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0대 그룹이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절반 가량의 기업이 투자 규모를 줄인 가운데 3분기 누적 R&D 지출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불과 1.9% 증가하는데 그쳤다.
30일 기업경영성과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30대그룹 154개 계열사의 3분기 누적 R&D비용을 조사한 결과 총 27조1,05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6조6,104억원에 비해 불과 4,949억원(1.9%) 증가한 수치다.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부영그룹을 제외한 29대 그룹 가운데 13개 그룹의 R&D 비용이 감소했다.
상위 4대 그룹 중에서는 삼성이 유일하게 R&D비용을 줄였고, 10대그룹 중에서는 절반이 비용을 축소했다.
국내 30대 그룹 R&D 비용 현황
단위: 백만원
업종별로 보면 중후장대형 제조업 부문에서 큰 폭으로 줄어든 반면, 내수 서비스 부문은 크게 늘어났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의 R&D비용 감소율이 가장 컸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3분기 말 595억원이던 R&D지출액을 올 3분기에는 452억원으로 24.3%(143억원) 줄였다.
두산그룹과 대림그룹의 R&D비용 감소율이 컸다.
두산은 지난 1년간 R&D비용이 1,830억원(18.9%), 대림은 99억원(15.2%)을 각각 줄였다.
이어 현대중공업(-15.1%), KT&G(-9.2%), 포스코(-9.0%), 대우건설(-6.6%), 한화(-6.2%) 등의 순으로 R&D비용 감소폭이 컸다.
비용면에서는 두산그룹의 R&D 비용 감소폭이 가장 컸다.
두산의 R&D비용은 작년 3분기 9,684억원에서 올해는 7,855억원으로 1,830억원이나 감소했다.
감소액 2위는 삼성그룹으로 작년 13조6,276억원에서 올해는 13조5,455억원으로 821억원(0.6%) 줄었다.
이어 포스코(-377억원), 현대중공업(-290억원), 한화그룹(-151억원) 대우조선해양(-143억원), 대림그룹(-99억원) 순으로 비용을 줄였다.
반면 R&D비용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미래에셋그룹이었다.
미래에셋은 지난해 3분기 19억원이던 R&D비용이 올해는 54억원으로 무려 178.9% 급증했다.
2위와 3위는 현대백화점(89.6%)과 롯데그룹(30.4%)이 차지했다.
CJ(30.0%), 금호아시아나(18.9%), 신세계(17.8%), 현대자동차(14.8%), 영풍(12.3%), 하림(12.1%) 등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그 뒤를 이었다.
증가폭으론 현대자동차 그룹이 지난해 3조592억원에서 올해 3조5,121억원으로 4,529억원 늘어나 1위를 기록했다.
2위는 2,942억원 증가한 LG그룹, 3위는 404억원 늘어난 SK그룹이었다.
이어 CJ그룹(296억원), 롯데그룹(206억원), 금호아시아나그룹(113억원), 한국타이어(86억원), KT(49억원) 순으로 R&D 비용이 많이 늘었다.
개별 기업 중에서는 역시 삼성전자의 R&D비용이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까지 11조1,413억원을 집행해 30대 그룹 전체 중 무려 41.1%를 차지했다.
특히 그룹 전체 R&D비용이 줄었음에도 삼성전자는 소폭이지만 396억원(0.4%)이 늘었다.
R&D 비용 2위와 3위는 LG전자와 현대자동차가 각각 차지했다.
LG전자는 3분기까지 3조202억원, 현대자동차는 1조5,245억원을 각각 집행했다.
SK하이닉스(1조3,621억원), 삼성디스플레이(1조3,402억원), 기아자동차(1조1,932억원)가 그 뒤를 이었다.