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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반복-미중 무역전쟁 “투키디데스의 함정”
역사의 반복-미중 무역전쟁 “투키디데스의 함정”
  • 박재홍 기자
  • 승인 2019.05.29 14: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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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흥 강국인 아테네와 기존 패권을 쥔 스파르타와의 전쟁인 펠로폰네소스 전쟁
- 그 결과는 결국 고대 그리스의 쇠망의 길로
- 미중 무역전쟁도 흡사한 역사의 전철을 밟고 있어
- 양국의 패권 다툼이 인류의 비극적 결말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박재홍 기자
박재홍 기자

미국과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하이테크 기술 분야로 확대되면서, 미국은 중국의 화웨이에 이어 드론 분야 세계 제1위 DJI와 감시 및 보안업체인 하이크비전(Hikvision)까지 제재대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고착화 되면서, 두 거대 국가간 패권 다툼이 단순히 무역불균형 문제로 국한되지 않고 점차 진영간 대결로 번지고 있다. 미국은 한국, 일본, 유럽 등 동맹국들에게 화웨이 거래 제재 동참을 압박하고 있으며, 이에 맞서 중국도 주변국에 미국의 제재 동참시 불이익을 암시하여 국제 사회에 혼란과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패권 다툼 양상에 대해 파이낸셜타임즈는 지난 2018년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2018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기도 했는데,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란 기존 질서를 주도하던 패권국이 약화되고, 빠르게 부상하는 신흥강국이 기존의 패권 질서에 도전하게 되면 패권국간에 주도권 두고 전쟁을 포함해 직접적으로 충돌한다는 것이다. 하버드대학의 그레이엄 엘리스 교수가 2012년 파이낸셜타임즈 기고문에서 처음으로 사용했다.

이 기고문에서 ‘구조적 긴장이 극심해질수록 아주 사소한 불씨가 대규모 충돌을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으며, 이 용어를 2014년 시진핑 주석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피해야 한다. 커다란 분란을 초래할 것이다”라고 인용하면서 미·중 패권 다툼이 심화될 때마다 각국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 용어가 자주 인용되곤 한다. 

빈에 있는오스트리아 의회 건물 앞 투키디데스동상

투키디데스는 아테네의 장군이자 역사가이다. 자신이 지휘했던 전투에서 패배하자 반역죄 선고를 받고 아테네에서 추방당한 후, 아테네와 스파르타간에 벌어졌던 전쟁(기원전 431~404년)에 대해 서술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펠로폰네스 전쟁사>이다.

이 책은 신화적 요소를 배제하고 객관적이고 어느 한편으로 치우치지 않게 서술함으로써 인류의 최고의 역사서 중 하나로 꼽히고 있으며, 현대 정치학의 필독서 이기도 하다. 

기원전 431~404년 페르시아 전쟁에서 승리한 아테네는 페르시아의 재침략을 대비해 해군력을 주축으로 델로스동맹을 출범시켰고, 이에 위협을 느낀 스파르타는 펠로폰네소스 반도 국가들과 펠로폰네소스 동맹을 결성해 아테네에 맞섰다. 

당시 아테네는 스파르타에 비해 열세였지만 신흥 강국으로 떠오르며 점차 야욕을 부려 다른 동맹시의 자치를 범하고 위협하자, 스파르타는 두려움이 커졌고, 아테네와 스파르타는 각각 자기편 동맹시(同盟市)들을 거느리고 양 진영으로 나뉘어 싸우게 된다. 결국 스파르타 주축의 펠로폰네소스 동맹이 승리하였으나, 이 전쟁을 기점으로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고대 그리스는 쇠망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패권 다툼의 결말은 결국 자국의 비극이 될 수 있다는 역사적 교훈을 후세에 남겨 주고 있다.

역사의 수레바퀴는 돌고 도는 것인가? 2,500년전의 역사가 미·소 냉전을 거쳐 작금의 미·중 무역전쟁으로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펠로폰네소스전쟁은 해양세력으로 대변되는 민주주의 체제인 아테네 주축의 델로스동맹과 대륙세력으로 전제정치 체제의 스파르타의 펠로폰네소스 동맹간 충돌이었는데, 과거 미·소 냉전이나 오늘날의 미·중 무역전쟁도 이 같은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이 <중국 제조2025>로 기술 패권을 도전하고, <일대일로>로 세계정치의 주역으로 나서자, 이에 맞서 미국은 무역 뿐만 아니라 자국이 우위에 있는 지적재산권, 금융 분야까지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북극해 주도권을 놓고 중국과 부딪치면서 영토 분야까지 확전될 모양이다. 

처음에는 양국간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분쟁으로 시작되었으나,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양국의 생사를 건 패권 전쟁으로 확대되면서 그 양상은 점점 아시아 문명과 서양 문명간의 문명 충돌까지도 갈 수 있다고 하버드대 새뮤얼 헌팅턴 교수는 분석하기도 하였다. 

트럼프정부 탄생의 주역인 前백악관 수석고문 스티브 배넌(Stephen Bannon)은 2017년 일본의 한 강연에서 미국이 점차 쇠락하고 있으며 그 연결고리에 중국에 있다고 하였다. 또한,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인용하여 중국과의 무역분쟁은 향후 100년의 패권을 다투며, 미국이 승리해야 한다고 역설하여 앞으로 펼쳐질 무역분쟁의 성격을 중국과의 패권 다툼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우리 역사를 돌아보면 쇠락해가는 강대국과 이에 도전하는 신흥국간 패권 다툼 시기에 한반도가 희생양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명나라를 치겠다며 길을 빌려달라는 일본이 일으킨 <임진왜란>이나, 명나라가 쇠락하고 만주의 여진족의 후금이 발호했던 <정묘호란>, <병자호란>, 일본제국주의가 일으킨 <일제강점기>, 냉전 체제의 산물인 <6·25 한국전쟁> 등 한반도를 둘러싼 신흥 세력간 다툼은 여지없이 한반도에 태풍을 몰아왔다. 

21세기의 미·중간 무역전쟁은 미국과 중국이 우리에게 양자택일을 강요하다시피 요구할 것이고, 우리는 분쟁 당사자도 아니면서 상대적으로 더 큰 희생을 상당 기간 감내해야 되는 고난의 시기를 겪을지도 모른다.

무역전쟁이 펼쳐질 시나리오 중에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으로 미·중간 국지전까지 발발할 수 있다고 전망하는 전문가도 있는데, 실제로 지난 2018년 10월 초, 남중국해에서 미·중 양국 군함이 충돌 직전까지 가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존 볼턴은 "남중국해에서 중국 군함이 위협한다면 발포해 버릴 것"이라고 언급한 적도 있어 앞으로도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이 전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보수 극우 포퓰리스트 세력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극우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을 규합해 선거 지원 및 컨설팅 했다고 전해지는 트럼프의 최고 선거 전략가 스티븐 배넌은 왜 유럽 극우를 돕느냐는 질문에 “유럽의 모든 유행은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미국으로 온다. 결국 2020년 미국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답했다. 

2016년에는 이민자를 반대하고 자국 일자리 보호를 앞세워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정하였고, 곧 이어 자국 이익이 최우선순위임을 천명하는 트럼프정부가 들어섰다. 가까운 이웃 나라인 일본은 중국과 한국과 영토 분쟁을 지속하면서 군사대국 재기를 노리며 아베와 같은 우익 보수 세력이 계속 집권하는 상황이다.  

글로벌 우익 파퓰리즘은 자칫 글로벌 패권을 다투는 미·중간 전장이 엉뚱하게도 북한 핵문제를 빌미로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감으로 펼쳐질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미중간의 무역전쟁은 이제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잠시 일시적 합의는 이룰 수 있겠지만 이제 지루한 상시적 다툼이 될 것이다. 우리 투자가들은 지금 같은 예민한 시기에 우선 달러, 원화, 위안화, 엔화 등의 환율 동향을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해야 할 것이다. 채권과 외국인들의 투자 동향을 살피면서 이 혹독한 시기에 리스크 관리로 살아 남아 다음 시장을 도모하는게 최선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투키디데스는 자신의 저서인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의 서문에서, 자신의 책을 “불멸의 재산”으로 “과거에 일어났고 앞으로도 똑같거나 비슷한 방식으로 충분히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명확히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 유용할 것이다”하고 하면서, “개인간 이해관계 충돌은 불가피하다. 그 이유로 이후에도 인류의 전쟁은 불가피하다. 나는 이 책이 대중의 흥미를 충족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영원히 전쟁의 원인을 밝혀주는 고전적인 책이 될 것이다.”라고 서술한 바 있다. 

인간의 탐욕과 그로 인해 말미암은 인류의 비극에 대해 선대 역사가가 남긴 말을 깊게 생각해 보면서 투자에 임해보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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