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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20년만에 대한항공 경영권 상실…박빙의 표대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20년만에 대한항공 경영권 상실…박빙의 표대결
  • 김규철 기자
  • 승인 2019.03.27 14: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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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주총서 국민연금·외국인·기타 주주 35.9% ‘반대’
한진칼 지분 있으므로 경영권 박탈은 아냐…표면적으로 물러나
조양호→조원태 체제 변화 불가피…경영 시험대 오를 듯
27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연임이 저지된 가운데 본사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7일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연임이 저지된 가운데 본사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비윤리적인 오너 갑질 논란으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그룹 정기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패배하며 1999년 부친 고(故) 조중훈 회장에 이어 대한항공의 수장이 된지 20년만에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이에 조 회장은 지배력 감소에 의한 경영권 제동이 걸렸고 한진그룹 총수 일가는 경영권 박탈은 면했지만 대기업 총수가 오너리스크에 의해 대표이사직에서 내려오는 국내 최초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27일 대한항공은 오전 제57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을 안건을 표결에 올렸다. 주총 참석률은 의결권이 있는 주식수 기준 74.%를 기록했다. 

이날 세간 이목을 모은 최고의 관심사는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었다.
대한항공 정관은 ‘사내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날 해당 안건에 대한 표 대결에서 조 회장은 참석 주주 3분의 2(66.6%) 이상 찬성을 얻지 못해 연임이 불발됐다. 이날 승패를 가늠하는 지분의 차이는 2.5% 남짓이였다.

이번 연임 불발에 가장 큰 원인으로 업계에서는 조 회장 외에 부인과 세 자녀의 오너리스크가 부른 여론 악화가 결정적이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총수 일가가 실질적으로 지배한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통해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기내 면세품을 납품하는 조건으로 중개수수료 196억원을 받은 혐의(특경법상 배임)로 기소되는 등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도 큰 몫을 했다.

이밖에도 지난 2010~2012년 인천 중구 인하대 병원 인근에 ‘사무장 약국’을 차명으로 운영하면서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건보재정 1522억원 상당의 부당이득금을 챙긴 밀수, 탈세 등의 혐의와 2015년 ‘땅콩 회항’ 사건을 비롯해 ‘물컵 갑질’ ‘대학 부정 편입학’ ‘폭행 및 폭언’ 등 이루 헤아릴 수도 없는 각종 사건에 연루돼 전 국민의 공분을 사면서 이러한 결과가 도출됐다.

이번 주총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이러한 한진그룹 오너 일가에 부도덕한 행위가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주총도 하기 전에 일찌감치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내놨다. 

앞서 국민연금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은 조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안에 반대 투표를 권고했다.

해외 공적 연기금인 플로리다연금(SBAF), 캐나다연금(CPPIB), BCI(브리티시컬럼비아투자공사) 등도 의결권행사 사전 공시를 통해 조 회장 연임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아울러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벌인 조 회장 연임 반대를 위한 의결권 위임 운동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대한항공에서 조양호 회장의 업적을 업적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조양호 회장은 1974년 12월 대한항공에 입사한 이래 항공·운송사업에서 45년 이상 종사했다.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장을 맡은 우기홍 대표이사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 부결을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장을 맡은 우기홍 대표이사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을 부결 했다.

1980년 2차 오일쇼크 당시에 항공기 구매를 계획대로 진행하고 1997년 외환 위기에 따른 영향에도 유리한 조건으로 구매 계약을 체결하며 대한항공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기도 한 다음 1999년 대한항공의 대표이사직에 올랐다. 

특히 전 세계 120개국 287개 민간 항공사들이 회원인 국제협력기구인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집행위원회(BOG) 위원, 31명의 집행위원회 위원 중 별도 선출된 11명의 전략정책위원회(SPC) 위원으로 활동하며 올해 서울에서 열리는 IATA 총회 개최에도 기여했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오너일가의 일탈 행위와 별개로 경영 능력에 대한 검증도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대한항공 이사회는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JV) 조기 정착과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총회의 성공적인 서울 개최 등을 위해 “항공전문가인 조 회장의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조 회장에 경영권을 지키는 데는 실패했다.

한편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부결됐지만 한진그룹의 지주사인 한진칼에 대한 조양호 일가의 지분이 있어 경영권이 박탈됐다고 할 수는 없다. 대한항공 주식 지분은 조 회장과 한진칼(29.96%) 등 특수관계인이 33.35%를 보유하고 있다. 

한진칼의 최대주주는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으로 지분율은 28.7%다. 한진그룹은 한진칼→대한항공·한진(자회사)→손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조 회장 연임이 실패하면서 조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의 경영 보폭이 빨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의 경영 보폭이 빨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반면 조 회장 연임이 실패하면서 조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의 경영 보폭이 빨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대한항공은 조원태 사장과 우기홍 대표이사 부사장 2인 체제로 꾸려질 전망이다. 유일한 오너가 일원인 조원태 사장은 대한항공의 산적한 현안을 해결해야 하는 경영능력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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