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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항공의 갑작스런 대한항공 지분매입, 백기사냐? 전략적 투자냐?
델타항공의 갑작스런 대한항공 지분매입, 백기사냐? 전략적 투자냐?
  • 김규철 기자
  • 승인 2019.06.21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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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타항공, 한진칼 지분 4.3% 매입 발표
조원태, ‘20년지기’ 델타항공에 도움 요청인가
델타, 과거에도 항공사 지분투자 통해 영향력
KCGI, 뜻밖의 상황에 지분 싸움 수세 몰릴 듯
대한항공은 23일 오전(현지시간) 美 L.A.에 위치한 윌셔 그랜드 센터에서 양사 최고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델타항공과의 태평양 노선 조인트 벤처(Joint Venture) 운영을 통한 양사간 협력 강화 내용을 담은 협정을 체결했다. 조원태(오른쪽 세번째부터) 대한항공 사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에드 바스티안(Ed Bastian) 델타항공 최고경영자, 스티브 시어(Steve Sear) 델타항공 국제선 사장 및 글로벌 세일즈 전무가 협정서에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美 L.A.에 위치한 윌셔 그랜드 센터에서 양사 최고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델타항공과의 태평양 노선 조인트 벤처(Joint Venture) 운영을 통한 양사간 협력 강화 내용을 담은 협정을 체결했다. 조원태(오른쪽 세번째부터) 대한항공 사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에드 바스티안(Ed Bastian) 델타항공 최고경영자, 스티브 시어(Steve Sear) 델타항공 국제선 사장 및 글로벌 세일즈 전무가 협정서에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미국 소속의 항공사 델타항공이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델타항공의 지분 매입에 대한 배경에 대해 높은 관심이 몰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20년 지기’ 델타항공 측에 경영권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직접 도움을 요청했을 것이라는 분석과 델타항공이 지분 투자를 통해 대한항공의 기종 선정 등에 대한 영향력을 키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경영권 분쟁으로까지 몰린 한진그룹과 KCGI 간 ‘지분 싸움’ 기류에도 커다란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여 업계의 관심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델타항공은 전날 자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한진칼 지분 4.3%를 매입한다고 발표했다. 델타항공은 지분 매입을 통해 대한항공과의 조인트 벤처 제휴를 강화할 것으로 기대하며 향후 지분율을 10%까지 늘리겠다고 덧붙혔다.

이에 한진그룹 측은 “델타항공이 조인트벤처 파트너사인 대한항공의 경영권 안정을 위해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짐작된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이다. 더욱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델타항공과의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에 대해 한진 측은 “전혀 알지 못 했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조 회장은 이달 초 서울에서 개최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에서 에드워드 바스티안(Ed Bastian) 현 델타항공 CEO를 만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17일(현지시간)부터 23일까지 열리는 ‘프랑스 파리 에어쇼’에서 델타항공 측과 만남이 성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델타항공과 대한항공의 20년에 걸친 인연이 이번 지분 매입의 배경이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2000년에 탄생한 글로벌 얼라이언스 ‘스카이팀(Sky Team)’의 창립 멤버로 대한항공과 델타항공, 에어로멕시코, 에어프랑스 등 4개 항공사의 최고 경영자들은 지난 2000년 6월22일 뉴욕에서 최초의 고객 중심 항공 동맹체 스카이팀을 출범시켰다. 

또한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은 지난해 5월 JV를 설립, 한·미 직항노선을 포함해 아시아 80개 및 미주 290개 노선에서 협력하고 있으며 IATA 연차총회의 미디어 간담회에서 에드워드 바스티안 CEO가 대한항공과의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해나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여러 가지 돈독한 인연으로 인한 델타항공의 백기사 노릇이 갑작스럽기는 하지만 선대 회장으로부터 충분한 교감을 갖고 있던 조원태 회장의 지원 요청이 있었을 경우 가능성은 충분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델타항공의 지분매입이 델타항공의 향후 사업 전략을 위한 투자라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델타항공은 한진칼 지분 투자 소식을 밝히며 “이러한 합작 투자와 지분 투자를 포함한 항공사와의 파트너십을 활용해 성장해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델타항공은 이전에도 파트너십을 유지하는 항공사들에 지분을 투자해 특정 기종 구매를 권고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한 바 있다. 포브스 등 외신에 따르면 델타항공은 중국 동방항공의 3.5 %를 소유하고 있으며, 2016년에 20대의 A350과 15대의 787 기종 구매를 권고했다. 

최근 버진 애틀랜틱이 최대 20대의 A330 네오 항공기를 이용할 의향을 밝힌 것도 지분 49%를 소유한 델타항공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됐다. 이 때문에 이미 항공업계에선 델타항공이 JV 협력사인 대한항공의 기종 구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지만 델타항공의 실질적 지분 투자는 이뤄지지 않아 그저 관측에 그쳤다.

그러나 델타항공의 이번 지분 매입 소식은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직 4%대의 지분을 매입한 것으로 대한항공의 사업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델타항공이 한진칼 지분을 10% 이상 사들인다면, 기종 구매 등 결정에 입김이 세질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대한항공과 델타항공의 JV는 양사가 하나의 항공사처럼 출, 도착 시간 및 운항편을 유기적으로 조정해 항공편 스케줄을 최적화하는 가장 높은 수준의 협력이다. 대한항공이 향후 들여올 대형 항공기의 기종은 델타항공의 기재 운용 전략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에 따라 델타항공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지분 투자를 했을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반면 델타항공의 지분 매입이 한진칼 주가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델타항공이 10%까지 한진칼 지분을 늘리려면 한미 양국의 허가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델타항공은 지분 매수 기간을 따로 정해두지도 않아 델타항공의 추가 지분 매입 시기를 알 수 없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또한 현재 한진칼의 주가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와 한진그룹 총수 일가 사이 경영권 분쟁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에 형성돼 있는데 추세적으로 KCGI와 기존 총수 일가의 지분 격차가 좁혀질수록 주가가 더 높아지는 경향이 있었다는 분석도 제기했다.

델타항공이 취득한 지분 4.3%를 총수 일가 측 우호 지분으로 간주한다면 다시 지분 격차가 벌어지게 되므로 오히려 주가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는 진단인 것이다.

한편, 한진그룹과 경영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사모펀드 KCGI는 뜻밖의 상황을 맞닥뜨리게 됐다. 한진칼 최대주주인 고(故) 조양호 전 회장은 17.84%, 조원태 회장은 2.34%,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2.31%,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2.3%의 한진칼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는다.

이에 KCGI는 한진칼 지분율을 15.98%까지 늘리며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바짝 쫓아왔으나 델타항공의 깜짝 지분 매입으로 일단 한진가에는 우호세력으로 판단되는 지분이 늘게 됐다. 

이와 관련해 델타항공 측은 대한항공과의 조인트벤처 관계를 더 강화하기 위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는데, 대한항공에 직접 투자를 하지 않고 지주사인 한진칼에 지분 투자를 했다는 점에서 KCGI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한진 일가에 힘을 실어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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