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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실리는 주주 행동주의…대한항공 계기로 다른 기업들도 눈치 ‘살살’
힘 실리는 주주 행동주의…대한항공 계기로 다른 기업들도 눈치 ‘살살’
  • 양희중 기자
  • 승인 2019.03.28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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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드십코드·KCGI에 이어 다시 ‘탄력’…기업 자발적 변화 양상도
27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반대 의견을 가진 주주들이 의견충돌을 빚고 있다.
27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대한항공 정기 주주총회’에서 반대 의견을 가진 주주들이 의견충돌을 빚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주주들의 반대로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이 실패했다. 비록 국민연금에서 결정적으로 손을 들어주긴 했지만 주주 손에 물러난 재벌총수는 조 회장이 처음이다.

27일 업계에서는 이번 한진그룹 주주총회를 통해 이제야 싹을 틔우기 시작한 주주 행동주의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표명했다.
 
주주 행동주의란 주주가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기업 경영과 의사 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활동으로 시세 차익·배당에만 관심을 갖고 단기 보유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기업 감시 활동을 펼쳐 적극적으로 주주 가치를 높이는 노력을 보이는 것을 뜻한다. 

선진국에서는 오래전에 정착돼 경제민주화에 꽃을 피웠으나 국내에서는 재벌 총수 등 대주주의 지배력이 절대적이라 최근에 들어서야 시작을 알렸다.
 
사실 국내에서 재벌 총수가 가진 대주주의 위치가 주는 강력한 절대적 지배력으로 소액주주의 권리는 완전히 무시당했다. 주총에서의 이사 선임을 포함한 안건은 표결 대상이 아닌 확정안에 가까웠으며 대주주이자 재벌 총수인 기존 경영진에 거수기 노릇을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그 트리거가 됐던 주체는 이번 조양호 회장에 연임에 제동을 건 토종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다. 

KCGI는 총수일가에 비윤리적인 갑질로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됐던 한진그룹을 목표로 작년 11월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지주사인 한진칼의 2대 주주로 등극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지난 22일 서울고등법원이 KCGI는 주주제안 자격이 없다고 판결함에 따라 오는 29일 한진칼 주총에 안건조차 올리지 못하게 됐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한진가와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재벌 총수와 총수 일가에 갑질 전횡 문제를 부각시키고 소액 주주의 권리를 높이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이러한 KCGI에 맞서기 위해 한진그룹은 배당 확대 등을 담은 자체 혁신안 ‘한진그룹 비전 2030’을 내놓았으며 또한 현대홈쇼핑과 스트, 한솔홀딩스, 무학, 강남제비스코, 태양, KISCO홀딩스 등도 국내외 주주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에 맞닥뜨리며 주주 가치 제고 방안을 고민을 해야 했다.  

아울러 올해 기업들이 지난해 결산에 대해 30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의 배당을 추진하는 것도 이러한 주주 행동주의 움직임이 배경이 됐다는게 업계에 분석이다. 

또한 유명무실에 대명사 국민연금이 작년 7월 스튜어드십 코드(기관 투자가의 의결권 지침)를 도입한 것도 주주 행동주의를 견인하는 힘이 됐다. 이번 조 회장이 사내이사로 재선임되지 못한 이유 중 외국인 투자자들이 반대표를 던진 것도 주주 행동주의가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주총은 조양호 회장이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주주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반대의견에 손을 들어준 것이다. KCGI 등 견제 세력에 힘이 실리면서 지배구조 개선 및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요구는 더욱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반면 주주 행동주의가 기업의 성장을 압박하고 장기적인 기업 가치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27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입장문 통해 “조 회장이 대한항공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해 왔다는 점을 국민연금이 고려하지 않은 결정으로 판단된다. 사법부가 판결을 내리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해야 한다는 대원칙에도 반하는 결과일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이 민간기업의 경영권을 좌지우지하게 된다는 ‘연금사회주의’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있는 만큼 보다 신중했어야 하는데 아쉽다”고 발표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이날 서울 방화동 본사에서 개최한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은 73.8%의 출석률을 기록했으며 출석 주식의 64.1%가 조 회장의 재선임 안에 찬성했고 35.9%가 반대했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지난 1999년 4월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가 된 지 20년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대한항공 정관상 사내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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