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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가라 하와이!"
"니가 가라 하와이!"
  • 황윤석 논설위원
  • 승인 2019.03.04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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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증시는 어디로?
           황윤석 논설위원

"니가 가라 하와이!" 영화 <친구>의 명대사다. 극중 유오성이 나름대로 친구를 살려보겠다고 장동건에게 "너 하와이에 가있으면 안되겠나? 하와이에 있다가 내가 잠잠해지면 부를게!"라고 하자 장동건이 유오성에게 한 대답이다.

그후 막바로 장동건은 유오성의 부하에게 백주 대낮에 폭우속 노상에서 칼로 난자당한다. 그 유명한 대사인 "고마해라 많이 뭇다 아이가!"를 남기고 처참하게 살해당한다. 한 명은 죽고, 한 명은 감옥에 가는, 비극적인 자신들의 운명을 모를 리 없었을 터인데도 그들은 건달의 '가오(顔-위신,체면의 일본어)'를 선택했다.

하노이 2차 北美회담이 결렬됐다. 기대가 크면 실망 또한 크다고 했던가. 그동안 시장을 주도해왔던 건설, 시멘트, 철도, 비료 등 광범위한 남북경협주들이 일제히 급락하면서 증시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회담 결렬 이후 온갖 후속 추측 기사들이 난무하고 있다. 이제 더이상의 회담은 없다느니, 남북관계 경색과 미국과의 긴장 고조 등 극단적인 비관론에 어차피 긴 협상에 큰 진전이라느니, 첫술에 배부르랴느니, 남북정상회담 물꼬 튼다느니 근거없는 낙관론까지 어지럽게 충돌하면서 다시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비핵화와 종전선언 그리고 대북제제 해제로 이어지는 "Big Deal"은 커녕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 등 조건부 제재완화만이라도 열어주면서 불가침 평화선언과 영변 핵폐기를 맞바꿀 것이라고 마냥 부풀었던 'Small Deal'도 물 건너갔다.

이미 끝난 마당에 결과를 놓고 시시비비를 가려본들 무엇하겠는가. 코엔 청문회로 코너에 몰린 트럼프가 일본의 사주에 의해 강경 입장으로 선회하고 영변 핵시설 폐쇄와 불가침 선언 등으로 적당히 경제제재를 풀어보려던 김정은이 난관에 봉착하면서 중국의 입김이 앞으로 커질 것이다 라는 등의 그럴듯한 추측 보도에 맞장구칠 생각도 없다.

이유와 배경이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회담 당사자 이외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중에서 누가 이득이고 누가 손실이고 하는 복잡한 셈법 계산에 말리고 싶지도 않다. 이번 회담에서 확인한 것은 미국은 '비핵화' 원칙에서 급할 것이 없다는 것이고, 북한은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성질은 급하고 彼我의 이분법적 논리에 길들여진 한국인들의 입장에서는 속전속결, 한방에 남자답게 끝내지 못하는 것이 답답해 보일 터이고 그러다보니 투자자들도 별 생각 없이 '카더라 통신'만 믿고 주변의 부추김대로 남북경협주에 올인했다가 낭패를 당하고 말았다.

미국이 북한을 바짝 말려 죽인다고 할 정도로 결국 승자는 시간 싸움에서 판가름날 것이니 결국 모든 비지니스에서 성급하게 승부를 보려 하면  백전백패라는 것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남북경협주에 투자했던 투자자들로서는 단기간에 자칫 큰 손실이 날 수도 있는 처지가 되었으니 졸지에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고 말았다.

"비핵화를 먼저 하면 개혁개방과 경제지원을 통해 베트남과 같이 성공한 나라로 만들어준다는데 왜 자꾸 고집을 피우는가." "먼저 경제제재를 풀어주고 본격적인 지원을 해주면서 체제 보장만 해주면 단계적으로 완전히 비핵화하고 핵사찰 받고 종전 선언하고 절대 핵실험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왜 믿지 않는 것인가."

네가 먼저 하면 나도 따라 약속을 지키겠다는 것인데 말이다. 한마디로 "니가 가라 하와이다!!"

이번에 남북경협주를 투자해 큰 손실을 보게 된 어느 투자자 한 분이 결렬된 북미회담을 두고 늑대와 양치기소년 이솝 우화가 생각난다고 했다.

김정은은 "내친구(My Friend)"고 "위대한 지도자(Great Leader)"로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번에 훌륭한 성과를 낼 것이 확실하다고 거듭거듭 외첬던 트럼프가 바로 '양치기 소년'에 다름 아니다라는 것이다.

"트럼프를 믿었는데 망했다"고 말끝을 흐리는 그 투자자의 답답한 속내를 모를 바 아니지만 얼마전까지 김정은을 로켓맨이라고 부르며, 미국의 미사일로 평양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빈라덴을 살해한 미국 공수부대를 투입시켜 김정은을 사살하겠다고 윽박지르며 금방이라도 전쟁을 일으킬 듯했던 다혈질 독불장군이자 전형적인 장사꾼이다.

또한 그는 중국 주요 수출품목 25% 관세 부과 이후 중국의 보복관세로 미국의 주요 산업이 타격을 입는 중에도 중국 시진핑은 훌륭한 사람이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내 친구라고 치켜세우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미국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과 적지 않은 국민들이 반대하는 가운데서도 멕시코 국경 장벽 설치를 강행하면서 연방정부 셧다운도 감수할 정도로 불도저같이 밀어부치는 승부사적 기질의 인물이다.

그런 사람을 우리 기준의 잣대로 왈가왈부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제 다시 3차 북미회담을 한다고 한들, 늑대가 나타났다고 하는 양치기 소년의 말을 누가 믿겠는가 하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목마른 사람이 샘물 판다고 정작 아쉬운 것은 한국과 북한이다. 한국은 조마조마한 전쟁 위협에서 벗어나 지긋지긋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끝내야 하고 북한은 당장 도탄에 빠진 굶주린 백성들을 구해서 세습왕조 체제를 지켜야 한다.

회담 결렬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북한과의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당부한 것을 두고도 갑론을박 말이 많다.

당연히 한반도  한민족 분단국의 당사자로서 얼마든지 만나고 논의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민족의 운명을 결정하는 당사자가 어느 순간 남에게 결정을 맡기는 '한반도 운전자'가 되고 '한반도 중재자'가 되어야 하는지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마땅치 않고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세계 최강 슈퍼파워의 힘을 앞세운 미국의 계산된 전략 앞에 그나마 북한이 상대국으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것은 '핵'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직도 경제적으로 낙후된 신흥국인 인도와 파키스탄의 국경 분쟁에 전세계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그들이 핵 보유국이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글로벌 주가지수 MSCI가 자사의 이머징 마켓 지수에서 중국 본토 주식의 편입 비율을 크게 늘리는 대신 한국 주식 비중을 줄이기로 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회담 결렬에 실망한 외국인 자금이 한국 증시에서 최대 18조원까지 빠져나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을 정도다.

회담 이후 3월 김정은 위원장 서울 답방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이구동성으로 코스피 2500선까지 상승랠리를  점쳤던 제도권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일제히 3월 이후 증시 하락 조정의 장기화를 예상하고 있다.

그들은 2019년 증시전망에서 미국의 금리인상과 글로벌 경기둔화를 이유로 하나같이 전반기 약세 하반기 강세의 上高下低 장세를 예측한 바 있었다.

도이모이를 선언한 베트남도 미국과 수교까지 9년이 걸렸다. 한반도의 완전한 평화 정착과 비핵화까지는 솔직히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이달 중순 미중 무역협상 최종 합의 준비중이라는 소식으로 미국 증시가 사흘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기술이전 강요, 사이버 절도, 환율, 농업, 비관세 장벽 등 6개 분야로 나뉘어작성된 합의문 초안에는 중국이 미국 농산물 총 1조2000억$을 수입한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모든 갈등이 끝날 수는 없듯이 IT 등 기술분야에서의 주도권 갈등은 여전할 것이며 미국과 EU간의 자동차관세 등의 악재도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미국 ISM 2월 제조업 PMI지수는 54.2로 2016년 11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경제지표들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 방심은 금물이다.

하노이 회담 결렬이후 남북경협 테마주의 무차별 급락에서 본 바와 같이 근거없는 한탕주의의 결말은 너무도 허망한 것이다.

한때 무역전쟁 피해주로 신저가를 기록했던 보잉(Boeing)이 연일 신고가 행진을 경신하는가 하면 , 국내에서는 삼성이 OLED에 연평균 8조원을 3년간 투자한다는 소식으로 OLED장비주들이 힘차게 상승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움츠렸던 IT와 전기차, 소재 산업재 관련주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남북경협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지만 이제 근거없는 테마주 한탕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세상승기 초입에 들어선 저평가주들을 매수해야 할 때다. 미국과 중국, 무역분쟁의 당사국인 관련주들 가운데 대박의 기운이 느껴지는 실적주 주도주, 가치주들이 꿈틀거리고 있다.

당장 눈앞의 작은 테마에 집착하는 단타 매매보다 큰 그림을 보는 투자 안목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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