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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화재는 설치·관리 총체적 부실…4가지 원인 시험실증 통해 규명
ESS화재는 설치·관리 총체적 부실…4가지 원인 시험실증 통해 규명
  • 송채석 기자
  • 승인 2019.06.12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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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11일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결과 발표
이승우 국가기술표준원장이 1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민관합동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가 실시한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결과’와 ‘재발방지를 위한 종합안전강화대책’, ‘ESS 산업생태계 경쟁력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이승우 국가기술표준원장이 1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민관합동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가 실시한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 결과’와 ‘재발방지를 위한 종합안전강화대책’, ‘ESS 산업생태계 경쟁력 지원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2017년 8월 이후 지난달까지 1년9개월 간 전국에서 23차례나 발생한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사고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 부실한 설치·관리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천명한 탈(脫)원전 선언 후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을 급속히 늘리는 과정에서 빚어진 인재(人災)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는 ‘민관합동 ESS 화재사고 원인조사위원회(조사위)’가 실시한 ESS 화재 사고 원인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ESS 화재 사고는 2017년 8월 전북 고창군에서 처음 발생한 후 경북, 전남, 경남, 충북, 충남, 경기, 강원 등 전국 각지에서 총 23건 발생했다. 

첫 발생 이후 지난해 5월부터 사고가 빈발하자 정부는 같은해 12월27일 조사위를 꾸려 약 5개월간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한 조사에 들어갔다. 조사위는 전기·배터리·화재 등 ESS 분야 학계, 연구소, 시험인증기관, 소방전문기관, 정부 등 19명의 전문가로 구성됐다. 

총 23개 사고 현장에 대한 조사와 자료 분석을 거쳤으며 매주 1회 정기 회의와 수시 회의를 비롯해 현장조사·기업면담·제보청취 등 총 80회 이상의 회의와 조사가 이뤄졌다. 

화재 사고와 직접 관련된 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원인 추정 내용과 시험 실증 계획을 설명하고 의견을 청취하기도 했다.

분석 결과 전체 23건의 사고 중 14건이 충전 완료 후 대기(휴지) 중에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6건은 충전 또는 방전 과정에서, 3건은 설치·시공 중에 났다.

용도별로는 태양광·풍력 연계용 17건, 수요관리용 4건, 주파수 조정용 2건 등이었다. 설치 위치 별로는 산지 14건, 해안가 4건, 기타 공장 등 5건이었고 건물 형태 별로는 조립식 패널 15건, 컨테이너 4건, 콘크리트 4건이었다. 운영 기간 별로는 1년 이하 16건, 1~2년 3건, 2년 이상 4건으로 조사됐다.

조사위는 추정 원인을 과학적·객관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시험 실증을 거쳤다. 전기안전공사, 한국전력공사 등 9개 기관에서 약 90명의 인원이 참여해 ESS 구성품(배터리, PCS) 및 시스템 단위로 총 76개 항목에 대한 시험 실증을 실시했으며 ▲전기적 충격에 대한 배터리 보호시스템 미흡 ▲운영환경 관리 미흡 ▲설치 부주의 ▲ESS 통합제어·보호체계 미흡 등 4가지가 주요 원인으로 압축됐다.

첫째로 조사위는 지락(전로와 대지 간 절연이 저하돼 전로 또는 기기 외부에 전압·전류가 나타나는 상태)·단락(전기 양단이 접촉돼 과다한 전류가 흐르는 현상)에 의한 외부로부터의 큰 전기 충격(과전압·과전류)이 배터리 시스템에 유입될 때 이를 차단해주는 랙 퓨즈가 빠르게 단락 전류를 차단하지 못한 점을 확인했다. 

이로 인해 절연 성능이 저하된 직류접촉기(DC Contactor)가 폭발하고 이어 배터리보호장치 내 버스바(Busbar)와 배터리보호장치의 외함을 타격하는 2차 단락 사고가 발생하면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결론 지었다.

둘째로 산지나 해안가에 설치된 ESS 시설의 경우 큰 일교차로 인한 결로와 다량의 먼지 등에 노출되기 쉬운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어 화재 발생 가능성이 크다고 조사위는 분석했다 이 같은 환경에선 배터리 모듈 내 결로의 생성과 건조가 반복(Dry Band)되면서 먼지가 눌어붙고 이로 인해 셀과 모듈 외함 간 접지 부분에서 절연이 파괴될 수 있다.

조사위원장인 김정훈 홍익대학교 교수는 “전지는 분진이나 수분에 굉장히 약하다. 특히 결로가 유입되면 약해지고 자기 성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이를 지키지 않거나 임의로 (시설을) 뜯어고치면서 운영·관리 측면에서 미흡했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ESS 시설이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으로 설계·관리·보호되지 못하고 있어 사고 원인을 원활히 조사하고 사고가 전체 시스템으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지 못했던 점도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제작 주체가 다른 에너지관리시스템(EMS)·전력관리시스템(PMS)·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시스템통합(SI)업체 주도로 유기적으로 연계·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전력변환장치(PCS)와 배터리 간 보호 체계 작동 순서가 부재하고 PCS 고장 수리 후 배터리 이상 유무 확인 없이 시스템을 재가동하는 등 통합 관리 미흡 사례는 다수 확인됐다.

한편 다수의 사고가 동일 공장에서 비슷한 시기에 생산된 배터리를 사용한 것이 확인됨에 따라 조사위는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의 결함을 확인하기 위해 셀 해체 분석을 시행했다. 조사 결과 1개사(社) 일부 배터리 셀에서 극판접힘, 절단불량, 활물질 코팅 불량 등 제조상 결함이 발견됐으나 이러한 결함을 모사한 실증에서 화재가 발생하진 않았다. 

다만 조사위는 제조 결함이 있는 배터리가 충·방전 범위가 넓고 만충 상태가 지속해서 유지될 경우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김 위원장은 “시험실증 결과만 갖고 원인이다, 아니다 판정하기 부족했기에 잠재 위험성을 경고한다는 차원”이라고 했다. 

조사위 대변인을 맡고 있는 최윤석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는 “제조 결함은 독자적으로 내부 단락을 일으키진 않지만, 여러 운영 조건과 결합돼 내부 단락을 일으키는 간접적 전개 요인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발생한 사고의 책임 소재를 가리는 문제는 조사위 역할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은 “ESS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최초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 길인지 알 수 없다”고 말하며 “해야 할 일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ESS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변인 역시 조사위 역할에 대해 “앞으로 ESS 사업을 계속해 나가는 데 있어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둬 원인을 규명한 것에 그친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전체 배터리 보호 체계에서 문제가 복합적으로 발생한 만큼 제조사와 PCS, SI 업체에 모두 책임을 물을 수는 있다고 조사위는 밝혔다. 정부 개입보다는 사인 간에 법적 해결을 봐야 한다는 결론이다.

김 위원장은 “모든 업체가 다 몰랐기 때문에 누구의 잘못이라고 명확히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고 조사위에서 할 일도 아니다. 각 사 간의 계약관계가 있을 테니 책임 공방은 재판 등을 통해 사인 간에 해결할 문제”라고 언급했다.

박정욱 산업부 제품안전정책국장도 “기존의 법 제도나 기준을 위반한 것이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이 당연히 발생했겠지만 그런 상황이 아니다. 기업의 운용 기준이나 약관상 문제는 정부에서 다룰 것이 아니라 사업자들 간 분쟁이나 소송을 통해 다뤄야 한다”고 명확히 했다. 

제조사로 하여금 제품을 전량 리콜(recall)하도록 조치할 가능성에 대해선 “ESS는 소비재가 아니기 때문에 리콜 제도를 적용할 수 없다. 기업들이 나름대로 결함 생긴 부분들을 교체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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