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네이버블로그
  • 네이버포스트
주요뉴스
벚꽃은 바람에 휘날리고… 라스트 사무라이 전차의 질주
벚꽃은 바람에 휘날리고… 라스트 사무라이 전차의 질주
  • 임연태 논설위원
  • 승인 2014.04.10 07: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벚꽃이 참으로 화사하다. 지난주는 온 세상이 벚꽃천지였다. 나무 가득히 탐스럽게 열려있는 벚꽃들은 화려하고, 바람이 조금 불어 꽃잎이 휘날릴 때는 더욱 매혹적이다. 그런 벚꽃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 참으로 비장하다. 삶의 유한성과 영원성이 동시에 느껴진다. 벚꽃이 만발한 경치를 바라보자면 오래전에 보았던 라스트 사무라이라는 영화장면이 떠오른다. 

    ▲증권일보= 임연태 논설위원
톰 크루즈가 남북전쟁 후 군사훈련교관으로서 일본에 오는 미국장교 알그렌 대위로 출연한 영화다. 그는 일본에 와서 사무라이들의 가치관과 생활에 점차 동화되어 나중에는 일본칼을 차고 개화를 반대하는 진영에서 사무라이들과 같이 싸운다. 신무기 기관총에 전멸하는 마지막 돌격 전투 장면과 휘날리며 떨어지는 벚꽃의 화려한 풍광이 특히 인상적이다.
 
 벚꽃은 피는 특성이 특이한 꽃이다. 순식간에 피었다가 한 번에 지고 마는 꽃이다. 필 때도 한 번에 피고, 질 때도 한 번에 지고 만다.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에서 벚꽃이 흩날리는 들판에서 사무라이 대장 가쓰모토 영주가 전투 후  죽어간다. 그는 화사하게 날리는 벚꽃을 눈에 담으며 중얼거린다. “완벽하구나.” 벚꽃이 필 무렵이면 으레 그 장면이 떠오른다.

지난 보름 간 삼성전자와 자동차 주의 질주가 눈부시다. 마치 화려한 벚꽃을 보는 것 같다. 3월 중순 1920대 초반의 지수를 2000대로 상승시킨 주역이 삼성전자와 자동차주였다. 전차의 질주다. 전차는 우리주식시장의 시가총액에서 30% 이상의  큰 비중을 차지하기에 이들의 도움 없이는 지수의 상승은 어렵다. 이들이 앞장서야 하며, 최소한 이들이 뒤로 후퇴하지 아니하여야 지수는 상승한다. 

사는 주체는 누구인가. 외국인들이다. 지난달과 이달 들어 삼성전자를 1조 이상, 현대자동차와 기아차를 5천억 이상 사들이고 있다. 외국인들의 주매수 업종으로, 전기전자와 자동차 그리고 은행정도에 한정하고 있다. 업종자체가 한정적이다.

그렇다면 왜 사는가. 이러한 외국인의 순매수는 지난해 4분기 이후 선진국으로 과도하게 회귀된 자금이 다시 신흥국 투자주식펀드로 유입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콘탱고에 따른 프로그램매수와 선물옵션시장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최근의 주식시장은 침체된 고객예탁금, 적은 거래량 때문에 더욱더 선물옵션이라는 파생시장에 휘둘린다. 특히 이번 주는 옵션만기주이기 때문에 이의 영향력이 더욱 크다.

언제부터인지 주식시장도 많이 변했다. 지금의 시장은 과거의 시장과 다르다. 갈수록 전산화 되어 속도가 전보다 훨씬 빠르다. 더불어 시간이 지날수록 윈윈 되는 주식시장이 아닌 제로섬인 파생시장을 닮아가는 것 같다. 우량한 성장주나 가치주의 장기투자 풍토보다 코덱스레버리지나 인버스의 지수 방향맞추기형 ETF 거래가 주를 이루고, 롱숏펀드의 영향력은 막대하다.

작금의 주식시장은 선물옵션시장을 깊이 이해하지 않고는 전략을 세우기도, 거래하기도 어렵다. 주식투자자의 연구해야 하는 짐만 늘어나는 상황이다. 언제쯤 파생시장에 휘둘리지 않은 주식시장이 될까. 당분간은 요원해 보인다.

기관의 롱솟펀드 또한 갈수록 기승을 부린다. 기관은 단순히 주식을 사고파는 것만이 아니다. 동일 업종의 어떤 주식은 사고 어떤 주식은 공매도로 판다. 단순히 사지 않는 정도를 넘어 공매도로 적극적으로 수익을 취한다. 또한 공매도한 종목들은 어느 순간 쇼트커버링 개시 시 이유 없이 급등한다. 그럼으로 과거보다 시장의 변동성이 더욱더 심해지고, 시장의 속도도 더욱 빨라진 것 같다.

거래소 시스템도 4월 1일을 기해 새로운 거래시스템으로 바뀌었고 이것은 전보다 약 100배 정도의 빠른 처리능력을 자랑한다고 한다. 갈수록 빠른 전산화환경애서 속도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어  투자자의 연령대는 더욱 고령화되는 것 같다. 주식투자자 연령과는 반대로 가는 시장 환경이 더욱 우리를 어렵게 한다. 열심히 적응하여야 한다. 인간의 가장 위대함이 적응력이라 하지 않은가. 투자자는 더욱 더 물처럼 유연하여야 한다. 어느 그릇에도 담아져야 하며, 끊임없이 흘러야 한다. 그래야  수익이라는 바다에 이른다.

만개하여 활짝 피는 벚꽃은 아름답다. 2009년 상승의 주역 자동차와 2011년 상승의 주역 삼성전자 두 전차의 상승이 만개하는 벚꽃과 같아 보인다. 얼마나 화사한가. 그러나 비바람이 치면 어제까지의  그 화려한  꽃들이 하루 만에 사라지고 없다. 

조금은 더 꽃들을 구경하는 화려한 시간을 가져도 될 것 같다. 그러나 항상 벚꽃을 기억하라. 어느 날 비바람 불면 순식간에 모든 꽃은 땅바닥에 나뒹군다. 그리고 이제 꽃은 없다.
그러나 꽃이 없다고 실망할 이유는 없다. 새순이 돋아나리라. 더욱더 푸른 녹음이 온다.

신무기에 대항하는 시대를 역행하는 사무라이 대장 가쓰모토처럼 이번 전차의 투자에서 여러분도 이렇게 중얼거리길 기원한다. “완벽하구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