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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패권 전쟁 –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
G2 패권 전쟁 –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
  • 황윤석 논설위원
  • 승인 2018.12.24 0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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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MAS 이브다. 산타랠리 운운하던 몇몇 애널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증권방송에 나와 시치미를 떼고 모른 척 딴소리를 한다. 시내 거리 어디에서도 X-MAS 캐롤이 들리지 않는다.

          황윤석 논설위원

세밑 거리는 인적이 드문드문 한파 만큼이나 춥고 을씨년 스럽다. 연말 들뜬 분위기는 어디에도 없다.

2019년 새해를 앞둔 특수도 실종된 지 오래다. 적자 투성이 가계부를 보며 한숨 쉬는 서민들과 일할수록 빚만 늘어가는 자영업자들, 취업은커녕 알바 자리도 하늘에 별따기인 청년 실업자들, 구조조정에서 쫓겨난 명퇴자 퇴직자들, 얄팍해진 월급봉투의 적자 인생 샐러리맨 등 세밑 민심도 날씨만큼이나 싸늘하다.

올해 들어 우리 주식시장은 작년말 대비 지난 19일 지수를 비교하면 15.8%나 떨어졌다.

이는 같은 기간 6-8% 하락한 미국 일본 대만보다 2배 이상 하락한 것이고 신흥국인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과 비교해도 엄청난 하락폭이며 사실상 디폴트 상태인 아르헨티나가 0.3% 하락한 것을 봐도 잘 이해가 가지 않는 수준이다.

한해 동안 외국인들이 국내 시장에서 6조이상 순매도한 것을 두고 미국의 금리인상 때문이라고 둘러대기에는 석연치 않은 이유다.

미국 증시도 심상찮다. 다우와 S&P500은 2009년 2월 이후 최고의 월간 하락률을 기록했고 나스닥은 10년래 최악의 분기 저점을 지나고 있으며 다우는 지난주 5거래일중 4거래일 하락하면서 14개월래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연내 100$ 돌파할 것이라는 국제유가 WTI 역시 15개월래 최저치를 깨면서 이제는 배럴당 40$ 붕괴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다.

워렌 버핏이 투자했으니 사야한다고 어느 미국 주식 전문가가가 큰소리치던 Apple의 주가는 5년간 102% 상승한 이후 1주간 8% 하락, 3개월간 28%나 하락하면서 기술주의 상징인 FANG이 이제는 하락의 표상인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에 반대하는 민주당이 예산합의에 반대하면서 미국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셧다운에 들어갔는데 한술더떠 장기화될 가능성까지도 거론되고 있다.

 

헬스케어와 유틸리티 같은 전형적인 방어주들마저 동반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은 멘붕상태에서 지금이라도 팔자에 나서면서 잘나가던 미국 3대지수는 불과 2-3개월만에 모두 데드크로스로 돌변했다.

간혹 골든크로스가 난 것도 있는데 그것은 급등하고 있는 미국의 장기국채 수익률과 한국의 ETF 인버스와 금 선물 정도여서 본격적인 글로벌 자산 디플레의 시작이 아닌가 하는 공포감이 시장을 감싸고 있다.

지금 오로지 기대할 것은 2019년에 금리인상을 하지 않는 것인데 그마저도 파월이 두 차례라고 밝히면서 사실상 물건너 갔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허버트 스타인(Herbert Stein)은 2009년 이후 S&P500 지수는 4배 올랐는데, 이러한 상승세가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며 언젠가 경제는 돌연 급정거할 것이다라고 일찌감치 경고하고 있을 정도다.

2019년 새해 세계 경제 전망에서 극단적인 낙관론과 비관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낙관론을 먼저 보면, 전세계 국가가 현재의 잘나가는 미국을 따라잡는 방향으로 수렴될 것인데, 미국 연준이 통화 긴축의 위험성을 이미 인식하고 있어 통화정책 완화와 감세 등 후속조치가 나올 것이며 유로존과 신흥국 주가가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싸 보인다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반면 비관론은 미국과 전세계 국가들이 미국의 내리막길을 따라 수렴하면서 장기간 경기확장 국면이 경기 둔화와 침체의 시그널이 나타나고 있는데 이미 감세정책 약발이 떨어지면서 GDP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한다.

영국의 브렉시트 이후 공통된 메카니즘이 부족한 유로존은 이미 사고가 터지기 쉬운 지역이고 중국은 이미 각종 경제지표 위축으로 성장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2019년에 벌어질 가장 놀라운 일은 뒤처져 있던 나라들이 앞선 나라들을 따라잡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美中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제손실과 확정적 재정지출 부담으로 미국 성장세도 완만해지면서 중국의 성장세 둔화와 함께 신흥국 부채와 자금유출로 인해 세계경제의 확장세는 마무리 국면으로 진입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우세하다는 현실을 부인할 수 없다.

혹자는 트럼프가 이러한 경기둔화 시그널에 금리를 인상해서 되겠는가라는 노골적인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중국을 겨냥한 시나리오로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음모론을 제기하고 있다.

美中무역전쟁이 단순히 중국이 2002년부터 2017년까지 누적된 대미무역 흑자액이 2조7268억$을 넘어선 것에 대한 응징을 넘어서서 G2간의 패권 쟁탈전이기 때문에 중국이 항복하기 전까지 절대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전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미국의 대 중국 관세부과 1300개 품목을 들여다보면 통신설비, 산업용로봇, 항공기, 선박, 전기차 등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제조 2025’의 10대전략과 일치하는 것으로서 중국의 제조강국 전환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미국도 피해를 입긴 하겠지만 중국은 치명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인데 한 대도 맞지 않고 어찌 상대방을 KO시킬 수 있느냐는 현실론과 맥을 같이 한다고 하겠다.

이러한 음모론은 결국 1974년 미국이 일본을 향해 슈퍼301조를 발동하고 일본이 고정환율제를 포기하고 변동환율제를 택하면서 마침내 1985년 9월 플라자 합의를 통해 독일의 마르크화와 일본의 엔화 화폐가치 절상에 성공하는 사례를 들어 결국 중국도 일본과 같은 길을 가게 될 것이라는 점을 암시하고 있다.

사실 미국은 플라자합의에서 ‘외환시장 개입에 의한 달러화 강세 시정’ 합의이후 달러를 투매하여 1주일만에 엔화가 8.3% 절상되었고 2년간 달러는 30%이상 급락했었다.

 

이를 계기로 미국제품의 수출 경쟁력이 제고되었고 일본에 지고 있던 미국의 달러채무 부담은 급감하였다. 일본은 금리 인하로 유동성이 과도하게 공급되면서 거품이 꺼지면서 마침내 ‘잃어버린 20년’의 장기 경기침체에 들어서게 되었다는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통화전쟁으로 확대되어 중국이 일본처럼 환율전쟁에서 패한다면 번영의 시대가 막을 내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인데, 어느 경우에도 미국과 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좋을 것이 없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것이다. 미중 무역전쟁에서 패권은 절대 나눠가질 수 없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실질 GDP규모가 2020년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많은 국제 금융 투자사들이 전망했음에도 오히려 이제는 30년 이내 중국은 미국을 넘어설 수 없다는 현실에 직면하고 말았다.

경제 전쟁은 소리없는 전쟁이다. 투명 망토를 입고 오기 때문에 상대방도 경제전쟁의 포탄에 맞아 쓰러지기 전까지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다.

경제적 충격으로 쓰러진 후에도 이것이 전쟁에 준하는 상태였는지 모를 수도 있다. 학문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경제양상이 곳곳에서 일어나는 이유다. IMF를 겪어본 한국으로서는 너무나도 통감하는 일이다.

그래서 무섭다. G2간의 무역전쟁에서 패하면 경제력1위 패권국의 지위도 잃는다. 패권국의 지위를 잃으면 제1기축통화국의 지위도 잃는다. 발권국으로서 통화를 마음대로 찍어내지도 못한다.

한마디로 몰락하는 것이다.제로섬 게임이다.

사실상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를 예견하는 상황에서 뜻밖에도 중국이 이긴다는 소수의견이 눈길을 끈다. <중국이 이긴다>라는 책을 보면, 현재 GDP 대비 163%에 달하는 중국의 기업부채 고비를 벗어난다면 미국 국채 1조1819억$을 보유한 중국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애플, GE, 보잉의 40%를 중국에서 생산하는 등 대중압박이 장기화될수록 미국의 부담이 커질 수 있고, EU, 일본 등 미국과 우방 사이의 갈등이 표면화될 경우 일대일로 등 중국의 교란작전이 성공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미 한국은 청년실업과 자영업자의 도산 등으로 미래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멈춰버린 성장시스템의 혁신이 지체되면서 다가오는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3%대 초반 성장에서 2018년은 2%대 후반으로 성장이 둔화되고 있다.

고용과 투자가 위축되면서 내수경기는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특히 고용이 심각한데 정권 출범 당시 취업자 증가폭을 월 1만-1만3000명까지 늘리겠다고 한 것이 현재 월 3000명-5000명 수준까지 떨어져 있는 실정이다.

설비 건설 투자 모두 불경기로 위축 상태이고 전체 수출의 20%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업황이 정점을 찍으면서 수출증가세 또한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미래의 기회는 우리 생각보다 늦게 오고 미래의 위기는 우리 생각보다 훨씬 빨리 온다. 역사는 반복된다.

G2 무역전쟁은 세계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패권 전쟁이다. 누가 이기든 우리같은 약소 신흥국은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미 동력을 상실한 성장시스템을 혁신해서 다가올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우리는 다시 20년전 과거로 돌아가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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