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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주의 유통기한
테마주의 유통기한
  • 황윤석 논설위원
  • 승인 2019.04.22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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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석 논설위원

70대 대선배님 한 분이 아직도 정정하신데 말끝마다 "나는 유통기한이 지났어. 지나도 한참 지났어"라는 말씀을 하신다.

100세 시대, 70대면 청년을 지나 이제 중년이 되신 건데 그렇지 않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게다가 황사장도 유통기한 얼마 안남았어 라는 말로 일침을 놓는 것을 잊지 않으신다. 그만큼 남은 여생 정신 차리고 살라는 뜻을 걱정 반, 농담 반으로 일깨워주신 것으로 안다.

사람의 일생이 이러할진대 다른 것은 더이상 말해 무엇하랴. 주식도 마찬가지다. 주식도 유통기한이 있다. 뉴스와 이슈에 따라 명멸(明滅)하는 테마주는 더욱더 그러하다. 지난달 25일 한은 총재가 국회 재정위에 출석해 화폐개혁을 언급하면서 촉발된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 관련주는 얼마전까지 시장에서 불꽃쇼 랠리를 펼쳤다.

그러나 지난 18일 한은 총재가 돌연 입장을 바꿔 "리디노미네이션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가까운 시일내에 추진할 계획도 없다"며 한달 전 발언은 원론적 검토 차원이었다고 한발 물러섰다.

리디노미네이션은 화폐의 가치를 그대로 두되 단위만 줄이는 화폐개혁을 말하는 것으로 이번에 1000원을 1원으로 줄이는 방식이 검토된 것으로 알려졌다. 1달러가 1140원 정도라고 하면 OECD국가중에서 1달러의 교환가치가 1000원이 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근거를 앞세웠다.

화폐단위가 커 환율 계산이 불편하고, 일본과 유럽 등 선진국과 비교해서 원화 가치가 낮아 우리 경제 위상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었고 일부 타당하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우리 정부가 화폐 개혁을 단행한 것은 1950년과 1953년, 1962년까지 모두 세 차례 있었다. 1950년 화폐개혁은 한국전쟁으로 서울이 북한군에게 점령당한 뒤 한국은행을 장악한 북한군의 시장교란을 막기 위한 극단적인 조치였다.

1953년 화폐개혁도 전쟁 직후 위축된 생산활동과 치솟는 인플레로 인해 불가피한 100:1 하향 리디노미네이션이었다. 한국전쟁이라는 극단적인 국가 존망의 갈림길에서 행한 것이었다.

반면 1962년 6월10일 전격 단행된 화폐 개혁은 결제를 이유로 내건 처음이자 마지막 화폐개혁이었는데 경기 활성화를 이유로 화폐 단위를 환에서 원으로 바꾸고 액면가를 10:1로 또다시 하향 조정했다.

현금과 예금 동결로 산업을 더 위축시켜 시행 한달로 안돼 결국 실패로 끝났다. 취업난과 경기침체 등 가뜩이나 위축된 내수 경기에 뜬금없는 화폐개혁은 큰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이러한 흐름은 주식시장에서 리디노미네이션 관련 테마주의 급등과 급락의 해프닝으로 일단락 되었다.

이렇게 유통기한이 마감된 것이다. 남북경협주 소위 대북주에 물려서 큰 손실을 입은 개인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종전선언과 비핵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껏 달아올랐던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테마주들은 하노이 2차 북미회담 이후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사실상 유통기한이 일시 정지된 대북주를 다시 물타기해서 매수 단가를 낮추어 보려는 개인투자자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안타깝기만 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모제를 앞두고 정치인 테마주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2020년 4월 국회의원 선거와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서서히 달아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이런 테마주들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여론조사와 이슈에 따라 주가가 급변하고 급등락을 반복하기 때문에 유통기한이 아주 짧다. 자칫 타이밍을 놓치면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리스크를 안게 된다. 

1분기 어닝시즌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미국 증시도 아마존, 페이스북 등 핵심 기술주들의 실적 발표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실적이 좋은 주도주들은 유통기한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오래도록 시장에서 장수하지만 테마에 따라 움직이는 잡주들은 대개 유통기한이 너무 짧다. 금방 타올랐다가 이내 식어버리고 머지않아 투자자의 관심 밖으로 사라진다.

언제나 그랬듯이 투자자들은 주식의 유통기한을 꼼꼼이 잘 따져보아야 한다. 미래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실적주, 주도주를 잡아서 시세가 길게 오래갈 수 있도록 중장기로 가져가는 정석 투자가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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