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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윤석 논설위원
  • 승인 2019.01.2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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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윤석 논설위원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돌이켜보면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최선이 아니면 또 차선을 선택해야 했다.

학교, 전공, 연인, 결혼, 배우자, 직장, 자녀. 은행, 병원 etc 지금도 어디를 가든 우리는 매일 일상에서 순간마다 선택을 강요받는다. 살아있는 한 앞으로도 변함없이 그러할 것이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어떤 전자업체의 슬로건처럼 한번의 선택에서 후회없는 perfect한 결과를 얻기는 정말 하늘의 별따기다. 오히려 세월이 흐른 뒤 잘못된 순간의 선택에 후회하면서, 회한에 몸서리쳤던 기억들이 누구나 한두번 이상씩은 있을 것이다.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은 언제나 자신의 몫이다. 심사숙고의 결과가 좋을 수도 있지만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둔다는 말처럼 실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마디로 복불복이다. 그때마다 불만스러웠던 것은 선택의 폭이 너무나 좁다는 것이었다. 노골적으로 Yes or No 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받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선택이 마땅치 않아서 못고르겠다고 하면 “너는 어느편이냐” “왜 양비론(兩非論)으로 적당히 무임승차하려고 하느냐”는 식으로 비난받거나 아니면 회색분자나 무정부주의자로 매도당하기 일쑤였다.

종국에는 어느 쪽인지 확실한 입장을 밝히라고 강요당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러한 메뉴의 不在는 오늘날 극단적인 흑백논리의 갈등과 분열로 나타났다.

민주주의는 다원주의(多元主義 Pluralism)다. 다원주의는 개인이나 집단이 각자 갖고 있는 가치관과 이념 또는 추구하는 목표 등이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입장이다.

결국 이러한 사고를 전제로 하여 사회현상을 파악하고 설명하는 것으로 개인의 안전, 이익, 행복에 최고의 가치를 두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다양한 메뉴를 제시하는 것이다.

오늘날 미국과 유럽이 선진국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이와같이 다양한 이익집단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표출하는 다원주의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래전 대입 본고사 시험을 준비할 당시 모 대학의 TOEFL 스타일 영어 본고사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당시 모든 객관식 문제는 4지 선다형이었고, 모든 답은 그 안에서 고르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대학의 영어 본고사는 5지 선다형으로 선택의 메뉴가 하나 더 많았고 그중 마지막 다섯번째는 놀랍게도 “답이 없다(none of these)”였다.

더욱이 “5. 답이 없다”는 것이 ‘답’일 수도 있는 파격이 당시로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단지 선택의 메뉴를 하나 더 늘렸을 뿐인데 반응은 가히 상상을 초월했었고 그 대학을 지망하는 수험생들은 일찌감치 영어시험은 별도 집중지도를 받아야 할 정도였다.

고로 나는 선택의 폭이 넓은 다양한 메뉴를 좋아한다. 또 그런 메뉴(代案)를 제시하는 유능하고 능력있는 사람들을 높이 평가한다. 그래서그런지 다양한 메뉴를 내 마음대로 골라 먹는 ‘뷔페(Buffet)’ 가 좋다.

우리는 ‘뷔페’라고 하지만 일본에서는 ‘바이킹(Viking)’이라고 한다. 스웨덴 노르만족 해적들의 연회에서 유래된 말이다. “일본인들은 이상하다, 왜 뷔페를 바이킹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는 어느 한국인 관광객의 말을 듣고 몹시 부끄러웠다.

세상 만사를 모두 자신만의 편협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문화적 편향성에서 벗어나야만 마침내 드넓은 신세계(新世界)가 보인다.

이름이야 어쨌건 누구나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메뉴를 좋아하는 것이 당연할 것 같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

평소 다양한 메뉴를 접해보지 못했거나 몇 가지 편향된 취향만을 고수해온 사람들은 갑자기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많아지면 당황스러워한다. 선택의 폭이 넓어질수록 그만큼 즐거움이 배가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무엇을 선택해야할 지 고민이 깊어지고 망설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특히 주식 투자자들은 더욱더 그러하다. 고객의 의사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어떤 투자성향인지, 투자금이 얼마인지, 투자경력이 얼마나 되었는지, 끝으로 매매스타일은 어떠한 지 간단한 설문조사를 하고나서 나름대로 메뉴를 제시하면 투자자들은 오히려 혼란스러워한다.

“급등주 단타, 테마주 스윙, 낙폭과대주 장투, 가치주 중기” 등등 선택은 투자자의 몫이라는 판단으로 나름대로 메뉴를 제안하면 언제나처럼“알아서 하세요” 내지는 “종목과 매수가를 콕콕 찍어주세요” 라는 반응이어서 오히려 당황스럽다.

지금 글로벌 시장은 메뉴가 넘쳐나고 있다. 이 엄청난 메뉴 속에서 우리는 각자 입맛에 맞는 것을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있다. 각자의 선택이 추후 엄청난 수익의 모멘텀이 될 수도 있는 반면 잘못된 판단으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의 망연자실할 수도 있다.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이 35일만에 일시적으로 해제되었다.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겠다는 트럼프의 예산안을 하원에서 부결하면서 촉발된 셧다운이 휴전상태에 들어갔지만 장벽건설과 이민보호의 팽팽한 이견대립과 반목은 여전하다.

글로벌시대 개별국가 정부의 역할은 점점 축소되고 있다. 미국이 불법이민자를 봉쇄하기 위해 무리하게 장벽을 쌓는 일이나 영국이 무리한 브렉시트로 유럽연합의 균열을 야기시키는 일 등은 과거 지구촌 전체 화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한 공동 번영과는 거리가 있는 일이다.

오히려 새로운 갈등과 분열을 조장함으로써 소모적이고 배타적인 민족주의의 분열적 행태로 표출되고 있다.

취임 이후 America First를 줄기차게 외쳤던 트럼프가 Trump Effect로 미국 및 글로벌 증시 랠리를 주도했지만 미중 무역마찰과 장벽건설, 고립주의 등의 여파가 글로벌 경기둔화라는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지난해말과 올해초 Trump Slump로 이어지더니 지금은 다시 미중협상 타결 가능성으로 인해 Trump Triumph가 될 것이라는 낙관론으로 둔갑하면서 혼란스러운 투자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어지러운 난세에 개인투자자들은 혹세무민하는 얘기들에 귀가 솔깃해질 수 있다.

천재 언어학자 고 양주동 박사가 생전에 후학들이 3인칭이 무엇이냐고 질문하자, 그 자리에서 질문한 제자를 손으로 가리키며“너(You)”와 “나(I)”를 제외한 우수마발(牛溲馬勃)이 다 3인칭이니라”고 했다.

참으로 명쾌한 답변이 아닐 수 없다. 세상만사 삼라만상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데서 투자는 출발해야 한다. 보다 많은 카드를 손에 쥐고 보다 다양한 메뉴를 제시하는 가운데 좋은 기업을 찾고 보다 확실한 투자 기회를 잡는데서 승패는 가려질 것이다.

전세계 주식시장 20여개국의 상장기업은 전부 30여만개에 달한다. 지금 한국증시에 상장된 기업수는 2000여개 남짓이다. 그렇다면 여러분은 2,000 vs 300,000 중에서 어디를 택할 것인가.

이제 선택해야 할 때다. 전세계 주식시장에서 미국은 52% 일본은 7.7%, 유로존은 15%를 차지하고 있지만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G2 중국은 4% 홍콩과 합쳐야 겨우 8%정도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G2국가에 전체 수출의 70%가 편중된 우리나라의 글로벌 주식시장 점유율은 기껏해야 1.76%로 2%를 넘지 못하는 수준이다.

1.76 % vs 98.24% 여러분은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

시장에 차고넘치는 수많은 애널리스트, 컨설턴트 중에서 누가 내게 수익을 주는 실력있는 전문가인지를 알아보려면 그가 제시하는 메뉴를 보면 된다.

지금 불꽃튀는 시장 테마주와 정책과 이슈에 따라 급등락하는 급등주만 앵무새처럼 되뇌이는 사람이라면, 자기가 아는 이외에 다양한 미래의 트렌드를 제시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불확실성의 시대 예측할수 없는 다양한 리스크에 대한 다양한 대처방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당장 떠나라.

내가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메뉴를 제시하고 다양한 시나리오에 근거한 다양한 대응방법을 언제나 명쾌하게 제시할 수 있는 전문가를 찾아나서라. 다양한 메뉴를 가진 자가 당신의 멘토이다.

엄청난 투자기회가 오고 있다. 투자자들은 앞으로 이렇게 당당하게 말해야 한다. 메뉴를 보여달라.

선택은 내가 한다. “Menu for Cho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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