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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평판·지배구조 엉망 식품·유통업체…국민연금 앞에 몸 낮추나
오너평판·지배구조 엉망 식품·유통업체…국민연금 앞에 몸 낮추나
  • 김지현 기자
  • 승인 2019.02.16 20: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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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식품·현대그린푸드 등 자진해서 배당확대…주주제안 거절 남양식품도 “부담스럽다” 눈치
▲ 지난달 25일 회삿돈 5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이 선고기일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는 모습. 이날 재판에서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은 법정구속, 김 사장은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저배당 기조를 이어온 식품·유통업체들이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의 타깃이 될까 긴장하고 있다. 특히 오너들의 잇단 부정과 취약한 지배구조로 구설에 오른 기업들은 더욱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국민연금이 주주 이익 제고를 목표로 주주제안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연금의 칼날을 피하기 위해 ‘오너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는 식품 기업이나 ‘짠물배당’으로 유명했던 유통기업들이 미리 배당을 확대하는 등 몸을 낮추고 있다.

가장 먼저 배당을 확대한 기업은 삼양식품이다. 지난달 50억 원 가량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이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기 때문. 부인 김정수 사장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며칠 후 삼양식품은 2018년 결산 배당금을 주당 400원으로 결정했다. 시가배당률은 0.75%, 배당금 총액은 30억1300만원이다. 지난해 주당 배당금은 250원으로, 배당률 0.3%였다. 1년 만에 각각 1.6배, 2.5배 늘어난 것.

국민연금공단이 보유한 삼양식품의 지분율은 5.27%에 불과하지만 배당금 상향 등 주주 친화책이 환영 받는 사회적 분위기를 이용해 오너의 범죄로 훼손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전 회장 부부는 2008년부터 2017년 9월까지 삼양식품이 계열사로부터 납품받은 포장 박스와 식품 재료 중 일부를 자신들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로부터 납품받은 것처럼 꾸며 회사 자금을 횡령해왔다.

다음으로 배당을 확대한 기업은 ‘짠물배당’으로 유명한 현대리바트다.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인 현대리바트는 지난 11일 작년보다 배당금을 대폭 상향했다. 지난해 주당 100원이었던 현금배당금이 올해 290원 올린 것이다.

이를 두고 유통업계는 국민연금이 최근 현대리바트 최대 주주사인 현대그린푸드의 배당 확대를 위해 주주 제안을 검토하겠다고 공표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현대그린푸드 역시 지난 8일 공시를 통해 올해 배당성향을 지난해에 비해 두 배 이상 올린 13%로 발표하는 한편 닷새 뒤인 13일 경기 성남에서 착공하는 '스마트 푸드센터'(가칭) 조성 투자액을 기존보다 26% 늘리는 등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모습을 강조했다. 그러자 지난 14일 국민연금은 배당 확대 주주제안을 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지난 15일 유통업계에는 사조산업과 화승인더스트가 올해 배당금을 대폭 상향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사조산업의 2017년 배당성향은 불과 2.26%. 코스피 상장사 평균 배당성향 33%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화승인더스트리의 2017년 배당 성향도 3%대 수준이다.

지난해 사조그룹은 임직원들에게 '선물세트'를 강제 판매하고 할당량을 직급별로 연봉의 절반에 달하는 수준으로 책정해 구설에 오른 바 있고, 화승인더스트리는 지난해 지배구조 평가에서 7개 등급 중 최하위인 D에 오르는 등 지배구조가 취약하다는 평가다.

국민연금은 사조산업 주식 9.26%, 화승인더스트리 주식 8.29%를 보유 각 회사의 2대주주. 제발 저린 기업들이 알아서 몸을 낮췄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외에도 국민연금의 주주제안권 행사 대상으로 언급되는 기업들은 배당에 짠 대상홀딩스, 롯데칠성음료 등이다.

물론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의 행사가 언제나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한진칼의 경우처럼 50% 고배당을 이끌어낼 수도 있지만 헛물만 켜는 수도 있다.

국민연금은 최근 남양유업에 배당정책 수립 및 공시와 관련해 심의·자문하는 위원회를 설치하라는 내용의 정관변경 주주제안을 했지만 거절당했다. 최대주주(51.68%) 및 특수관계인(2.17%) 지분율이 총 53.85%여서 배당을 확대한다면 이들이 주된 혜택을 보게 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 대주주가 자신의 배당권을 양보하거나 포기하는 차등배당을 실시해 소액주주에 이익을 돌려주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50%를 넘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주주제안이 통과될 리가 없다는 계산으로 거절한 것. 하지만 지금 국민연금의 압박은 文정부의 뜻으로 해석되는 탓에 거절하고도 마음이 편할 수는 없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일단 거부하는 입장을 밝히긴 했지만, 우리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만큼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지난 2013년 일명 ‘밀어내기 갑질’로 크게 물의를 빚은 남양유업은 최근에도 ‘이물질 분유’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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