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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거래시스템에 유령이 산다
증권 거래시스템에 유령이 산다
  • 김원 기자
  • 승인 2018.04.10 0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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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 기자

지난 6일 전산착오 후 삼성증권 직원들이 자사주를 매도해 주가가 폭락한 것과 관련해 공매도 폐지 여론이 강하게 재점화되고 있다.

존재하지 않는 대량의 주식이 증권사 직원의 전산조작만으로 만들어져 배당, 유통될 수 있다는 구조적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9일 배당 착오 입력 사고에 대한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삼성증권에 대해 이날부터 오는 10일까지 특별점검을, 11일부터 19일까지 현장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삼성증권에서는 지난 6일 오전 9시 30분 우리사주 조합원 직원들에게 28억1000만원의 현금배당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담당직원의 전산입력 실수로 회사 주식 28억1000만주를 입고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를 받은 삼성증권 16명이 501만주를 주식시장에서 매도하면서 당일 삼성증권 주가는 한때 전일 종가 대비 약 12% 가량 급락하는 사태를 겪었다.

금감원은 이번 사고가 투자자 피해 유발은 물론 금융시스템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심각히 저해한 중대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검사 과정에서 위법사항이 확인되면 법규에 따라 관련자는 물론 삼성증권에 대해서도 엄중하게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금감원이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강경 대응을 예고하면서 당사자와 기관 모두 금감원 징계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도 구체적인 징계 절차와 정도는 점검을 진행해 봐야 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별도로 문제의 주식을 팔아 치운 삼성증권 직원들은 민사소송에 휘말릴 것으로 보여진다.

증권업계 종사자로서 충분히 오류에 따른 배당임을 알 수 있었던 삼성증권 직원들이 이를 매각해 주가를 급락시킨 만큼 고의성을 주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이번 사태의 여파가 삼성증권을 넘어 다른 증권사들에게까지 미칠 것으로 보이면서 증권가는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금감원은 삼성증권을 대상으로 한 검사가 종료되면 국내 전체 증권사와 유관기관 등의 주식거래 시스템도 모두 점검하기로 했다.

이런 상태에서 금감원이 증권사 전수 조사에 나서기로 한 만큼 증권업계 전반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이번 사건을 계기로 오래 전부터 개인 투자자들에게 공공의 적으로 찍혀 온 공매도를 둘러싼 논란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착오로 배당된 주식의 매매가 과정 상 공매도 형식을 갖추고 있고, 이를 용인하다보니 어처구니없는 거래가 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공매도는 말 그대로 없는 것을 판다는 뜻으로 주식이나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내는 것으로, 주가가 떨어질 것을 예상할 때 시세차익을 노리는 방법이다.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이 있을 때 당장 해당 주식이 없더라도 기관 등에서 이를 빌려와 매도한 뒤 주가가 떨어진 후 나중에 주식을 사서 갚으면 투자자는 그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이번 사고의 경우 없는 주식을 팔았다는 형식만 놓고 보면 이 같은 공매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삼성증권 직원 계좌에 착오 배당된 주식이 실제 주식으로 인식된 데다, 발행예정인 주식도 거래가 가능한 현행 규정이 더해지면서 매매가 가능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시스템 오류와 별개로 공매도가 없었다면 이번과 같은 충격은 차단할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매도 폐지론이 다시 한 번 힘을 얻는 모양새다. 예전부터 공매도는 자본력을 가진 외국인·기관투자자들의 전유물이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삼성증권의 사고 당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공매도 금지 청원 글에는 이미 18만명이 넘는 동의가 이뤄졌다. 조만간 청와대가 답변을 내놔야 하는 기준인 동의 2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 발 더 나아가 기관 등이 공매도를 통해 인위적인 주가 하락을 조장할 수 있다는 주장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번 사건은 증권사 내부통제 시스템과 증권 거래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이고 구조적으로 철저히 분석되어 그 원인이 속시원이 규명되고 재발 방지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회복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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