 對한국 수출규제 이후 D램과 낸드플래시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이 큰폭으로 상승하면서 기관이 매도하는 삼성전자를 외국인이 연일 쓸어담는 것도 요즘 주식시장의 진풍경이다.

정부가 반도체 소재 국산화 프로젝트에 6조원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추가경정예산 최대 3000억을 편성하는 등 일본의 규제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지금 한국 주식시장은 뒷짐진 기관의 관망 속에서 외국인들이 선현물 헷지로 매도중인데 반도체 소재주와 일부 급등 테마주만 오르고 있다. 소재 국산화가 하루아침에 될 일이 아닌 것이 분명한데도 지금 한국은 온통 반일감정으로 들끓고 있다.

일본은 전략물자 수출 승인 간소화의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영구히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중인데 8월중에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략물자 수출에 관해 적대국이란 뜻으로 향후 한국의 모든 전략물자 수출에 있어서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일본의 경제보복이 장기화되는 동안 강경 일변도의 대응전략은 자칫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대일 협상력을 저하시키는 우왕좌왕식 감정적 대응에서 벗어나 균형감을 찾는 것이 보호무역시대 수출 신흥국으로서 입지를 굳히는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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