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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고다이바이즘(godivaism)’ 소액주주운동 활성화 기대
현대판 ‘고다이바이즘(godivaism)’ 소액주주운동 활성화 기대
  • 박재홍 기자
  • 승인 2019.03.11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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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홍 기자
박재홍 기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누드화 중 하나로 꼽히는 작품에 John Collier의 ‘Godiva 부인’이라는 작품이 있다. 기품 있으나 슬픈 눈빛을 띈 여인의 이 한 장면에 깃든 사연 때문이다.  

화이트 데이를 앞두고 거리에 화려한 사탕이나 초콜렛 판매가 한창인데, 쵸콜렛의 프리미엄 브랜드로 유명한 벨기에의 ‘고디바’는 그림 속 주인공 부인의 사연을 모티브로 창업자가 작명했다고 한다.

11세기경 잉글랜드 중부지방의 코벤트리의 레오프릭 영주는 지나친 징세와 폭정으로 농민들사이에 원망이 높았다고 한다. 이 폭정을 보다 못해 항거한 사람이 다름 아닌 레오프릭 영주 의 부인 고다이바였다. 

그녀는 남편인 레오프릭 영주에게 너무 무거운 세금을 낮출 것을 요구했고, 레오프릭 영주는 코웃음치며 빈정대듯이 말했다고 한다. “당신이 벌거벗은 채로 말을 타고 나가 마을을 한 바퀴 돈다면 세금 감면을 생각해 보겠다”라면서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제안을 했다. 

그 당시 품격 있는 백작 부인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모욕적인 언사이기도 하지만, 고다이바는 남편의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어느 날 이른 아침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채 그림 속과 같이 말을 타고 마을을 돌게 된다. 

John Collier의 ‘Godiva 부인’
John Collier의 ‘Godiva 부인’

이 날 아침, 마을 주민들은 백작 부인의 숭고한 뜻을 받들고자 집집마다 창문을 걸어 닫고 어느 누구 하나 구경하려 내다보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레오프릭은 고다이바 부인의 간청을 받아 들여 세금을 낮추고 훌륭하게 다스렸다고 전한다. 

정치학에서 관행이나 상식, 힘의 역학에 불응하고 대담한 역의 논리로 뚫고 나가는 정치’를 고다이바의 대담한 행동에 빗대어 ‘고다이바이즘(godivaism)’이라고 부르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 역린을 건드려 좌천되었으나 현 정권에서 절치부심 서울지검장으로 복귀한 윤석열 지검장은 2013년 당시, 국정원 댓글 수사 실무를 지휘하면서 검찰 수뇌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압수수색과 체포영장을 집행했다가 수사팀에서 쫓겨났다. 

그는 그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난 조직에 충성하지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고 답변하여 당시 권력에 순응했던 검찰 조직 내의 힘의 역학에 불응하고, 권력의 눈치를 떠나 담대하게 수사에만 전념해 국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최근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주주총회가 이달 말 열리는데, 횡령과 배임 등으로 기소된 조 회장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주주들의 위임을 받아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나섰다. 조회장 일가의 갑질 행위가 국민적 공분을 사면서 연임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 시장은 인간의 탐욕이 난무하는 곳이기도 하다. 부도덕한 경영자의 횡령 배임 소식이 끊이지 않으며 이를 틈타 우량한 기업을 헐값에 사들이려는 기업사냥꾼도 활개를 친다. 회사를 믿고 투자한 개인 소액 주주들의 눈물 어린 분노와 하소연에도 돈은 냉정하다. 

주식 시장에 개인 투자자들이 방만한 경영을 견제하고 부실 회사를 정상화 해보려는 움직임들이 있다. 주주간에도 이해 관계가 엇갈려 심각한 내분을 보일 때도 있지만, 법을 빙자하여 합법의 테두리 내에서 교묘하게 방만 경영을 일삼는 자들에겐 그들은 자본시장의 공정을 지키는 워치독이 되기도 한다. 

소액 주주 운동이 모두 옳은 것만은 아니며, 명암이 있게 마련이다. 회사의 분식회계, 임직원 횡령 배임, 배당 확대, 일감 몰아주기 등 견제라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과도한 현금 배당 요구, 내부정보 알려달라는 등 생떼, 내부 비리 제보 협박 등을 부리는 경우도 있다. 

비록 한편에 그늘이 있다 하더라도, 아무도 관심 없는 주주 권리의 사각지대에 건전한 비판 세력이 되어 자본시장 견제에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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