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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모테나시(おもてなし) 일본이 달라지고 있다.
황윤석 논설위원  |  seouly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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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01.07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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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윤석 논설위원

지난해말 일본 홋카이도에 다녀왔다. 3박4일 짧은 일정 중에 삿포로는 하루도 쉬지 않고 눈이 내렸다. 세밑 한파로 매일 내려 쌓인 눈은 이내 빙판으로 변했다. 시내 한복판 도로의 차들도 행인들도 모두 거북이 걸음이었다.

그런데 참 신기한 것은 보행신호가 통행신호로 바뀌었는데도 길을 건너는 행인들에게 멈춰선 차들이 경적을 울리지 않고 가만히 기다린다는 것이었다.

차들 끼리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빙판인 도로에서 차들은 앞차가 움직일 때까지 기다렸다가 비로소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차가 없는데도 보행신호가 아닐 때는 아무도 길을 건너는 사람이 없었다.

영업용 택시들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면서 눈만 오면 접촉사고가 나고 차와 사람이 뒤엉키는 혼잡으로 교통이 마비되는 우리나라와는 정말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시내 중심가 맛집으로 소문난 음식점들은 예외없이 손님들로 차고 넘쳤다. 저녁6시부터 7시까지 1시간여 다양한 식당들을 두루 다녀봤는데 예약 안하고는 자리잡기가 어려웠고 일부 메뉴는 재료가 떨어져 “매진( 売(う)り切(き)れ.)”이라는 팻말이 걸려져 있을 정도였다.

일본 북해도는 동경의 2배 면적인데도 인구는 200만으로 인구 1200만의 동경의 1/6 정도 밖에 되지 않았는데 어딜 가나 관광객과 현지인들로 북적거려 그야말로 활력이 넘쳤다.

사드 배치 이후 한한령으로 뜸해진 중국 관광객들은 그 사이 전부 일본으로 집결했다고 할 정도로 넘쳐났는데 가는 곳마다 그들의 싹쓸이 쇼핑과 큰 씀씀이가 여전했다.

2015년 한중FTA 이후 유커들로 넘쳐나는 서울 명동의 모습을 다시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잃어버린 20년’의 어두운 그림자는 어디서도 찾을 수 없을 만큼 거리에는 인파가 넘쳤고, 어디를 가도 “어서오세요 いらっしゃいませ” 라는 우렁찬 인사는 자신감 그 자체로 느껴질 만큼 일본 현지의 체감경기는 상상 그 이상의 호황이었다.

세계 최고령 국가인 일본은 역시 일본다웠다. 호텔에서 삿포로역을 왕복하는 셔틀택시의 기사들은 모두 6,70대 노인들이었는데 이들은 환한 미소와 예의바른 태도로 언제나 친절하게승객들을 맞았다. 어느 70대 기사 한 사람은 건강만 허락하면 10년 더 일할 수 있다는 말로 부러움을 샀다.

지하철 곳곳마다 배치되어 외국인들을 안내하는 도우미들도 전부 70대 이상 노인들이었고, 현지 투어버스 여성 가이드들도 족히 5,60대 이상은 되어 보였다. 연말특집 TV 예능프로그램도 중장년 연예인들이 주류를 이루는 등 가히 중장년 전성시대라고 할 정도여서 10,20대 일변도의 우리나라 TV프로그램과는 달리 그야말로 100세 시대를 실감할 수 있었다.

청년 실업이 보편화된 우리나라는 고령화 시대 노인 일자리는 아예 거론조차 하는 못하는 현실에 비하니 참으로 속상하기만 했다.

겨울에 눈이 많이 오는 북해도 삿포로의 단독주택 지붕이 평평하거나 오히려 가운데가 오목한 것은 혹시라도 눈이 녹거나 눈이 흘러내려 다른 집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고 하니 일본인들의 조직우선 집단우선의 이타적(利他的) 생활방식을 잘 알 수 있었다.

일본은 확실히 달라졌다. 성공한 기업과 점포에게는 박수를 보내고 환호하지만 실패하거나 문 닫는 기업, 가게에게는 절대 손을 내밀지 않는다.

비정할 정도로 냉정하다. 잃어버린 20년이후 일본의 변화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일본 전역에 285개 매장을 가지고 있다는 디스카운트 스토어이자 초대형마트인 ‘돈키호테’를 가보았다. 오사카가 본사인 이 쇼핑몰은 이미 한국에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24시간 연중무휴 성업중이다.

여기서 일하는 점원들중에 일본인외에도 한국인과 중국인 청년들을 만날수 있었는데 한국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젊은이들 2만5천여명이 이렇게 일본에서 취업하고 있었다.  일본은 이외에도 산업연수생이라는 이름으로 아시아 각국의 젊은이들을 채용하고 있었다.  이미 일본은 다시 한국인들과 중국인들을 고용해서 다시 부리는 아시아 최고의 경제대국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말, 일본 닛케이지수는 미국발 악재에 2만선이 붕괴되면서 엔화가 달러당 110엔대 초반으로 급등했는데 하루 하락폭이 무려 5%를 넘어서는  패닉 상태 그 자체였다.

닛케이지수가 2만선이 깨진 것은 2017년 9월이후 1년3개월만이다. 금과 엔화,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돈이 몰리는 글로벌 자산 엑소더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의 혹독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엔고를 이겨내고 디플레를 견뎌내는 지혜를 일찌감치 체득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동안 글로벌 경제와 수많은 투자자들을 끝없이 괴롭히고 있는 불확실성이라는 괴물의 습격에도 끄덕없이 말이다..

자본주의의 공정한 시장경쟁에서 서비스의 질에 대한 평가는 고객과 소비자가 하는 것이고 패하면 조용히 물러나거나 도태되어야 하는 것이 냉엄한 시장논리라는 것을 장사꾼 일본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이래서 봐주고 저래서 봐주고 불쌍하니 용서해주고 잘아니까 눈감아주고 하는 식의 이러한 원칙없는 한국식 포퓰리즘은 눈을 씻고 보아도 일본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다.

경제지표 부진과 경기하강 시그널, 무역분쟁, 금리인상 등으로 연말연초 추락하던 미국증시는 파월 연준의장의 뜻밖의 발언으로 3대지수가 모두 급등으로 마감되었다.

“경제가 어떻게 바뀌는지 지켜보면서 참을성을 가질 것이다”

지난 4일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열린 미국 경제학회 좌담회에서 시장에서 문제가 된다면 통화정책을 주저하지 않고 바꾸겠다고 말하는 것을 앞으로 금리인상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시장은 일제히 환호했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사임 요구가 있어도 사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함으로써 Fed의 독립성을 확인했지만 한편으로 트럼프의 레임덕이 왔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기도 했다.

아울러 1월 중순으로 예정된 베이징 미중 무역협상의 진전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시장은 다시 낙관론 일색으로 급변하고 있다. 심지어는 근거없는 금리인하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어 투자자들은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한국과 일본의 ‘레이더 갈등’이 국제 여론전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방부가 지난 4일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에서는 해군 구축함인 광개토대왕함이 지난달 20일 동해에서 정상적인 구조활동을 하고 있는데 일본 초계기가 근접비행을 했으며, 우리 해군은 일본 주장대로 사격통제 레이더로 일본 초계기를 조준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반면 일본은 이에 조목조목 근거를 제시하면서 반박함으로써 양국의 갈등은 점차 극단적인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또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의 자산압류를 신청한 것 등 한국 대법원의 배상판결과 관련해 일본 아베 총리는 국제법 차원의 강경 대응을 지시하는 등 한일관계가 악화되고 있다.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섬나라 근성이야 어디가겠는가마는 이리저리 주판알 튕기다가 손해날 짓은 절대 하지 않는 장사꾼 기질이야 역시 쉽게 버리지 못하겠지만은 어쨌든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임에 틀림없다.

일본은 미국의 계산된 플라자합의 이후 경기 거품이 꺼지면서 1990년대초 잃어버린 20년이라는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만 했다.

필자가 즐겨보는 일본 TV 다큐멘터리 중에 “참치를 잡는 사람들”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거친 파도와 싸우면서 외줄 낚시로 대형 참치를 잡는 어부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인데 지난 5일 일본 도쿄 도요스 시장에서 열린 새해 첫 경매에서 278KG의 참다랑어가 34억7200만원(3억3360만엔)에 낙찰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 모습이 떠올랐다.

   
 

이 ‘대물 참다랑어’를 매입한 일본의 전국적인 초밥체인점 ‘스시 잔마이’ 뿐만 아니라 1984년 창업이후 급성장한 이자카야식 패밀리 레스토랑 ‘와타미(和民)’ 앞서 언급한 ‘돈키호테’ 등과 같은 내수 유통주들은 엔고에 관계없이 일본 증시에서 강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엔화 강세에 따라 소니, 도요타 같은 수출주들은 약세를 보이고,  일본 닛케이지수는 하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일본은 분명히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

2020년 동경올림픽을 앞둔 일본의 캐치프레이즈는 '오모테나시'다. 이미 친절하기로 정평있는 일본인들이 다시 무섭게 결집하고 있다.

오히려 주52시간 근무제,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비현실적인 정책으로 기업의 고용을 경직화하고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한편 청년실업 급증과 내수경기 최악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봉착하게 된 우리나라의  현실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남북경협에 올인하면서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이익집단들의 요구에 휘둘리고 원칙없는 포퓰리즘에 집착하는 현 정부의  정책은 과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하는 어두운 그림자의 전조가 아닌지 우려스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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