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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 철도에서 한반도 KTX까지
구한말 철도에서 한반도 KTX까지
  • 박재홍 기자
  • 승인 2019.02.20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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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홍 기자

미국의 동부와 서부를 잇는 2,827Km 길이의 대륙횡단철도는 서부에서 출발한 CP(Central pacific railroad)과 동부에서 출발한 UP(Union pacific railroad)의 두 철도회사가 미국 유타주 프로먼터리(Promontory)에서 1869년 5월 10일 연결됐다. 

철도 연결 준공식에서 동부에서 온 UP쪽 아일랜드 노동자들이 레일 한 가닥을 놓고, 서부에서 온 CP쪽 ‘쿨리’로 불려진 중국 노동자들이 레일을 놓아 마지막 구간을 연결했다. 맞닿은 지점의 침목 위에 철도 연결을 상징하는 황금도금 된 쇠못을 박아 철도 연결을 기념하였는데 이를 ‘골든스파이크’라고 한다. 

▲ 대륙횡단철도 동서부 만나는 장면

미국은 이 대륙횡단철도를 바탕으로 특유의 거대 자본주의를 발전시키며 금융의 로스차일드와 JP모건, 철도와 철강의 카네기, 석유의 록펠러 등을 탄생시켰다. 미국의 위대한 초기 개척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철도는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시킨 토대이자 시발점이었다. 

미국의 철도는 꿈의 출발점이 되었지만, 구한말 대한제국의 철도는 제국주의 열강의 수탈의 대상이었다. 일본은 미국으로부터 철도부설권을 양수 받아 1899년 경인선을 개통한데 이어 1905년 경부선, 1906년 경의선까지 개통하였다. 

일본이 차지한 한반도의 철도는 러일전쟁 이후 일본 대륙 진출의 발판이 되었으며, 일제 강점기의 한반도와 우리 민족을 수탈하는 첨병 역할을 하게 됐다. 

일제와 맺은 경부철도합동조약에 따르면 일본은 대한제국으로부터 ▲철도 관련 용지 무상 상용 ▲ 철도를 통한 관세 및 세금 면제 ▲철도건설 외국인 배제 등 엄청난 특혜를 양여 받고  대한제국이 부담할 철도 건설 비용은 차관을 빌려주어 부채를 지게 하고 이자까지 받아갔다고 한다. 현재 남한 전철과 KTX를 제외한 80%와 북한 철도의 99%는 일제 강점기에 건설된 것이다.  

1883년 7월 미국으로 보내는 최초의 외교사절 보빙사의 일행이었던 유길준은 그의 <서유견문>에서 미국 대륙횡단철도를 처음 탄 그의 소감을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기차는 증기기관의 힘을 빌려서 움직이는 차인데, 화륜차라고도 한다.(..중략..) 멀리 가는 차는 밤낮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차 안에다 침구를 갖춰 놓았는데, 낮에는 걷어서 차벽에 걸어두고, 밤에는 내려서 평상처럼 된 상하 2층의 침대를 만든다. (..중략..)철로와 차바퀴가 서로 맞물린 제도가 일정한 규모로 뻗어나가, 1만 리 밖까지 이르러도 조그만 오차가 없다." 

대한제국의 일본과 미국 최초 유학생이었던 그는 유학 중 갑신정변으로 귀국하였으나 개화파로 체포되기도 하였지만, 국내 산업자본육성 운동을 위한 호남철도주식회사를 주도적으로 조직하기도 하였고, 사후 안창호 선생에 의해 애국지사로 추모되기도 했다. 철도는 구한말 한 사상가의 개화와 자주 운동을 일깨워 준 근대 문물이다. 

▲ 만년의 유길준 사진

지난 동계올림픽때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로 방한한 김여정은 서울~평창간을 KTX로 오갔던 내용을 김위원장에게 보고하는 자리에서 김위원장이 “어떤 기술이 도입·적용됐고, 1㎞ 구간에 공사비가 얼마나 들어가는지 등 관련 정보를 꼼꼼히 챙겨 달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북한도 사회주의경제건설을 위해 국가 인프라 특히 철도 기반 건설에 높은 관심이 있는 것이다. 

한국교통연구원은 서울과 신의주를 잇는 경의선이 연결되면 앞으로 30년간 최대 140조 원의 경제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철강과 아연, 무연탄 등 광물자원 수입 대체효과만 540억 달러에 달하는데 교역확대와 물류비용 절감까지 더하면 그 금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철도는 단순히 경제적 효과로만 평가할 수 없다. 관광과 물류, 민간 협력 사업과 같은 경제협력의 핏줄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남한의 경제자본이 북한 사회주의 경제 체제 곳곳에 스며들게 할 것이다. 

경협이 확대되면서 깔리는 철도망은 북한식 사회주의 경제 발전의 중추가 되어 향후 북한이 어떤 틈을 삼아 평화프로세스를 거스르거나 되돌리게 할 수 없는 신경망 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한미 정상간 통화에서 “남북 사이의 철도·도로 연결부터 남북경제협력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 그것이 미국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하고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제재완화의 물꼬를 트도록 돕는 남한 정부의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했다. 

이러한 문대통령의 행보는 미국이 비핵화의 대응 조치를 취해야 할 부담을 남쪽이 떠맡음으로써 트럼프대통령의 부담을 줄이고 북한에는 경협이라는 실질적 보상을 안겨 구체적 비핵화 합의를 끌어내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미 미국, 중국, 러시아 등 투자 자본들은 대북제재가 풀리기만을 기다리며 북한 투자에 선점하려 하는데 이를 제치고 남한이 경협 사업으로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셈이다. 경제적 이익 뿐만 아니라 한반평화프로세스 안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제 한반도의 철도는 옛 구한말 열강들의 수탈의 대상과 도구로 쓰였던 가슴 아픈 과거를 뒤로 하고, 미국의 대륙횡단철도가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했던 것처럼 한반도 종단을 잇는 철도 침목에 ‘골드 스파이크’를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골드만 삭스의 2010년 보고서에 “2035년경 미래 통일 남북한은 세계에서 미국, 일본 두 국가 밖에 없는 국민소득 3만달러와 인구 8,000만 이상의 내수 시장을 가진 경제 대국으로 발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때쯤이면 북한은 남한을 제치고 세계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친미국가로 변모해 있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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